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4·11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니나 다를까 ‘선거판’은 진흙탕 싸움만 보일 뿐 정작 정책선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러다가 이번 총선도 후보나 정당 정책은 실종되고, 특정당의 바람만 난무하는 ‘판박이 선거’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번 19대 총선은 초반부터 공천과정이 ‘밀실’ ‘먹통’ ‘보복’ ‘편파’라는 원색적인 단어들로 판을 치고 있다. 이 같은 잡음은 여야 모두 같지만, 본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기야 정치인의 공천 싸움은 ‘너의 행복은 나의 불행, 나의 행복은 너의 불행’식이니 이해가 가고 남는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일각에선 정치인들의 잦은 변절과 술수를 지켜보면서 ‘선거 피로증’을 호소하는 이도 있다. 요즘 돌아가는 선거판을 보면 신의도 실종이요, 정책도 실종이니 그럴 만도 하다하겠다.

지역적으로 볼 때 지금 광주·전남지역은 매우 불행한 시기다.

솔직히 MB정부 들어 여태 한숨만 쉬고 살아왔지 않았는가. 초유의 줄 부도사태라는 지역경제는 차치하고라도 살림살이가 좋아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묻고 싶다.

지역의 현안문제를 봐보자. 당장 모레부터 발효되는 한미FTA 사태는 어찌 할 것인가. ‘농도전남’으로서 정부 대책이 전무한 상태이니 말이다. 농산물과 과일에 이어 소, 돼지 등 축산 농가들은 어디에다 하소연해야 할지, 정말 눈앞이 캄캄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5+2광역경제권정책 수정문제, 호남고속철노선, J프로젝트사업, 여수엑스포개최, 무안공항적자, 아시아문화전당 조성사업, 광주U대회개최, 외국인 투자지역 확대지정, 차세대 방사광가속기사업, 지방대학생 일자리문제, 농어촌 노인복지 등 그야말로 지역 현안이 산 넘어 산이다.

이처럼 현안들이 산적함에도 정당이나 총선 후보들의 정책은 보이질 않으니 참으로 답답하기가 그지없다. 일단 당선만 되고 보자는 ‘선거판’은 구태이며, 악순환의 연속일 뿐이다.

오죽하면 선관위와 일부 시민단체가 보다 못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라며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겠는가 싶다.

엊그제 전남도선관위가 시행한 ‘Clean 3·9 Day’도 같은 맥락이다. 이 캠페인은 유권자 중심의 정책선거 기원을 위해 마련한 일종의 포퍼먼스였다. 이날 행사는 유권자들에게 희망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예비후보자에게는 실천서약을 받는 날이었다.

광주경실련도 최근 4·11총선에 나선 후보자들에게 정책공약인 매니페스토와 의정활동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촉구 중에 있다. 이들은 관내 예비후보자들에게 정책제시를 요구하고 있는데, 최근까지 49명 중 30명이 제출해왔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명색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가 의정활동 계획조차 내놓지 않는 것은 꼼수정치나 다름없다”며 미제출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제대로 된 후보라면 지역 현안에 대해 연구와 고민을 거듭한 뒤 ‘나는 이렇게 하겠다’는 입장과 의지를 반드시 표명해야 한다. 자격이 있는 후보는 바로 이런 점에서 표가 나는 법이다.

앞으로 20여일이 지나면 임기 4년의 지역 국회의원들이 탄생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역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는 유달리 감동이 없고, 오히려 짜증이 나는 선거’라고 강조한다. 후보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물론 언론을 포함한 지역사회가 후보자들의 정책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지역사회는 정책 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질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할 책무가 있다.

아무튼 선거를 치르는 당사자인 후보자가 가장 중시해야 할 게 바로 비전과 정책 제시다. 따라서 상식이 통하는 선에서 획기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 많이 제시되길 바란다. 그래야만 비로소 유권자들이 비교평가를 할 수 있고, 후보자 스스로도 떳떳하고 당당한 정치인이라 말할 수가 있다. 더 이상 꼼수가 이기는 세상이 되서는 안 되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bigbell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