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남해 바래길 13코스
여수반도 바라보며 남해 서쪽 몽돌해변을 걷다
2023. 05. 16(화) 19:39 가+가-

해변은 지그재그로 곡선을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바닷물과 만난다. 남해 바래길은 해변을 따라 이어지지만 13코스처럼 자연 그대로의 해안을 따라 걷는 경우는 드물다.

서상항은 과거 여수와 카페리가 오갔던 남해의 대표적인 항구다. 2012년 여수엑스포가 열릴 때는 여수와 서상항을 오가는 크루즈선이 운항되기도 했다. 여수엑스포가 열리는 3개월 동안 많은 관광객이 여수엑스포를 관람하고 나서 크루즈선을 타고 남해를 찾았다.

여수엑스포 이후 여수와 남해를 오가는 여객선은 운항되지 않는다. 여객선이 운항되지 않으니 여객선터미널도 필요 없게 됐다. 옛 여객선터미널은 리모델링해 게스트하우스로 이용된다. 서상항은 해넘이가 아름다운 항구로 조용하고 아늑하다.

서상항 안쪽에 있는 서면보건지소 앞에서 남해 바래길 13코스 걷기 시작한다. 조그마한 하천을 따라 서상리 마을길을 걷는데 수령 400년이 넘는 거대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마을의 수호신마냥 당당하게 서 있다. 임도를 따라 걷는데 서상항과 남해스포츠파크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한때 영화를 누렸던 서상항도 이제는 한적한 어항으로 변모했다.

예계해변으로 내려선다. 조그마한 예계포구 너머로 여수시내의 고층빌딩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건너편 여수반도와 이곳 남해도 사이로 깊숙하게 파고 든 바다를 여수만이라고 부른다. 남해 바래길 13코스는 여수만을 왼쪽에 두고 걷게 된다.

예계해변은 외부인에게 알려진 해변이 아니라서 한적한 편이다. 예계해변은 몽돌해변을 이루다가 너럭바위 형태의 바위지대로 바뀐다. 갯바위들은 바다 건너 여수반도가 그리운 듯 여수만 쪽으로 길쭉하게 발을 내밀었다. 갯바위는 파도가 밀고 들어오면 자신의 몸을 감췄다가 파도가 빠져나가면 알몸을 드러내곤 한다.

몽돌해변은 지그재그로 곡선을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바닷물과 만난다. 남해 바래길은 해변을 따라 이어지지만 오늘 걷고 있는 13코스처럼 자연 그대로의 해안을 따라 걷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바래길이 방파제를 겸한 해변 시멘트길을 따라 이어지거나 해변 언덕길을 걷기 때문이다.

인공적인 시설이 없는 천연 그대로의 해변이 사람과 자연과의 간격을 좁혀준다. 뭍과 바다의 경계를 이루는 몽돌 위를 걷고 있으면 파도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가 빠져나가곤 한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는 몽돌과 만나 감미로운 음악이 된다. 파도소리가 바람소리, 새소리와 합쳐지니 말 그대로 자연이 만든 협주곡이다.

인공적인 시설이 없는 천연 그대로의 해변이 사람과 자연과의 간격을 좁혀준다. 뭍과 바다의 경계를 이루는 몽돌 위를 걷고 있으면 파도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가 빠져나가곤 한다.


커다란 바위가 부서져서 작은 돌이 되고,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모난 돌들이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닳고 닳아 매끄럽고 둥근 조약돌이 됐다.

모난데 없는 조약돌을 보고 있으면 인간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무수한 세월을 살아오면서 온갖 풍파를 겪다보면 웬만한 난관도 너그럽게 품어 안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몽돌해변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지금까지 걸어왔던 해변의 해안선이 한없이 부드럽고 예쁘다. 작은 포구가 있는 상남해변으로 들어선다. 상남포구는 상남마을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 상남해변을 지나 너럭바위를 통과한다. 해안선에 바짝 붙어 걷다보면 파도가 밀려와 금방이라도 발을 적셔버릴 것만 같다. 파도와 숨바꼭질하듯 걷다보니 천진난만한 어린이가 된 것 같다.

작장해변 또한 마을과는 약간 떨어져 있고 조금 전 만난 상남해변과 마찬가지로 조그마한 포구가 자리하고 있다. 푸른 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수상보트들이 하얀 물보라를 만들며 쏜살같이 지나간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남상마을 북쪽 해변에 방풍림이 조성돼 있고, 앞쪽은 몽돌해변이다. 숲 아래에 놓인 평상에 앉아 몽돌해변과 바다를 바라본다. 잔잔하고 푸른 바다가 평화롭고 고요하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니 그 품이 넓고 넉넉하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고 숲이 만들어준 그늘이 시원하다.

잔잔하고 푸른 바다가 평화롭고 고요하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니 그 품이 넓고 넉넉하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고 숲이 만들어준 그늘이 시원하다.


밭길을 지나고 임도를 걷고 나니 또 다른 해변마을, 염해마을에 닿는다. 마을 앞은 모래해변을 이루고 있지만 지금은 밀물 때라서 바닷물로 덮여있다.

5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던 염해마을의 옛 이름은 염전포였다. 주민 대부분이 소금을 만들어 생활하다보니 마을이름도 염전포가 됐다. 지금은 염전은 없지만 마을 앞에 조그마한 포구를 가지고 있고, 마을 뒤쪽은 농경지를 이뤄 반농반어 생활을 하고 있다.

5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던 염해마을의 옛 이름은 염전포였다. 주민 대부분이 소금을 만들어 생활하다보니 마을이름도 염전포가 됐다. 지금은 염전은 없지만 마을 앞에 조그마한 포구를 가지고 있고, 마을 뒤쪽은 농경지를 이뤄 반농반어 생활을 하고 있다.


남해 바래길 13코스가 지나는 해변에서는 어디에서든 여수만을 붉게 물들이며 넘어가는 낙조를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다.

해질녘 여수만을 물들인 붉은 노을은 상상만 해도 가슴 설렌다. 남해 바래길 13코스를 ‘바다노을길’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염해해변을 지나 언덕으로 오르는 임도를 따라서 간다. 언덕길을 걷다보면 사방으로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여수만 건너 여천공단과 광양국가산업단지, 이순신대교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광양국가산업단지 뒤로 광양시의 산봉우리들이 솟아있는 모습도 정답게 바라본다. 남해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망운산이 우뚝 솟아있고, 망운산이 여러 마을과 농경지를 품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조금 전 만났던 염해마을이 정답게 내려다보인다.

잠시 후 지나게 될 유포마을 다랑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망운산 서북쪽 자락에 있는 유포마을 다랑논은 구불구불한 논두렁과 수십 개의 층을 이루고 있다. 산비탈 경사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고 지형대로 논두렁을 만들고 높낮이를 조정해 층을 이룬 논들은 주민들의 옹골진 삶의 모습이자 아름다운 농경문화재다. 곡선을 이룬 다랑논과 유포마을의 울긋불긋한 지붕들이 색상의 대비를 이룬 풍경이 쉽게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망운산 서북쪽 자락에 있는 유포마을 다랑논은 구불구불한 논두렁과 수십 개의 층을 이루고 있다. 산비탈 경사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고 지형대로 논두렁을 만들고 높낮이를 조정해 층을 이룬 논들은 주민들의 옹골진 삶의 모습이자 아름다운 농경문화재다.


유포해변에서 또 하나의 낮은 언덕을 넘어가면 노구마을이다. 마을로 내려와 골목길을 따라 해변 쪽으로 향한다. 북쪽으로 하동 땅이 멀지 않게 다가온다. 하동의 금오산이 우뚝 서서 남해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가깝게 느껴진다.

단호박 넝쿨 짙푸른 논길을 지나 노구방파제 제방으로 올라선다. 바닷물이 빠지고 있는 시간이라 갯벌이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 간조기가 되면 이곳에는 갯벌이 넓게 펼쳐진다. 작은 무인도 우미도가 지척에서 손짓하고 바다 건너에서는 멀리 광양 백운산까지 조망된다.

오늘 걸었던 고즈넉한 몽돌해변과 한적한 해변마을, 생명력 넘치는 갯벌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망운산 자락에 자리한 다랑논과 자연부락도 아름다운 해변과 함께 남해의 다채로운 풍경으로 기억될 것 같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해 바래길 13코스는 남해도 서쪽 해변을 따라 걷는 길로, 여수만과 여수반도를 바라보며 걷는다. 곳곳이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명소다.
※코스:서면보건지소→예계해변→상남해변→남상해변→염해마을→유포마을→노구마을→중현하나로마트
※거리, 소요시간 : 12.7㎞, 4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서면보건지소(경남 남해군 서면 남서대로1687번길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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