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는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해소를 위한 민간기구지만 업무 특성상 공공성을 지니고 있다. 지난 2006년 중소기업중앙회광주전남지회가 지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을 위해 시작한 상생협의회가 계기가 돼 2010년부터 범 정부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강영태 당시 중소기업중앙회광주전남지회장(현 본부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가 매우 큰 것을 깨닫고 이를 다소나마 해결해 보고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자 및 대학교수 등이 참여한 대중소기업 상생 협의회를 만들었다.

강 본부장의 취지가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문제점을 해결해 보고자 하는 의지는 높이 평가 받을 만 하다.

그러나 상생협의회(현 동반성장위원회)가 태동한 지 6년째, 정부 차원에서 시작한지 2년째가 됐지만 산업현장에서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불만이고 중소기업인들도 왜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취지다. 동반성장위원회가 구체적인 대안 제시보다는 회의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광주 상무지구 센트럴호텔에서 열린 2012년 제1차 대·중소기업 동반성장협의회에서도 참석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 냈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한 중소기업인은 “허덕이는 중소업체들은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를 타고 낭떠러지로 향하는 듯한 상황이지만 중소기업-대기업간의 대출금리 불평 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면 대기업 관계자는 “경쟁은 국내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유수 기업과 경쟁하다 보니 국내에서 경쟁력이 없는 부분은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중소기업은 특혜를 원하고, 대기업은 우리도 힘든데 협력업체까지 크게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의 주장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당초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의 폭이 매우 좁은 상황에서 모두가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고 있어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중소기업은 기술개발이나 자구노력은 게을리하고 정부나 대기업의 지원에만 관심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대기업 임직원들은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코 뜰 새가 없는데 상당수 중소기업인들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골프를 하거나 여기저기 모임에 참석하느라 시간을 뺏기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들은 망하지 않을 정도만의 이윤을 보장해 주면서 요구조건은 갈수록 늘어나는 게 불만이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경기가 어려우면 자기 희생없이 ‘원가절감’이니 ‘생산성 향상’이니 하면서 납품가격 후려치기에만 급급하다. 따라서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그러자니 문을 닫아야 하고, 계속하자니 적자 운영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한탄이다.

약간의 과장이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인 현장의 정서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는 상생이 근본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아예 기업 스스로 해결하라고 하는 편이 더 낫다는 말도 많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도 최근 전주에서 가진 현장 간담회에서 “아직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깊은 ‘갑-을’ 관행과 불이익이 정착돼 있다”면서 “방법론보다는 시스템과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체제 하에서 기업은 물론 국가와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이 필수로 꼽힌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일자리나 양극화 해소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함께 잘 살아보자는 취지에서 발족한 것이 동반성장위원회다. 아직까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나름대로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운영을 잘 해야 한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마침 동반성장위원회가 최근 대기업 56곳의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성장지수 발표에 대해 해당 기업들의 불만이 크지만 나름대로 실천하려는 의지는 매우 평가할 만 하다. 부족한 점은 보완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구상이나 토론보다는 실천하고 행동으로 이끌어 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언제까지 상생방안에 대한 구상이나 의견수렴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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