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도로는 말할 것도 없고 중심대로에 위치한 1층 매장의 공실률이 30%에 달합니다. 충장로에 상권이 조성된 지 100여 년이 넘었지만 지금 같은 불황은 처음입니다.” 한때 호남 최대 상권으로 손꼽혔던 충장로가 휘청이고 있다. 한 상인회 관계자의 푸념은 현재의 곤경을 넘어 여기서 더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까지 닿아 있었다. 여기에 복합쇼핑몰의 광주 진출은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상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렇지만 ‘궁즉통(窮卽通)이면 통즉변(通卽變)’이라 했던가. 막다른 곳에 이르면 통할 것이요, 통하면 변하기 마련이다. 충장로 상인, 관계 공무원 일행은 지난 5월 8일부터 11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으로 벤치마킹을 다녀왔다. 연수단이 일본으로 떠난 이유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80년대까지 고도성장을 이룩했으나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쏠린 일본경제의 거품이 빠지며 장기 침체에 접어들자 각 도시마다 활로 모색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서다. 연수단이 일본에서 주목한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 바로 콘텐츠와 네트워크 그리고 상생이다.

첫 번째로 ‘콘텐츠’다. ‘고쿠라의 부엌’이라 불리는 ‘단카시장’은 다양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에도시대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200여 점포가 성업 중인 ‘가와바타 상가’는 전통적인 일본 제품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어 일본의 전통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명소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 잡귀를 물리치는 여름 액막이 축제인 ‘야마카사 축제’는 2주 동안 500만여 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등 연중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 매출 신장과 상가 활성화를 이끌고 있었다.

두 번째는 ‘네트워크’다. 구마모토 최대 쇼핑 아케이드인 ‘시모도오리 상가’ 상인들은 일사불란한 조직력으로 지역 상권을 지켜왔다. 1947년 설립된 상가 상인회는 임차인이 상인회비를 내지 않을 경우 건물주가 회비를 내도록 강제하는 조례를 제정해 노후 공간 리모델링을 비롯한 상권 공동화 예방 등 자생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와바타 상가 역시 후쿠오카 상공회의소 주최로 800여 년 넘게 시민축제를 이어오며 민·관·산·학 연대의 모범적인 모델로 회자되고 있다.

세 번째는 ‘상생’이다. 후쿠오카시 제일의 쇼핑타운인 ‘텐진 지하상가’와 ‘캐널시티’는 다양한 백화점, 쇼핑몰과 연결돼 있어 지상과 지하, 대기업과 자영업자가 서로 공존하는 공간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배타적 경쟁 대신 공존 공생의 길을 택한 것이다. 방문객들은 상권 내 다양한 상품군과 매장별 특성에 따라 넓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어 좋고, 상가에서는 자체 콘텐츠 강화에 힘쓰며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구마모토시에서는 1988년부터 아름다운 예술도시를 위한 ‘아트폴리스’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미관 개선은 물론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었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라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충장로는 분명 위기 상황이다. 때문에 변화를 통해 기회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충장로의 강점은 100여 년 넘는 세월 동안 특색있는 전통 상가를 꿋꿋이 지켜왔다는 점이다. ‘원심유장(源深流長)’이라는 말처럼 근본이 깊고 튼튼해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유장한 미래를 열어젖힐 수 있다는 얘기다.

100억 원이 투입되는 ‘충장 상권 르네상스’ 사업도 알찬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빈 점포에 입점해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청년상인들의 활약도 희망의 증거다. 연수단에 참여한 상인들 의지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굳세다. 무안국제공항이 본궤도에 올라 중국·일본·동남아 관광객들을 하늘길로 실어 나르고 충장로가 위기에 맞서 과거의 영화를 되찾는다면 광주가 일본의 ‘후쿠오카’와 같은 국제 관광도시로 비상하는 것이 결코 실현 불가능한 꿈은 아닐 것이다. 충장로의 날개여 다시 돋아라, 한 번 더 힘차게 날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