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와 ‘권력이동’
이 춘 성 수석논설위원/지역경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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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07. 08(목) 00:00 가+가-
새로 취임하는 미국 대통령은 6천500여개에 달하는 정부 및 공공기관 고위직을 자기사람으로 물갈이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차관보급 이상 고위관료와 주요 국가의 대사, 기관장 등 1천100여명은 상원 인준이라는 검증을 거치도록 되어 있지만 대통령이 자기사람 쓰는데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정치적 관직 임용’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이 엽관제(獵官制:spoil system) 관행이 미국에서 자리 잡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제3대 대통령 제퍼슨은 취임과 함께 대통령 임명직의 4분의 1을 민주공화당원으로 채웠다. 제7대 대통령 잭슨은 아예 ‘공직순환정책’을 실시했다. 공직의 특권화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서부개척민들에게 공직기회를 열어주기 위해서였다.
제퍼슨이나 잭슨 대통령 모두 공직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맡을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사냥하듯 관직을 나눠 먹다보니 탈이 났다. 제20대 대통령 가필드는 선거를 도와준 대가로 자신을 프랑스 영사로 임명해달라고 조르던 귀토라는 청년에 의해 취임 6개월여 만에 암살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직사냥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제23대 대통령 해리슨은 한 해에 연 3만1천여명에 달하는 우체국장을 교체하기까지 했다.
‘공직은 건전한 상식보다 전문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가필드의 공직관(公職觀)이 받아들여진 것은 그의 죽음을 계기로 ‘펜들턴법’(Pendleton Act 1883년)이라고 불리는 연방공무원법이 의결되면서부터다. 하지만 엽관제의 관행과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실적제(자격임용제:merit system) 틈바구니에 남아 선거 뒤끝마다 여론의 표적이 되고 있다.
6·2지방선거가 끝나고 ‘권력이동’이 한창인 우리 지자체들 역시 요즘 이 정치적 관직 임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당선된 단체장이 전임자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산하 기관장에 대해 잔여임기 불문하고 퇴진을 강권하거나, 공직 외부공모제가 새 단체장의 자기사람 심기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 등이 그것이다.
지자체에서 요즘 벌어지는 권력이동을 시시비비하고 대안을 말할 능력은 내겐 없다. 정치적 관직 임용권을 둘러싼 똑같은 논란이 4년마다 그대로 되풀이 되는 이유가 너무 복잡해서다. 더구나 이는 내게 양비론(兩非論)을 펼칠 좋은 핑계거리이기도 하다.
우선 지방권력을 잡았다고 전리품을 탐하듯 산하 기관장에게 임기와 관계없이 옷을 벗으라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법 정신에도 맞지 않다. 하지만 지금 퇴임을 강요받고 있는 이들이 느끼는 것이 굴욕감뿐이라면 이 역시 문제가 있다. 그들이 ‘호시절’이었을 4년 전(혹은 8년 전)에도 똑같은 일이 저질러졌었기 때문이다.
선거는 꼭 엽관제의 형식이 아니더라도 당선자와 지지자 사이에 정치적 채권·채무관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전리품은 승자의 것’이듯 자신의 당선을 위해 고생한 이들에게 임명 가능한 공직으로 보답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능력은 도외시한 채 ‘전임자의 사람들’을 모조리 쫓아내고 그 자리를 측근들로만 채워서는 악순환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외부공모제도 마찬가지다. 뽑을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공모라는 이름을 빌어 괜한 이들을 들러리 세우는 형식이어선 엽관의 범주를 넘기 어렵다. 더구나 이는 잔여임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업무공백을 이유로 기어이 새로운 기관장을 임명하는 전임자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뻔한 얘기지만 새 단체장은 사람을 제대로 써야 한다. 당선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공직으로 보답해서는 자신의 임기 내 행정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전임자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산하 기관장들은 ‘새바람’이 기대되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주장을 참고할 일이다. ‘출자·출연기관장들은 재신임을 통해 다시 역할을 맡는 것이 합리적이다. 원칙적으로 새 단체장에게 인사 폭을 넓혀주는 게 바람직하다.’
사실 엽관제의 사전적 의미에는 적극적 지지자에게 관직으로 보답하는 관행뿐 아니라 선거에서 패했을 때 그 관직에서 물러나는 것까지가 포함되어 있다. 선거 뒤 정치적 관직 임용권 행사가 엽관제의 잔재임이 분명하다면 이점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정치적 관직 임용’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이 엽관제(獵官制:spoil system) 관행이 미국에서 자리 잡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제3대 대통령 제퍼슨은 취임과 함께 대통령 임명직의 4분의 1을 민주공화당원으로 채웠다. 제7대 대통령 잭슨은 아예 ‘공직순환정책’을 실시했다. 공직의 특권화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서부개척민들에게 공직기회를 열어주기 위해서였다.
‘공직은 건전한 상식보다 전문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가필드의 공직관(公職觀)이 받아들여진 것은 그의 죽음을 계기로 ‘펜들턴법’(Pendleton Act 1883년)이라고 불리는 연방공무원법이 의결되면서부터다. 하지만 엽관제의 관행과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실적제(자격임용제:merit system) 틈바구니에 남아 선거 뒤끝마다 여론의 표적이 되고 있다.
6·2지방선거가 끝나고 ‘권력이동’이 한창인 우리 지자체들 역시 요즘 이 정치적 관직 임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당선된 단체장이 전임자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산하 기관장에 대해 잔여임기 불문하고 퇴진을 강권하거나, 공직 외부공모제가 새 단체장의 자기사람 심기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 등이 그것이다.
지자체에서 요즘 벌어지는 권력이동을 시시비비하고 대안을 말할 능력은 내겐 없다. 정치적 관직 임용권을 둘러싼 똑같은 논란이 4년마다 그대로 되풀이 되는 이유가 너무 복잡해서다. 더구나 이는 내게 양비론(兩非論)을 펼칠 좋은 핑계거리이기도 하다.
우선 지방권력을 잡았다고 전리품을 탐하듯 산하 기관장에게 임기와 관계없이 옷을 벗으라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법 정신에도 맞지 않다. 하지만 지금 퇴임을 강요받고 있는 이들이 느끼는 것이 굴욕감뿐이라면 이 역시 문제가 있다. 그들이 ‘호시절’이었을 4년 전(혹은 8년 전)에도 똑같은 일이 저질러졌었기 때문이다.
선거는 꼭 엽관제의 형식이 아니더라도 당선자와 지지자 사이에 정치적 채권·채무관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전리품은 승자의 것’이듯 자신의 당선을 위해 고생한 이들에게 임명 가능한 공직으로 보답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능력은 도외시한 채 ‘전임자의 사람들’을 모조리 쫓아내고 그 자리를 측근들로만 채워서는 악순환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외부공모제도 마찬가지다. 뽑을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공모라는 이름을 빌어 괜한 이들을 들러리 세우는 형식이어선 엽관의 범주를 넘기 어렵다. 더구나 이는 잔여임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업무공백을 이유로 기어이 새로운 기관장을 임명하는 전임자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뻔한 얘기지만 새 단체장은 사람을 제대로 써야 한다. 당선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공직으로 보답해서는 자신의 임기 내 행정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전임자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산하 기관장들은 ‘새바람’이 기대되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주장을 참고할 일이다. ‘출자·출연기관장들은 재신임을 통해 다시 역할을 맡는 것이 합리적이다. 원칙적으로 새 단체장에게 인사 폭을 넓혀주는 게 바람직하다.’
사실 엽관제의 사전적 의미에는 적극적 지지자에게 관직으로 보답하는 관행뿐 아니라 선거에서 패했을 때 그 관직에서 물러나는 것까지가 포함되어 있다. 선거 뒤 정치적 관직 임용권 행사가 엽관제의 잔재임이 분명하다면 이점도 새겨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