군(郡) 단위 최초의 국제박람회인 ‘2015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가 지난달 31일 폐막식 행사를 끝으로 45일간의 대장정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박람회 기간 당초 목표관람객인 90만명을 돌파해 총 누적관객수 104만여명을 돌파하는 흥행기록까지 세웠다. 특히 이번 박람회를 통해 담양이 지닌 깨끗한 자연환경과 죽녹원 등을 전국은 물론 지구상 곳곳에 알리는데도 성공했다.

또 이번 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가 남긴 성과는 무엇보다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는 점이다. 약 34만㎡에 달하는 대나무숲 죽녹원과 전남도립대 일원에 3개 전시관과 6개 부제전시관을 꾸몄으며, 30여개 체험프로그램 및 500여개의 다채로운 공연과 이벤트를 마련해 박람회 기간 내내 관람객들로부터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또 지붕 없는 주제관인 ‘죽녹원’ 대숲에서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힐링 체험과 함께 대나무의 과거, 현재, 미래에 이어 죽세공예부터 첨단바이오산업까지 대나무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경험할 수 있었다. 여기에다 박람회장 입장권으로 메타세쿼이아길과 소쇄원, 한국가사문학관, 한국대나무박물관 등 담양의 주요 관광명소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원티켓 프리패스제’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담양지역이 지니고 있는 소중한 자산들을 박람회에다 결합하면서 최대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정부가 담양을 중심으로 대나무산업 발전 종합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고 한다. 5만 담양군민의 헌신과 노력이 빛을 발휘한 셈이다. 그러나 향후 과제는 분명히 남아있다. 대나무박람회 성공의 에너지를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지 여부이다.

조직위원장인 최형식 담양군수도 “박람회 성공 개최가 문화관광도시로서 담양의 도시 브랜딩과 발전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점도 사후 운영 및 관리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우리는 93일간의 공식 전시일정 동안 80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2012 여수엑스포를 기억하고 있다. 개막 초기에는 인구 30만의 중소도시에서 과연 성공적으로 행사를 이끌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지만 결국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 후가 문제였다. 수 많은 관람객 유치 등 외형적으로는 성공적인 평가가 내려졌지만, 사후활용방안이 결정되지 않으면서 지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물론 대나무박람회가 열린 죽녹원과 관방제림, 그리고 젊은이들이 환호하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관광자원이기 때문에 박람회 이후 활용방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주마가편(走馬加鞭)이란 말이 있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한다는 뜻으로 힘이 한창 좋을 때에 더욱 힘을 내라는 의미다. 세계적으로 1천200여종이 된 대나무는 종류마다 대체적으로 다르게 쓰여진다고 한다. 2차 대전의 히로시마 원폭 피해에서 유일하게 생존했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고 고기를 안 먹으면 몸이 수척하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이 저속해진다는 속설까지 있다. 또 우리 민족은 대나무가 맑고 절개가 굳으며 마음을 비우고 천지의 도를 행할 군자가 본받을 품성을 모두 지녔다해 예로부터 좋아했다고 한다.

이 같은 대나무의 기(氣)가 담양으로 이어지면서 이제는 ‘대나무=담양’을 지칭하는데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에 힘입어 담양군은 생태도시와 친환경 도시라는 지역브랜드 가치를 높여 관광과 휴양, 레저사업에 대한 투자유치 확대와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대나무산업을 21세기의 새 고부가가치 6차 산업으로 발전시켜 담양을 세계 대나무산업의 메카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전 세계인들이 다시 찾는 관광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내포돼 있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담양군의 결단력을 의심치 않는다. 다만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담양군의 힘찬 의지가 현실화되는지 아니면 ‘용두사미(龍頭蛇尾)’에 그치는지에 대해 반드시 지켜본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