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재보선에서의 ‘순천 무공천’ 방안을 놓고 민주당 지도부 내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7일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손 대표는 “지난 주말 저는 광주에 가서 더 큰 승리 더 큰 민주당 더 큰 희망의 구심을 만들기 위해서 민주당이 희생을 하고 양보를 해야 한다고 호남 국민들에게 말씀드렸다”며 “당장 눈앞의 승리보다 정권교체라 하는 진정한 호남의 꿈 그리고 민주정부의 수립이라고 하는 진정한 5·18 정신이 승리하는 것 이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인영 최고위원 역시 “민주진보대통합의 길, 대단결의 길 앞에서 아브라함이 자신의 아들인 이삭조차 내놓고 번죄하고자 했던 그 순결한 심정으로 민주당은 반드시 대도의 큰 길을 가야한다”며 “이번 주가 연대연합과 관련해서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다. 민주당이 연대연합의 성공을 위해서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박주선 최고위원이 ‘용기있게’ 나섰다. 그는 “선거에 승리하기 위한 선거연합이나 연대협상은 기부행위를 하는 자선사업가가 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선거승리를 위한 연대와 연합이 특정정당의 세력 확보를 위한 빌미나 계기가 돼선 안 될 뿐 아니라, (일종의) 영업이나 장사행위를 하는 것을 우리가 ‘통 큰 양보’라는 개념 하에서 무조건 받아들일 순 없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박 최고의 발언을 ‘용기 있게’ 라고 표현한 것은 당 대표를 비롯한 대다수의 민주당 지도부가 ‘순천 무공천’을 기정사실화하고, 연일 ‘통 큰 양보’를 재차, 삼차 언급하는 분위기에서 이처럼 광주·전남지역의 민심을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김영춘 최고위원은 “(호남의)희생과 결단은 결국 내년 총선과 대선의 대결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순천 무공천이 얘기되고 있고 이런 저희들의 의사를 호남의 깨어있는 시민들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의 분위기는 박주선 최고위원이 광주·전남의 민심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는 이유로 일종의 ‘왕따’(?)를 당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다. 왜냐하면 이날 당 대표와 이인영, 김영춘 최고의 얘기는 바꿔 말해, 광주·전남이 ‘순천 무공천’ 방침을 계속 반대한다면 ▲당장 눈앞의 승리에 급급한 것이며 ▲대도의 큰 길이 아니고 ▲깨어있는 시민이 아니다는 말이었는데, 박 최고가 계속 ‘순천 무공천’의 문제점을 짚어 나갔기 때문이다.

손학규 대표를 정점으로 한 현재의 민주당 지도부는 앞으로 총선·대선이라는 험난한 여정을 헤쳐 나가야한다. 그 여정의 목적지는 당연히 정권교체가 될 것이다. 모든 여정에는 그러나 목적지뿐만 아니라 출발점도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민주당이 정권교체라는 새 꿈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당이 걸어온 출발점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출발점은 과연 무엇인가. 바로 광주·전남의 민심이 아니었던가?

광주·전남의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려는 어떤 사람이 뭔가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것이 요즘의 민주당 지도부라면 이들이 가야할 ‘험난한 여정’은 광주·전남의 민심과 괴리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재의 지도부는 ‘순천 무공천’ 뿐 아니라 ‘과학비즈니스벨트’에 있어서도 여전히 원칙이 없거나 애매한 ‘통 큰 양보’만 녹음기처럼 반복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광주·전남인들은 무언가 잘못됐거나, 속 좁은 사람으로 몰고 있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민주당 지도부가 호남을 표를 얻을 때에만 유용한 ‘장치’로 인식하고 있다면 고장난 계산기가 아닐 수 없다. 그 계산기는 눈앞의 덧셈만 생각하지, 뒤에서 발생하는 뺄셈은 계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취재본부 국장 j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