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태 의원과 이용섭 의원, 그리고 정동채 전 문화부장관은 지금 극도로 민감해져 있다. 민주당 광주광역시장 후보 경선 재심여부가 최고위원회에서 곧 결정되기 때문이다. 최고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각 후보 진영은 ‘생과 사’를 오갈 수 있어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물밑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경선전이 진행되는 동안 광주의 미래를 향한 정책대결이나 비전제시 보다는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데 치중했던 이들은 경선전 이후에도 ‘법’이라는 외부의 ‘힘’에 갈등해결을 의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중앙당이 광주지검에 ‘불법 ARS’ 문제를 수사의뢰 한데 이어 정동채 후보는 12일, 이용섭 후보는 15일 ‘당선인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각각 광주지방법원과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했다.

이들 세 후보가 경쟁자들에게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이 자리에서 다시 거론하고 싶지 않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보도되고 있어 ‘피로감’마저 주기 때문이다.

현재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강운태, 이용섭, 정동채 세 후보는 사실, 특정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선후배 사이다. 강운태 후보(62)는 정동채 후보(60)의 광주동중 선후배이고, 강운태 후보와 이용섭 후보(59)는 함평 학다리고 선후배 사이이다. (강 후보는 학다리고를 중퇴했다)

평소의 이들은 일반인들의 선후배 사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술자리 같은 사석에서는 자연스럽게 ‘형님’, ‘동생’으로 불렀을 터다. 태어날 때부터 ‘싸가지 없는 X’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같은 지역 출신 각료로써, 혹은 같은 학교를 다녔던 국회의원으로써 보다 친밀한 느낌을 갖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강운태 의원은 민감한 현재의 대결구도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센티멘털한 발언을 해 주목됐다. 그는 이용섭 의원과의 평소 관계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하면서 “앞으로 광주시장 경선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든 간에, 난 좋은 친구를 하나 잃은 게지…”라고 말꼬리를 흐렸던 것.

2천여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란 남자들의 공적인 우정쌓기’라고 설파했다. 다시 말해 아테네 도시국가의 공적인 일들, 즉 국정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것이 정치의 근간이라고 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굳이 남자로 제한한 것은 당시 고대국가의 유권자는 성인남성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친했던 사람들이 선거를 이유로 갈라서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가깝게는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정동영·이해찬의 갈등이 그렇다. 그들은 서울대 문리대 72학번 동기로 오랜 우정을 쌓아왔었다.

사실, 조금 큰 틀에서 보면 현재 죽기살기로 싸우고 있는 후보들은 그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광주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이번 경선을 전후해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는 철천지원수로 갈라선다면 인간적 손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 차원에서도 미래의 정치적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적잖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서울취재본부 국장 j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