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고려인마을(광산구 월곡동)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민이 된 고려인 동포들 800여 명을 고국으로 귀환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고려인 마을은 유라시아 일대에 흩어져 살던 동포들이 귀환해 이뤄낸 공동체다. 역사의 굴곡으로 이산의 아픔을 겪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이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행동에 나선 결실일 것이다.

감동적인 스토리다. 정부나 지자체의 특별한 도움 없이 펼친 일이기에 더더구나 가슴에 와 닿는다. 이들 주민들과 같은 지역에 사는 광주 시민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평화 인권의 도시 광주의 진면목을 보여준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노벨 평화상’을 받을 일이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그 어느 민족도 이런 일을 해내지 못했다.

우리 겨레 특유의 민족공동체 정신이 만들어 낸 쾌거일 것이다. 5 18 민주화운동 당시에 그 정신은 주먹밥 나누기, 대동정신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어느 민족에게도 전례가 없는, 이 끈끈한 정신을 우리는 나라 발전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인구절벽 위기가 현실적으로 우리들 눈앞에 다가서고 있다. 겨우 몇 십 년 후 몇몇 지자체의 소멸이 거론되기도 한다.정부는 물론이요 각급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쏟으며 주민 수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쏟아부은 노력에 비해 그 효과는 미미하다. 지극히 개개인의 영역에 속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삶의 터를 결정하거나 자녀를 많이 낳는 일을 국가가 견인한다는 것 자체가 난망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구절벽 대응 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그에 비례해 투입되는 예산 또한 끝없이 늘어갈 것이다.

정책의 가성비를 생각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이런 고민을 해볼 때마다 유라시아 곳곳에 흩어져 어렵게 살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을 떠올리게 된다. 현재 그 숫자는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대략 60여 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의 삶은 대체로 풍족하지 않은 편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도 생계비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저임금 체제에 놓여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고국 귀환은 인구절벽 위기 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강도 높은 작업이 필요한 농업 현장이나 건설 현장은 이미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채워져 있는 게 현실이다. 내국의 젊은이들은 유통이나 서비스, 기술집약형 일터로 몰려가기 때문에 기초 산업부문에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이 집중되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또한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에 적지 않은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고려인 동포들은 우리와 언어가 같고, 정서가 같은 민족문화 동일체이기도 하다. 이주에 따른 난제들이 미미할 게 당연하다. 이들 동포들은 또한 일찌감치 소가족(小家族) 체제가 자리 잡은 우리와는 달리 농업사회의 특징인 평균 4-5명의 가족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출산 장려 정책의 수용성이 높다는 얘기다. 농업 노동에 익숙한 이들은 특히 농업 비중이 높은 전남을 삶의 터로 삼기에 유리하다.

인구절벽 해소 차원에서 유라시아 고려인 동포 귀환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 된 듯 싶다. 물론 미리 해결해야 할 법률적인 과제가 많긴 하다. 이주와 동시에 영주권이 주어져 내국인과 똑같이 기초생활의 터를 잡을 수 있는 입법이 전제 돼야 한다. 입만 열면 인구절벽 위기를 말하는 정부나 지자체의 각별한 관심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