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역사적인 개막식을 가졌던 여수엑스포가 60억 지구촌으로부터 조명을 받고 있다.

개막식이 치러진 여수신항 일대 덕흥동은 ‘아픈 역사의 땅’이었다고 한다. 원래 이곳은 광복 후 일본에서 귀국선을 타고 넘어온 조선인들이 정착했던 아주 가난한 동네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삶 속에서도 소외를 받아왔던 이 지역이 완전히 ‘딴 세상’으로 변했으니 그런 얘기가 나올 법하다.

엊그제 막이 오른 여수엑스포는 오는 8월12일까지 93일간에 걸쳐 내외국인을 맞이한다. 개최지가 확정된 후 4년6개월 동안 2조1천억원이 투입된 국내 최대 행사다. 국제 공인행사로는 국내에선 1993년 대전 박람회에 이어 두 번째가 되는 셈이다. 이번 여수엑스포는 지구촌 106개국과 UN 등 10개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그야말로 국제 매머드 행사다. 조직위는 생산유발 효과로 12조2천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생산유발 효과 11조5천억원을 능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여수엑스포는 지구촌 최대 행사로써 성공여부에 대해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솔직히 30만 소도시에 하루 수만 명이 넘는 인파가 3개월 동안 박람회장을 매일같이 메운다고 생각해보라. 보통 일이 아니다.

여수엑스포가 성공하려면 개최지 시민에게 달려있다는 점은 불문가지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없이는 성공에 이를 수가 없다.

현재 여수시는 청결, 질서, 친절, 봉사 등 4대 시민운동과 승용차 안타기 운동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행이 개막식 날엔 우려했던 교통문제를 잘 해소했다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교통 문제는 개최지의 역할 만으론 어림없다. 국토해양부와 조직위가 한 중심에서 컨트롤해야 한다. 경찰청과 해양경찰청, 철도청은 물론이고 인근 광역지자체까지도 합동으로 특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성공을 앞두고 교통난 때문에 행사를 망치는 일을 수없이 보아왔다. ‘다된 밥에 제뿌리는 격’이 되서는 안 된다. 교통난으로 한번 혼쭐이 난 사람은 결코 재 방문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시민들의 승용차 안타기 운동도 중요하지만 바가지요금과 각종 불공정거래행위, 위생문제 등도 신경을 써야한다. 물론 단속의 대상이 되겠지만, 이 문제만큼은 개최 지역민이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이번 엑스포기간에 올여름 휴가철이 들어 있지만, 이에 앞서 5·18광주민중항쟁 32주기와도 겹쳐있다.

광주와 전남을 동시에 알리는 데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싶다.

인근 지자체들의 관광 유인책도 절대 필요하다. 전라도는 유명한 남도음식에다 가보고 싶은 곳이 수없이 많다. 박람회장 주변지역을 보더라도 생태계의 보고인 순천만을 비롯해 구례의 산수, 광양과 고흥 등 청정해역은 꼭 가볼만한 코스다.

국가적으론 이번 엑스포를 통한 한류를 세계 속에 각인시켜야 한다. 석 달간 매일 다른 나라를 만날 수 있는 ‘국가의 날’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장주변에서 열리는 공연행사를 보면 프로그램이 400개로 모두 8천회 이상의 각종 문화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이렇듯 엑스포가 열리는 여수는 문화적 재료뿐 만아니라 ‘동북아의 나폴리’로 불릴 만큼 한려수도와 다도해 등 멋진 경관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동북아에서 손꼽히는 해양 관광지로 자리매김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앞서 강조했지만 제일먼저 개최지역의 시민 의식이 남달라야 한다. 한 뿌리인 광주시와 전남도 역시 행사가 끝나는 날까지 감독하고 협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특히 전남도와 여수시는 행사직후 관련 시설물이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사후 활용방안에 대해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한다. 여수엑스포에 투자한 돈이 얼마인가.

얼마 전 한 TV에서 지적한 대전엑스포 시설물이 잘 말해주고 있다. 거미줄은 물론이고 곳곳에 자물쇠가 채워져 방치되고 있지 않았던가. 정말 남의 일이 아니다 /bigbell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