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나서주세요. 거리 한가운데에 쓰레기장이 말이 됩니까.”

광주 북구 문흥동의 한 거리에 10년이 넘도록 쓰레기더미가 치워지질 않아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있다.

이 지역을 지나가는 주민들이 북구청의 즉각적인 처리를 바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일 오전 8시께 광주 북구 동문대로 191번길.

길을 따라 지역아동센터가 들어선 건물과 공동주택 사이의 한 상가 앞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선풍기, 믹서기, 밥솥, 청소기, 정수기 같은 가전제품부터 페트병, 알루미늄 캔, 폐지 따위의 재활용품은 한 데 뒤엉켜 상가 출입문의 절반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쓰레기 더미엔 세척되지 않은 채 버려진 배달 용기와 음식물 등도 섞여 코를 찌르는 악취마저 풍겼다.

유리문 사이로 보이는 상가 내부의 상황도 바깥과 비슷했다. 선별되지 않은 각종 쓰레기가 곳곳에서 나뒹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곳을 수거 장소로 오인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를 보며 인근 주민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동주택 주민 박모(45)씨는 “쓰레기가 쌓인 걸 보고 사람들이 오가면서 쓰레기를 버리니 날이 갈수록 더미가 커져간다”며 “거리 한가운데에 쓰레기장이 웬 말이냐”고 분개했다.

다른 주민 이모(59)씨도 “쓰레기가 쌓인 게 족히 10년은 넘었다”며 “수년 전 북구청 공무원들이 나서서 쓰레기를 치웠지만 이내 다시 쌓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자가 네이버 로드뷰를 통해 지난 2011년 4월 이곳 상가의 모습을 확인해 본 결과 상태는 지금과 다를 바 없었다. 서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2012년 10월, 2015년 7월, 2018년 1월, 2019년 11월, 2020년 11월, 2021년 4·11월, 2022년 2·5·10월 모두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주민들은 관할 구청인 북구에 문제 해결을 바라고 있다.

북구도 이곳 현장의 심각성은 인지한 상태다.

북구에 따르면 상가 소유주인 A씨는 설비업을 하다 그만둔 뒤 동네를 돌며 재활용품을 수집, 고물상에 내다 팔았다. 그러다 십수년 전 부턴 집에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집 안이 가득 채워지자 쓰레기는 상가 밖에 쌓이기 시작했고 현 상태가 됐다. 이에 북구도 수차례 수거에 나섰지만 상가가 A씨의 소유고 쓰레기를 소유물로 주장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18년 극적으로 A씨의 부인을 설득해 쓰레기를 일괄 수거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쓰레기는 다시 쌓이기 시작했고 현재 진행형이다.

A씨의 행동은 저장강박증으로 불린다.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수집하는 것을 넘어 버리지 못하는 증상을 보여 악취와 오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북구도 다방면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북구 관계자는 “A씨와 정기적으로 만나 설득하고 있지만 뜻이 워낙 완고하시다”며 “도로 위의 쓰레기라도 치울 수 있도록 수거를 요청하는 계고장을 발부했다. 기간 만료 후에도 정리되지 않으면 적법한 절차에 맞게 강제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