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를 실천하는 하루하루가 모여져 만들어지는 삶이란,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일이다.

이런 삶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치원부터 정규교육을 마치고 회사에 들어간 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삶의 루틴을 살아간다.

물론 남들만큼만 사는 일도 무척이나 어려운 일인 줄 필자도 잘 알고 있지만, 이런 와중에도 오롯이 두 발로 꼿꼿이 선 채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삶의 주인으로서 마음에 품은 생각을 실천해 가며 자유를 느끼고 비록 ‘날 것’ 일지라도 그 자체로 빛나는 그들이 참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이렇게 그들이 빛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뻔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답은 ‘행동’에 있다.

행동하는 삶이란 목적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실행해 간다는 의미를 함께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내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고 실행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 있어 남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와는 무관할 줄 알아야 하며, 주변 환경에 덜 흔들리고 의식의 질서를 잡아 자신이 주도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관건이다.

오만과 편견을 갖는 것은 무서울 일일 테지만, 자신의 뚜렷한 가치와 삶의 의미가 분명하다는 것은 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상과 주변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단어로서도 주권(主權)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으로는 ‘프랑스 혁명’을 빼놓을 수 없는데, 그 근간이 되었던 일들 중에서 테니스코트의 서약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렸던 작품 ‘테니스코트의 서약’을 보자.

작품을 보면 수 많은 사람들이 테니스 코트장에 꽉 들어차 아우성치며 무언가를 하고있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한가운데 선 사람으로, 이를 중심으로 좌우를 뱅 둘러선 사람들이 거수를 한 채 그를 응시하고 있다. 중간에 선 채로 오른손을 들고 선서를 하고있는 이는 다름 아닌 의장이다. 그리고 그 주위로는 평민들이 섰는데 의장의 말에 감격하는 모습을 그려낸 의미있는 작품이다.

무슨 일일까? 왜 시민들은 테니스 코트장에 모여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일까?

이유인 즉 세 가지 신분제에 따라 소집된 삼부회에서 다른 신분들과 서로의 의견을 맞출 수 없었던 시민들이 따로 회의실에서 모이고자 했지만, 루이 16세가 회의실을 봉쇄해버리는 일이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인구의 98%를 차지하고 있던 3신분의 시민들이 단 2% 비율밖에 차지하지 않았지만 세금 부담없이 권리만 누리던 귀족과 성직자에 대항해 개인별 투표권을 주장했었다. 이에 부담을 느낀 루이 16세의 조치로 위와 같은 상황이 일어났던 것이다.

장소를 구할 수 없던 시민들은 근처의 테니스 코트장으로 모여 역사적인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우리를 방해하지 못한다. 설사 강제로 대표들을 쫓아낸다 할지라도 그들이 모이면 그 곳이 어디건 국회임을 밝힌다.” (1789년 6월 20일 테니스코트 선언 중)

루이 16세가 군대를 주둔시키고 국민의회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시민들이 분노를 터트리게 되었고 절대왕정의 상징이던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며 무장을 하고 대항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시민들에 의해 함락된 이곳을 기점으로 혁명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게 된다.

프랑스 신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다비드는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하던 화가들과는 달리 현실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프랑스 혁명 이후 자코뱅당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관능미 넘치고 장식적이던 로코코 문화를 뒤집으며 등장한 신고전주의자답게 그의 그림에서는 계몽주의자들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면모 그리고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다.

비록 나폴레옹의 궁정화가로 활동했던 적이 있기도 해 모호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프랑스를 귀족들에게서 해방시키고자 했으며 그림을 통해 이를 보여주길 바랐다.

다음으로 살펴볼 작품은 영국 의 얼굴 없는 화가로 알려진 뱅크시의 그래피티 작품이다.

일반적인 회화나 설치, 조각이 아닌 길거리의 벽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형태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행보와 대중을 향한 사회적 메시지 때문에 매번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화가이다.

그중 런던의 어느 벽에 그려진 그래피티 작품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정확한 날짜는 파악할 수 없지만, 낙서처럼 새겨진 벽화를 통해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알아챌 수가 있다.

뱅크시作 <위키피디아 검색>

뱅크시作 ‘풍선을 든 소녀’ <위키피디아 검색>

“if you repeat a lie often enough, it becomes truth.” “거짓말이 지속해서 반복되다 보면 당신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게 될 것이다.”라는 의미인데, 자세히 보면 ‘truth’(진실)이라는 단어가 지워졌고, 대신에 빨간 글씨로 ‘politics’(정치)라는 단어가 새로 적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나 어린아이가 글을 적고 있는 모습은 왠지 의아하기도 한데, 어린이의 행동을 통해 오히려 의미는 더욱 강렬하게 전달되고 있다.

말 그대로 읽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다시피 정치인들이 매번 거짓말을 한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벽화에 새긴 메시지를 통해 뱅크시는 ‘거짓말의 반복적인 효과’는 인류의 수많은 문제와 갈등의 원인이 됐기에 우리는 반드시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주권에 대한 것과 비판적인 사고를 길러야 하는 것처럼,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요즘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세밀하게 진화된 폭력들도 주체적인 사고와 삶을 살기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럴 때일수록 진정한 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늘 행동하고 실천하며, 그 속에 참여할 줄 알아야 한다.

생각만하고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가 없다. 그래도 살아있는 한 런던 워털루 브리지에 새겨졌던 뱅크시의 유명작품 빨간 풍선을 든 소녀에 담긴 메시지처럼 ‘희망’을 꿈꿔야 함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용서는 하되 잊지는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행동하는 양심’을 통해 양심 없는 이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줄 명확한 의지를 보여줄 때, 세상은 조금씩 변해 갈 것이며 우리가 바라마지 않는 진정한 대동 세상도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이현남·전남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