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이 작가가 ‘휴식의 기술’ 작업을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함께 해외 비엔날레에 처음으로 공식 참여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 (재)광주비엔날레는 내년 1월31일까지 태국 푸켓에서 열리는 제4회 타일랜드 비엔날레 파빌리온(살라) 전시에 참여한다. ‘광주-타이 살라 영원: 버내큘러 호라이즌’을 주제로 한 이번 파빌리온 전시는 태국 푸켓의 비지트 판와 부두(Visit Panwa Pier)에서 개최된다.

태국 기획자 판딧 찬로차나킷과 협력해 꾸려진 이번 전시에는 광주 기반 작가 3인을 포함한 국내 작가 4명과 태국 작가 4명 등 총 8명이 참여한다. 기획부터 실행까지 양국 참여자들이 전 과정을 함께한 협업형 프로젝트로,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사업의 첫 해외 사례다.

전시는 ‘버내큘러 경관’이라는 개념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버내큘러’는 지역·사용자 문화·환경을 반영해 자연 발생적으로 생성된 토착적·일상적 표현을 가리킨다. 특정 지역의 전통, 재료, 관습이 시대와 환경 속 사람들의 공간 감각과 가치관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바라보는 시선이다.

‘지역성’은 얼핏 폐쇄적이고 주변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전시는 이를 차이와 경험을 발현해내는 역량으로 다시 읽어낸다. 각 지역에서 길러진 감각과 사유의 방식을 하나의 장에 펼쳐 보이며, 그 안에 잠재된 다양한 삶의 언어를 탐색한다는 취지다.

올해 4회를 맞은 타일랜드 비엔날레 주제는 ‘영원(Eternity)’이다.

‘광주-타이 살라 영원’은 이를 먼 미래의 시간 개념이 아닌, 서로 다른 존재와 세계가 지속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지역의 기억, 재료, 기술로 구축된 작업들은 순환과 회복의 감각을 통해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상상하는 하나의 경관으로 제시된다. 중심에서 비껴있던 이야기들을 가져와 공존의 가능성이 열리는 공통의 터전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참여 작가 8명은 각자 일상, 돌봄, 저항, 역사 등 다양한 관심사를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활동해온 작가들이다. 전시를 위해 설치·사진·회화·영상 등 8점의 작품 중 7점이 새로 제작됐다.

태국 작가 타왓차이 푼투사왓디는 신체를 의미의 장소로 다시 펼쳐 보이며 인간의 삶과 정체성을 성찰한다.

한국 작가 하루.K는 전통 회화의 방식을 참조해 음식과 과자를 재료로 풍경을 재구성한다.

이세현은 사진을 통해 도시·국경·영토의 의미를 추적하며, 장소가 어떻게 정치적·사회적 맥락을 획득하는지 묻는다.

이는 새로운 땅과 문화를 향한 여정을 탐구하는 태국 작가 아진조너선 아진킷의 작업과 연결된다. 아진킷이 하늘을 바라본다면, 와나 완라양쿤은 가족의 삶을 토대로 땅과 경계의 의미를 다시 해석한다.

김재민이는 과거 쓰나미 대피 경로를 직접 달리며 이동의 흔적을 기록하고, 비가시적으로 남아 있는 건설 노동자들을 공적 공간 속으로 다시 호명한다.

김자이는 지역 식물로 만든 차를 매개로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사유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수라잣 통추아는 인간의 개입으로 변형된 풍경을 통해 기후 변화 문제를 드러낸다.

전시를 기획한 판딧 찬로차나킷은 “이번 프로젝트는 희망, 즐거움, 가능성과 탐구, 자아의 발견에 관한 전시”라며 “관객들이 문화와 언어, 역사적 맥락을 가로지르며 공존의 가능성을 목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재)광주비엔날레는 이번 파빌리온 참여를 계기로 해외 네트워크를 더욱 확장하고, 국내 작가들이 국제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