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전남도가 목표로 한 ‘광주·전남 특별지방자치단체(특별광역연합)’ 연내 출범이 전남도의회의 제동으로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의 권역별 메가시티 조성 계획에 따른 이점을 얻기 위한 시·도간 초광역 협력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치적 이해관계나 내부적 이견 등 지엽적인 이유로 특별광역연합 출범을 지연시킨 만큼 전남도의회가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7일 전남도에 따르면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난 8월27일 특별광역연합 설립을 공식 선언한 후 9월 ‘광주·전남 특별광역연합 추진기획단’ 구성, 10월 ‘광주·전남 특별광역연합 규약(안)’ 행정예고 등 연내 출범을 목표로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특별광역연합은 지방자치법(제199조)에 근거해 2개 이상 지자체가 광역단위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설치하는 지자체 법인이다. 기존 지자체는 그대로 존치하는 대신, 자체 의회와 장(長)을 별도로 구성해 초광역 협력사업 등 공동사무를 특별지자체 단위에서 기획·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광주·전남 특별광역연합은 이재명 정부 ‘5극3특 균형성장 전략’과 연계된 첫 초광역 사례로 시·도간 협력을 통해 광역대중교통망 확충, 전략산업 육성, 인재양성 등 지역 경쟁력 강화와 발전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전남도의회가 특별광역연합 규약에 대해 심사조차 하지 않으면서 연내 출범은 물론, 향후 출범 여부 또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도의회는 10월15일 광역연합 규약 의결을 보류한 데 이어 오는 16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 규약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도의회 예결위원회는 광역연합 운영을 위해 전남도가 편성한 분담금 예산 15억원도 전액 삭감했다.

반면, 광주시의회는 지난 10월24일 열린 제337회 본회의에서 광역연합 규약안을 최종 의결했다.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4일 광주시가 편성한 광역연합 분담금 예산 15억원도 통과시켰다.

도의회는 규약안 상정 보류 이유로 광역연합 졸속 추진에 따른 부작용, 광역연합의 필요성 논란, 개발 수혜 도시권 편중 우려 등을 꼽고 있다.

이에 광주시는 지난달 4일 전남도에 광주·전남 특별광연연합 연내 출범을 위한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낸 데 이어 18일엔 안평환 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이 직접 도의회를 방문해 특별광역연합 연내 출범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노력도 이어졌다. 이병헌 지방시대위원회 5극3특 특별위원장도 지난 1일 김태균 도의회 의장을 면담해 광역연합 규약안 의결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역연합 출범을 위해선 각 시·도 의회에서 특별광역연합 규약안 의결, 행정안전부 규약안 승인, 특별회계 설치 조례 의결, 연합의원 선임 등의 절차를 거쳐야한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이 같은 행정 절차를 마무리한 후 연합의회 첫 임시회 소집으로 광역연합을 공식 출범할 계획이었으나 도의회 규약안 의결 절차 지연에 따라 사실상 현시점에서 연내 출범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전남 특별광역연합 규약 부칙은 ‘연합의 사무처리 개시일은 2026년 1월1일 이내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연내 출범이 무산되면 ‘광주·전남 특별광역연합 규약(안)’ 행정예고와 시·도의회 규약안 의결 등 관련 절차를 재추진해야 해 광역연합 출범 동력이 상당 부분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규약 상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중 선출하는 광역연합장의 임기는 2년이지만 지자체장 임기 만료 시 연합장 임기도 만료되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 이후 광역연합이 정상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주시와 전남도가 1호 공동사무로 추진하기로 한 ‘광주-나주 광역철도 건설사업’ 등 현안에 대한 광역연합 차원의 힘 싣기도 불가능할 전망이다. 시·도는 지난 7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한 광주-나주 광역철도 사업을 내년 상반기 발표 예정인 국토교통부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방시대위원회가 5극3특을 기반으로 한 지원을 강조한 만큼, 광주와 전남이 이미 출범한 충청광역연합 등과 비교해 각종 재정적 인센티브와 광역사업 공모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남도 관계자는 “호남권의 새로운 기회와 성장 동력을 가져다줄 광주·전남 특별광역연합 출범이 늦어질수록 지역발전도 뒤쳐질 수 밖에 없다”며 “당초 목표대로 연내 출범을 위해 도의회와 지속 논의하겠다”고 말했다./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