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명화이야기]인간으로서 삶의 목적은 위선이 아닌, 의미를 통해 찾는 것
거짓말(Lie)
영혼을 갉아먹는 습관적인 거짓말
영혼을 갉아먹는 습관적인 거짓말
- 재생 준비중
2024. 11. 14(목) 19:31 가+가-
펠릭스 발로통 作 ‘거짓말’ 펠릭스
거짓말을 하면 기다랗게 늘어나던 피노키오의 코를 보며 겁을 잔뜩 집어먹던 어린시절. 동화책은 ‘거짓말은 나쁜 일이라는 것’을 배우게 해주던 중요한 매개체였다.
진실이 아닌 말을 하는 것,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것, 그중에서도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말하는 것을 거짓말이라고 하며, 이는 신뢰를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요소이기도 하다.
살다보니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할 경우도 있더라만, 선의(善意)의 범위를 과연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이가 얼마나 될런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당장 눈앞에 일들을 해결하기에 여념이 없어 하게 되는 거짓말은 산더미처럼 불어날 것이고, 결국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터트려져 버릴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는 사이 하나, 둘 느는 거짓말에 점점 양심은 무뎌지고 어느새 자연스러울 정도에 다다른 거짓말은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 거짓말이 나인지를 모를 처참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할 것이다.
뻔한 결과를 알면서도 거짓말을 왜 하게 되는 것일까? 거짓말을 잘하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현실과 상상을 혼동해 거짓을 사실로 믿으려는 심리적 장애인 ‘리플리증후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까? 이 증상이 가리키는 점과도 어느 정도 유사점이 있어 보인다.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고 싶고 타인에게 능력좋은 사람이라 비춰지고 싶은 욕망이 투영돼 발현되는 이 증상은, 자신이 만든 허구적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이야기해 사실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또한 남들과는 달리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기에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순간적인 위기 모면을 위한 기지로써 거짓말을 잘 사용하는데 듣는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거짓말이 가져오는 파괴력은 겉잡을 수가 없다.
펠릭스 발로통의 작품 ‘거짓말’을 보면 서로 껴안고 있는 연인들이 만들어 내는 서사보다 눈에 띄는 강렬한 빨간색 때문에 거짓말이라는 작품 제목이 더욱 배가 돼 다가오는 것 같다.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주제가 그냥 은근한 거짓말이 아닌 우리말에서 자주 사용되는 ‘새빨간 거짓말’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소파에 다정스레 앉은 연인 중 여자가 남자의 귀에 뭔가를 속삭이고 있고, 남자는 눈을 감고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다. 둘 중 과연 누가 거짓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걸까? 누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남녀의 사랑에 대한 에로틱한 묘사만이 아니라 거짓말이라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은 외부에서 보여지는 모습 이면의 진실과 인간관계의 복잡성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사랑은 아름다운 감정은 맞지만, 동시에 얼마든지 기만적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나는 겉으로는 건전해 보이지만 내면에 말하지 못한 악덕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즐긴다’라는 작가의 언급을 통해 알 수 있듯 작품 ‘거짓말’에서도 커플들의 거짓과 위선에 찬 비윤리적인 멜로드라마를 읽어볼 수 있다.
스위스 태생 프랑스 화가이자 판화가인 펠릭스 발로통은 고흐, 마티스, 클림트 등과 동시대를 구가하던 탓에 가려지기도 했지만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을 가진 예술가 중 하나였다.
특히 뛰어난 색채와 더불어 독창적인 목판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19세기 말 위선적이던 파리의 삶을 신랄하게 풍자해 그는 당대 최고 판화가라고 불리기도 했었다.
‘돈: 친밀감(The money:Intimacies)’이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은 파리 부르주아 커플의 친밀함을 주제로 만든 판화이다.
흑과 백의 강렬한 잉크 톤의 차이가 묘미인 그의 판화는 일본 우키요에 목판화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왼쪽으로 쏠린 화면에는 검은색을 등지고 서있는 검정 턱시도의 남자가 여자를 향해 뭐라 중얼거리는 모습을 묘사해 두었다. 독자들은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그림만 보고 판단할 수 있을까?
일단 여자는 남자의 말을 흘려듣는 모양새다. 오묘함과 수많은 미스터리한 궁금증이 피어오르게 하는 이 작품의 내용이 그리 긍정적일 것 같지 않은 뉘앙스는 제목을 통해 어느정도 캐치해 낼 수가 있다.
의도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거짓말’의 본질적인 이유는 어찌됐건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흔한 사례로는 금전적인 사기, 취업사기, 영업사기, 로맨스스캠등 인간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기들인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이런 일들은 결국 자신의 이익을 목적에 두고 진행된다.
그리스 신화 속 거짓말쟁이의 교활함을 주관하는 신은 날개 달린 모자와 신발을 신고 신의 전령사를 자처하는 ‘헤르메스’다.
제우스의 아들인 헤르메스가 태어나자마자 아폴론에게 저질렀던 일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아폴론의 재산인 불사의 소를 훔쳐 놓고도 시치미를 떼며 했던 그의 행동들은 흡사 양치기 소년을 연상시킨다.
여느 동화처럼 ‘옛날 옛적 어린 양치기 소년이 있었답니다.’로 시작하는 이 우화는 소년이 심심풀이로 했던 거짓말이 가져다주는 좋지 않은 영향에 대해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소년의 허탈한 거짓말은 정작 진짜로 늑대가 나타났을 때 무용지물이 됐고 결국 소년은 목숨을 잃게 된다.
시101:7 거짓 행하는 자가 내 집안에 거하지 못하며 거짓말하는 자가 내 목전에 서지 못하리로다.
잠26:28 거짓말하는 자는 자기의 해한 자를 미워하고 아첨하는 입은 패망을 일으키느니라.
성경 구절에도 ‘너희가 서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거짓은 위선이요, 참이 아니요.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욕심을 위한 거짓은 달콤하고 쉬울 테지만, ‘인간으로서 삶의 목적은 삶의 의미를 찾는 데 있다’는 점도 늘 염두해 두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현남·전남대 강사)
진실이 아닌 말을 하는 것,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것, 그중에서도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말하는 것을 거짓말이라고 하며, 이는 신뢰를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요소이기도 하다.
살다보니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할 경우도 있더라만, 선의(善意)의 범위를 과연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이가 얼마나 될런지는 미지수다.
그러는 사이 하나, 둘 느는 거짓말에 점점 양심은 무뎌지고 어느새 자연스러울 정도에 다다른 거짓말은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 거짓말이 나인지를 모를 처참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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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통 作 ‘돈: 친밀감(The money:Intimacies)’<위키피디아 검색> |
뻔한 결과를 알면서도 거짓말을 왜 하게 되는 것일까? 거짓말을 잘하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현실과 상상을 혼동해 거짓을 사실로 믿으려는 심리적 장애인 ‘리플리증후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까? 이 증상이 가리키는 점과도 어느 정도 유사점이 있어 보인다.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고 싶고 타인에게 능력좋은 사람이라 비춰지고 싶은 욕망이 투영돼 발현되는 이 증상은, 자신이 만든 허구적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이야기해 사실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또한 남들과는 달리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기에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순간적인 위기 모면을 위한 기지로써 거짓말을 잘 사용하는데 듣는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거짓말이 가져오는 파괴력은 겉잡을 수가 없다.
펠릭스 발로통의 작품 ‘거짓말’을 보면 서로 껴안고 있는 연인들이 만들어 내는 서사보다 눈에 띄는 강렬한 빨간색 때문에 거짓말이라는 작품 제목이 더욱 배가 돼 다가오는 것 같다.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주제가 그냥 은근한 거짓말이 아닌 우리말에서 자주 사용되는 ‘새빨간 거짓말’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소파에 다정스레 앉은 연인 중 여자가 남자의 귀에 뭔가를 속삭이고 있고, 남자는 눈을 감고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다. 둘 중 과연 누가 거짓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걸까? 누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남녀의 사랑에 대한 에로틱한 묘사만이 아니라 거짓말이라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은 외부에서 보여지는 모습 이면의 진실과 인간관계의 복잡성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사랑은 아름다운 감정은 맞지만, 동시에 얼마든지 기만적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나는 겉으로는 건전해 보이지만 내면에 말하지 못한 악덕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즐긴다’라는 작가의 언급을 통해 알 수 있듯 작품 ‘거짓말’에서도 커플들의 거짓과 위선에 찬 비윤리적인 멜로드라마를 읽어볼 수 있다.
스위스 태생 프랑스 화가이자 판화가인 펠릭스 발로통은 고흐, 마티스, 클림트 등과 동시대를 구가하던 탓에 가려지기도 했지만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을 가진 예술가 중 하나였다.
특히 뛰어난 색채와 더불어 독창적인 목판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19세기 말 위선적이던 파리의 삶을 신랄하게 풍자해 그는 당대 최고 판화가라고 불리기도 했었다.
‘돈: 친밀감(The money:Intimacies)’이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은 파리 부르주아 커플의 친밀함을 주제로 만든 판화이다.
흑과 백의 강렬한 잉크 톤의 차이가 묘미인 그의 판화는 일본 우키요에 목판화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왼쪽으로 쏠린 화면에는 검은색을 등지고 서있는 검정 턱시도의 남자가 여자를 향해 뭐라 중얼거리는 모습을 묘사해 두었다. 독자들은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그림만 보고 판단할 수 있을까?
일단 여자는 남자의 말을 흘려듣는 모양새다. 오묘함과 수많은 미스터리한 궁금증이 피어오르게 하는 이 작품의 내용이 그리 긍정적일 것 같지 않은 뉘앙스는 제목을 통해 어느정도 캐치해 낼 수가 있다.
의도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거짓말’의 본질적인 이유는 어찌됐건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흔한 사례로는 금전적인 사기, 취업사기, 영업사기, 로맨스스캠등 인간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기들인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이런 일들은 결국 자신의 이익을 목적에 두고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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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리 피에르 作 ‘헤르세에게 반한 헤르메스’ <위키피디아 검색> |
그리스 신화 속 거짓말쟁이의 교활함을 주관하는 신은 날개 달린 모자와 신발을 신고 신의 전령사를 자처하는 ‘헤르메스’다.
제우스의 아들인 헤르메스가 태어나자마자 아폴론에게 저질렀던 일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아폴론의 재산인 불사의 소를 훔쳐 놓고도 시치미를 떼며 했던 그의 행동들은 흡사 양치기 소년을 연상시킨다.
여느 동화처럼 ‘옛날 옛적 어린 양치기 소년이 있었답니다.’로 시작하는 이 우화는 소년이 심심풀이로 했던 거짓말이 가져다주는 좋지 않은 영향에 대해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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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나타났다는 소년의 허탈한 거짓말은 정작 진짜로 늑대가 나타났을 때 무용지물이 됐고 결국 소년은 목숨을 잃게 된다.
시101:7 거짓 행하는 자가 내 집안에 거하지 못하며 거짓말하는 자가 내 목전에 서지 못하리로다.
잠26:28 거짓말하는 자는 자기의 해한 자를 미워하고 아첨하는 입은 패망을 일으키느니라.
성경 구절에도 ‘너희가 서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거짓은 위선이요, 참이 아니요.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욕심을 위한 거짓은 달콤하고 쉬울 테지만, ‘인간으로서 삶의 목적은 삶의 의미를 찾는 데 있다’는 점도 늘 염두해 두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현남·전남대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