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실을 바라보면 마음이 참 아려온다.

아이들은 아주 작은 말 한마디에도 크게 흔들리고, 그 흔들린 마음이 자리 잡기도 전에 서둘러 상처를 되돌려 준다. 예전에는 갈등도 관계를 배워가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 앞에서 갈등은 더 이상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끊어버리는 것’이 돼버렸다.

2023년 교육부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1.9%, 그중 초등학생은 3.9%로 가장 높았다(교육부, 2023). 피해 유형 가운데는 언어폭력(37.1%)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교육부, 2023).

말이 가장 큰 상처가 된다는 통계는, 아이들의 감정이 얼마나 빠르게 다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한 아이는 이렇게 고백했다.

“선생님, 직접 말하면 더 무서워요. 카톡은 그냥 보내면 되니까….”

화면 뒤에서는 표정도 숨결도 사라진다. 말은 가벼워지고 책임은 옅어진다.

또 다른 아이는 말했다.

“친구가 싫으면 단톡방에서 내보내요. 그러면 속이 시원해져요.”

그러나 방에서 밀려난 아이는 한동안 같은 질문만 되뇌인다.

“나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말 없이 이루어지는 배제는, 때로 말보다 훨씬 잔인하다. 좋음과 미움, 질투와 분노가 몇 줄의 메시지로 쏟아지고, 답장이 늦는 것만으로도 관계가 무너진다. 천천히 느끼고 기다리고 조절하는 감정의 과정은 점점 사라졌다.

아이들은 감정을 다루지 못한 채, 툭 건드리면 금세 부서지는 마음을 안고 학교를 살아간다.

학교폭력은 ‘나쁜 아이’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 마음을 모르는 아이와, 상대 마음을 알아채지 못한 아이가 마주친 순간의 충돌이다. 투명해진 마음 위에 떨어지는 무심한 말 한마디가 폭력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디지털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로 가고 있다. 아이들은 더 많은 정보를 알고, 더 빠르게 연결되지만… 정작 마음은 더 고립되고, 관계는 더 얇아진다.

상대의 눈빛을 읽고, 얼굴을 마주하며 감정을 조율하던 경험이 줄어든 자리에는 혼자 견뎌야 하는 긴 마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래서 나는 그 답을 예술에서 찾는다. 예술은 아이들이 마음을 꺼내놓을 수 있는 가장 조용하고도 안전한 공간이다.

색으로 마음을 그릴 때,

몸으로 진심을 움직일 때,

소리로 울림을 전할 때,

아이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던 감정을 세상 밖으로 내보낸다.

예술은 마음을 깨운다. 깨어난 마음은 비로소 타인을 향한다. 그 순간, 끊어졌던 소통은 다시 이어진다.

나는 학교폭력예방교육공연 ‘우리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를 기획하고 연출하며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그중 한 아이가 공연이 끝난 뒤 조용히 말했다.

“선생님, 친구가 왜 슬펐는지… 처음 알았어요.”

우리는 춤을 가르쳤지만, 그 아이는 마음을 배웠다. 그 마음 하나가 친구에게 닿았고, 교실의 공기를 바꾸었고, 학교의 하루를 달라지게 했다. 작은 변화였지만, 분명한 변화였다.

학교폭력 예방은 거대한 정책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아이 한 명이 자기 마음을 이해하고, 또 다른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순간, 그 작은 울림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의 마음을 듣는 귀가 되어야 하고, 부모는 “왜 그랬어?”보다 “네 마음이 어땠니?”를 먼저 물어야 한다.

감성교육은 교과목이 아니라 살아가는 기술이며, 날카로운 말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고, 상처 난 마음 위에 조심스레 손을 얹어주는 힘이다.

아이들이 다시 서로에게 말을 걸고, 서로의 마음에 조용히 손을 얹을 수 있는 그날을 꿈꾼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예술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고, 학교폭력예방교육공연의 무대를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