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중함을 따듯한 시선으로 담아낸 디카시집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김석윤(사진) 시인의 디카시집 ‘죽어도 가오리’가 문학들 ‘디카시선’ 첫 번째로 출간됐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와 시(詩)의 줄임말이다.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잡아내 찍은 사진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를 말한다. 한마디로 사진에 대한 언어의 표현이자 언어에 대한 사진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사진의 의미를 짧은 경구로 풀어주고 함축된 언어의 의미를 한 장의 사진으로 풀어준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해 사진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카메라를 이용해 일상 속에서의 시적 감흥을 순간 포착하고 그 사진과 함께 5행 이내의 시적 문장으로 표현한 뒤, SNS 등으로 실시간 쌍방향 소통하는 창작 방식이다.

시인이나 사진작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손쉽고 흥미롭게 자신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성을 지녔다.

시가 어려워 멀리했던 독자라면 ‘디카시’를 통해 새로운 시의 세계, 영상의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시집의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이번 시집은 김 시인이 직접 찍은 컬러사진과 시 64편을 총 4부 ‘희(놀고)-로(일하고)-애(사랑하고)-락(죽다)’으로 담아냈다.

또한 발문이나 해설 대신 ‘디카시 함께 읽기’라는 부록으로 김 시인의 디카시 5편에 대한 여러 시인들의 감상평을 실어 디카시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사진과 글이 딱 맞아 떨어질 때 디카시의 진가는 배가된다.

‘인솔 교사님들!/학생들 통제 단단히 하세요.//아이고, 교장 선생님!쟤들 지금 아무도 못 말려요.’ 작품 ‘병아리 떼 소풍 가는 날’은 유쾌한 내용의 시와 사진이 조화를 이룬다. 담벼락엔 근엄한 부엉이 한 마리가 큰 눈을 부라리며 응시하는 그림이 있고, 그 위로 무리 지어 피어난 노란 개나리들이 어지러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병아리떼 소풍 가는날’

작품 ‘수화’에서는 붉고 흰 고무장갑, 예식에 쓰는 면장갑 등 각각의 사연이 담긴 장갑에 주목한다. 그리고 ‘오늘도 묵묵히/손으로 말하는 이들이 있다’라는 단 두 줄의 시구로 한 컷의 사진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김석윤 시인 디카시집 ‘죽어도 가오리’의 ‘수화’ 중 일부<문학들 제공>

이밖에도 잔설에 찍힌 자신의 발자국을 두고는 ‘모두가 날 앞서갔는데도/너만은 내 뒤를 따랐구나’(동행)고 노래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김 시인은 1962년 전남 완도 출생으로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타르쵸 깁는 남자’가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