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가연성폐기물연료화시설(SRF) 중재심판이 5개월 만에 재개됐지만 아무런 진전 없이 ‘빈손’으로 끝났다.

대한상사중재원 중재판정부가 광주시의 ‘신청 금액 과다 증액’ 이의신청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기존 감정 절차 논의만 이어가면서 중재 일정은 더욱 불투명해지는 분위기다.

9일 광주시에 따르면 대한상사중재원 중재판정부는 전날 오후 중재원에서 열린 8차 중재심리에서 광주시가 제기한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을 미뤘다.

중재판정부는 “중재법상 중간에 이의신청이 제기되는 경우 중재 도중 판단하거나, 최종 판단할 때 동시에 결정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는 판정부의 재량인 만큼 검토해보겠다”며 즉각적인 판단을 유보했다.

광주시는 포스코이앤씨가 제기한 중재 신청 금액이 기존 78억원에서 최대 2천100억원으로 증액된 지난 5월 결정에 대해 구두로 지속적인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지난달 17일 이의신청서를 공식 제출한 상태다.

광주시는 이번 심리에서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심도 있는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중재판정부가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광주시는 법원에 권한심판을 신청할 계획이었지만, 중재판정부가 결정을 유보하면서 추가 대응도 어려워졌다.

이번 심리는 약 40분 만에 종료됐으며 핵심 쟁점은 감정 절차 논의에만 머물렀다.

이날 심리에서 광주시와 포스코이앤씨는 감정기관 선정, 감정 방식 등을 논의했으나 양측 간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

결국 중재판정부는 다음 심리에서 양측이 각각 추천한 기관을 검토한 후 최종 기관과 방식 등을 정하기로 결정했다.

계속되는 중재심리에도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중재 심판의 장기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현행 중재법상 심리 종료 기한이 없는 데다, 폐기물 감정은 계절 변화에 따른 특성이 크게 달라 감정 기간 자체가 수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 횟수와 방식 역시 양측 의견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어 중재판정부의 판단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광주시는 중재 대응과 별도로 포스코이앤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SRF 가동 중단과 성능 미달로 발생한 잔여 폐기물을 양과동 광역위생매립장에 매립해 매립장 수명이 단축됐다는 점을 근거로 삼을 계획이지만 유사 사례가 없어 손해액 산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 관계자는 “최근 과도한 신청 금액 증액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 제기를 한 만큼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허무하게 끝났다”며 “중재판정부가 다음 심리에서 감정기관 관련 의견을 받겠다고 한 만큼 변호인단과 추가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9차 중재 심리는 내년 1월19일 오후 3시 서울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열린다./변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