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의 눈을 통해 바라본 대도시 서울의 모습은 어떨까.

방서현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내가 버린 도시, 서울’(문이당刊)을 출간했다. 전작 ‘좀비시대’(2022)에 이어 발표한 두 번째 장편이다.

주인공 ‘나’는 초등학생 남자아이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된다.

학교에는 달동네·주택가·아파트·고급 빌라촌 등 서로 다른 배경의 아이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부모의 재산과 생활 수준에 따라 친구들을 ‘흙수저·은수저·금수저’로 부르고 사는 동네까지 수저 색으로 구분한다. 달동네는 ‘똥수저 동네’, 주택가는 ‘흙수저 동네’, 아파트는 ‘은수저 동네’, 고급 빌라촌은 ‘금수저 동네’로 불린다.

소설 속 4개의 동네는 실제 지명 대신 온전히 ‘수저’로 표상된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삶의 격차가 극명하게 갈린다.

주인공 ‘나’는 이 가운데 ‘똥수저 동네’로 불리는 산동네에서 부모 없이 할머니와 살아간다.

이 책에서 ‘학교’는 서로를 알아가며 자라는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서열을 만드는 장으로 변한다.

‘우리 집 아빠 차 소개하기’, ‘우리 집 자랑거리 써오기’와 같은 숙제는 아이들의 형편을 노출시키고, 이는 동네·재산·외모·부모 능력 등을 기준으로 한 세밀한 서열화로 이어진다. 아이들은 도덕이나 인성보다 ‘자기보다 낮다고 여기는 아이를 무시해도 된다’는 규칙을 체득한다.

이런 환경은 주인공의 사고에도 결핍과 체념을 각인시킨다. 오래 그림을 그려왔지만 이를 미래의 진로로 떠올리지 못하고, 화폭에는 상상력과 꿈이 비어 있다.

유일한 보호자인 할머니마저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나’는 더 깊은 어둠 속에 놓인다. 서울을 떠난다고 해도 그곳엔 또 다른 수저 계급의 도시가 있을 뿐이라는 냉혹한 자각도 함께한다. 이미 ‘나’를 버린 서울을 버려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긴다.

최의진 문학평론가는 이 책에 대해 “전작 ‘좀비시대’에서 경으로 깔려 있던 계층 간 격차가 보다 전면으로 등장한다. 앞선 작품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던 저항도 이곳에서는 한숨과 의문으로 바뀌었다”며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양극화가 재난처럼 삶을 집어삼키고 있지만, 정작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고요하고도 비극적인 풍경이 드러난다”고 평했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