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 24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부상당한 계엄군과 그를 도운 시민과의 상봉 자리를 마련했지만, 다른 사람인 것으로 최종 확인돼 ‘성급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25일 조사위에 따르면 전날 광주 북구 한 병원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었던 박윤수씨와 시민군 신봉섭씨, 의사 정영일씨가 만났다.

조사위는 80년 5월 당시 머리에 돌을 맞고 쓰러진 박윤수씨를 신봉섭씨가 손수레에 실어 정영일씨의 병원으로 후송한 것으로 파악, 이날 만남을 주선했다.

그러나 이들의 증언이 엇갈렸다.

의사 정씨는 “박씨가 손수레에 실려 병원으로 왔다”고 기억했지만, 시민군 신씨는 “자동차에 실어 후송했다”고 의아함을 드러냈다.

또 신씨는 “당시 후송한 병원과 (정씨의 병원이) 이름이 다르다”고 반문했다.

결국 조사위는 신씨가 도와준 사람은 박씨가 아니라 유사한 사례인 다른 계엄군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때문에 이번 상봉은 조사위가 정확한 검증 없이 섣불리 사실관계를 확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5·18단체 관계자는 “만남의 자리 전, 당사자들 간 증언을 교차 비교만 했어도 없었을 일”이라며 “국가 차원의 조사를 하는 기관에서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른 건 그야말로 웃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조사위 관계자는 “이번 만남 전 신씨의 진술이 당시 상황과 매우 부합했다”며 “비슷한 사례가 많아 이들 모두 병행 조사하겠다”고 밝혔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