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결혼식 폐백과 명절 때 한두 번 입고, 상자에 담겨 있다. 1998년 ‘수피아90년사’를 보니 1915년 수피아 고등과 1회 졸업생 교복이 흰 한복이다. 1922년 8회 졸업생은 흰 저고리에 검정 치마 한복, 교복이다. 1948년 흑백사진은 중 제19회생 교복이 검정색 한복으로 보인다.

우리 옷감은 광목, 포플린, 나일론, 화섬, 실크를 거쳐온다. 2022년 광주 전화번호부에 한복점은 54개, 한복대여점 22개와 함께 개량한복 돌실나이가 있다. 2021년 기준 광주사업체 조사보고서에 한복제조업체는 80개, 종사자 수는 109명이다.

광주 최초 근대 포목점은 1909년 수기옥정 373번지 협원성(協源盛)이다. 토지이력서에 1912년 충장로4가 9번지 24평 주인이 손춘포(孫春圃), 8번지 22평은 1919년 누문리 132번지에 주소를 둔 심덕선, 1943년 심양섭이 소유자다.

1935년 회사표에 포목상점으로 1927년 11월 합명회사 남창상회(심덕선), 1934년 9월 충장로5가 46번지 동양상공주식회사(유상벽), 1935년 충장로 5가 49번지 합자회사 화신상회(박경홍)가 기록돼 있다.

광복 이전 충장로4가 공익상회 판촉물(광주역사민속박물관 도록2020).

광복 전부터 충장로4가 주단(紬緞)·포목점은 대개 상회를 달고 있었다. 대창(이재홍), 이중신 상점, 덕창(김종선), 팔만(곽근수), 공익(유동석·현상), 금성(김한섭), 대동(정용모), 원창(최경식)이 위치했다고 2014년 판 ‘충장로의 역사와 삶’과 광주역사민속박물관 도록에 수록돼 있다.

광복이전 충장로 상점 지도에 표기한 현 한복점 지도(향토지리연구소2023).

광주가 일찍이 섬유도시로 자리매김한 것은 1904년 9-12월 거래된 무명(목화)량이 3천500필에 달했다는 자료와 1920년대 학·양·유동 제사공장, 1935년 임동 면방직공장 설치에서 기인한다. 옛 화니백화점 후문부터 조흥은행을 거쳐 금성여객 일대의 충장로4·5가 주단집 집적요인은 도로원표점과 같은 교통요지로서 입지도 크게 작용했다.

1956년 문헌에 광주 포목점과 운영자 이름이 15개 나온다. 충장로5가 92번지 태고양행(채규종)을 비롯해 충장로3가 문제태·최백금·국채행, 충장로4가 백화상회(김재복)·삼성상회(이광주)·김의연·김복자·이상하·광복상회(이성근)·강승두, 충장로5가 광흥상회(선용규)·유풍상회(장한섭)·권종상회(권종선), 송정읍 협성복(福)상점(옥규복)이다.

1970년대 연감에서 한복점 위주로 충장로 가게를 살핀다. 1955년 설립한 5가 47번지 순광상회(오삼수)가 보이며, 1960년대 선 곳으로는 3가 20번지 부인(백채은), 4가 37번지 남신(임헌주), 5가 30-4번지 부성(김영관), 32번지 안동(권상수), 52-12번지 천광(박영진), 78번지 유풍(장영언)·신진(임점덕)이다.

연대미상과 1970년대는 2가 2-2번지 미광(양동술), 3가 9번지 선경(전복자), 30번지 광주저고리, 4가 3번지 동양(박금련), 19번지 대흥(조만성), 23번지 서울한복(박윤종), 41번지 성광, 43번지 경도(유춘균)이다.

5가는 15번지 나주(유경열), 32번지 옥창, 48-1번지 우성(박홍제), 52번지 남선(김형봉)·오복, 56번지 유창(최계수), 58번지 성광(이복례), 83번지 부영(최영권), 84번지 해동(문병조), 88-2번지 흥창(이화순), 동아(강막동)이다. 금동 211번지 금동시장15호(양유복)와 양동시장 삼화(김태실)도 있다.

1960년대 충장로 4·5가에 40여개 포목점은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15곳으로 감소했다가 1980년대에 60개로 급증, 성황기를 맞이한다. 중앙로 확장공사·충금지하상가 조성과 홍콩·마카오산 원단 수입에다 86아시안게임·88올림픽 때 한복입기 운동전개는 광주한복 500집을 낳는다.

민주화운동 확산과 민족 정체성 찾기로 생활한복 등장과 1996년 12월 문화관광부 한복 입는 날 행사 제정은 상권을 고무시킨다. 이듬해 광주내 의상과 교수들과 함께 ‘우리옷사랑회’가 발족한다. 2003년 동구청은 특화거리로 ‘한복의 거리’를 지정한다. 2015년 전국 유일, 한복소공인특화지원센터가 마련된다.

2016년 6월 광주한복협동조합이 설립되고, 다음해 금남로5가 16-8번지에 사무실을 둔다. 2018년 4월 중앙로변 충장로4가 입구에 ‘혼수의 거리’ 상징물이 자리한다. 공모를 통한 박상권의 2.7m 조형물 제막식이 11일 열린다. 2020년 색동한복 콜라보 행사와 작년 충장축제 때 한복패션쇼(충장 한복에 물든다)도 한다.

충장로 혼수의 거리 조형물(향토지리연구소 2023).

2019년 광주대 패션주얼리학부 안명숙·허승연 교수가 남도민속학회와 한국의상디자인학회에 낸 광주 한복산업 집적지(충장로4·5가)와 관련, 논문을 읽는다. 2015년부터 조사에 참여한 32개사 중 27개사가 주력상품이 전통한복이다.

설립연대를 보면 1980년대 이전은 단 1개며, 2010년 이후가 10개사다. 운영자가 1-2인 28개, 60대 이상 13개, 여성 21개다. 건물은 소유 11개, 매장크기는 30-40평이 13개다. 연평균 매출액은 3천만원-5천만원이 11개, 1억원 이상은 4개소다.

유통·판매는 69.8%가 개인방문고객 대상으로 오프라인 맞춤 또는 소량생산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외주업체납품은 17.5%, 온라인 소량생산·판매 4.8%, 오프라인 대량생산·판매 또는 온라인 맞춤판매 각 3.2%, 온라인 대량생산·판매 1.5% 순으로 나타났다.

업체기술혁신 실태조사 결과, 기존 전통한복 제품 개선이 46.9%로 가장 많고 신한복을 중심으로 한 신제품 개발 28.1%, 유통·판매·홍보·마케팅 개선 15.6%, 기존 생산 공정 개선 6.3%, 신 생산 공정 3.1%이다. 대중교통을 통한 편리한 접근성은 장점이지만, 협소한 주차시설에 따른 불편함이 큰 단점으로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 한복산업 집적지는 전국적으로 미약하게 그 명맥을 지탱해오고 있다. 광주도 전통문화산업의 쇠퇴, 결혼풍속도 변화(폐백생략), 대여점 출현, 종사자의 고령화로 침체기다.

혼수의 거리에 현업 한복가게는 17개로 충장로4가 6번지 아리랑주단(정인순), 26번지 선의미, 27-1번지 호남한복, 48-1번지 아씨주단(박우근), 5가 30-4번지 귀부인(부성), 33번지 태왕주단, 46-4번지 천생연분. 48-1번지 백조(우성)주단, 52-4번지 동성주단, 52-14번지 태양한복, 53-2번지 은혜주단, 54번지 영부인, 57번지 선경주단, 83-6번지 부영상회, 85번지 대성주단(김영익)·귀인주단(이인순), 86번지 영도주단(박지환)이다.

부영상회 삼회장저고리(향토지리연구소2023).

1960년대 충장로5가 부성상회에 18세로 입문한 부영(富永)상회 최영권(77) 대표를 만났다. 1970년 충장로5가에 개업 이래 광주 비단전 중 가장 오랫동안 현업에 종사한 나주 금천생이다. 조선시대 전통한복을 지금까지 고수하며, 광주 최대 가게가 됐다. ‘부영’ 상표가 새겨진 다홍색 삼회장 저고리를 보여주며, 이대로 가면 광주에서 손바느질 우리 옷 점포는 소멸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노포 인생관 ‘그럴 수도 있겠지’가 맴돌았다.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