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설은 설이다
본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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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1. 18(수) 19:45 가+가-
사흘 후 설이다. 전통적으로 설날 아침에는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는다. 떡국 한 그릇 더 먹었다는 말은 설을 쇠고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는 표현이다. 차례와 성묘가 끝나면, 이웃 어른들과 친척 집을 찾아가 세배한다. 어렸을적엔 덕담을 나누고 세뱃돈을 받는 풍속이 재미있었다.
시골에서 태어난 필자는 설 장 보러 읍내 나가는 어머니를 따라가 새신발을 얻어신었다. 며칠전부터 마을에서는 어머니 할머니들이 모여 쑥떡 만들고 전을 부쳤다. 마을 곳곳 집집마다 음식만드느라 종일 연기가 피어오르고,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 때문에 골목이 시끄러웠다.
가난했지만 축제 같았던 이런 설 풍경이 사라진지 오래됐지만, 더 지나면, 그나마 남아 있는 세뱃돈 주는 풍속도 사라질지 모른다. 주고 싶어도 세뱃돈 줄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가난했지만 정겨웠던, 북적거렸던, 설마중 설레임을 영영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 인구가 작년 한 해 동안 약 20만명 줄었다. 2020년 이후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2019년 5185만명, 2020년 5183만명, 2021년 5164만명, 2022년 5144만명이다. 추세적 감소세다. 특히 현재 60대인 베이비부머가 사망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기 시작하면 인구 급감이 우려된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꼴찌다. 5년 전 1명 아래로 내려간 뒤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고 있다. 인구 절벽에서 끝없이 추락 하고 있다.
반면에 65세 이상 인구는 90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18%를 넘어섰다. 2025년 되면 전체적으로 20%를 돌파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 고령 사회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대응 예산을 편성해 16년간 2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상 인구통계에 따르면 1·2인 세대가 65%를 돌파했다. 인구는 감소하는데 세대수가 증가한 건 1인 세대 증가 때문이다. 1인 세대는 2018년 808만6000세대에서 2022년 972만4000세대로, 꾸준히 증가해 전체 세대에서 41%를 차지했다. 2인 세대는 24.2%였다. 전통적 가족 모델인 4인 세대는 17.8%, 3인 세대는 16.9%에 불과했다. 이런 1인 세대의 증가는 저출산을 심화시켜 지난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데, 조만간 0.6명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심각해도 너무 심각하다. 우울하다. 이러다 대한민국이 소멸하는 것 아닌가 걱정될 정도다. 지구촌 어디를 보아도 저출산·인구감소 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만큼 심각한 나라는 없다 오죽하면 출산율 세계 최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겠는가.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인구가 줄기 시작하면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저출산은 경제에 치명타를 준다. 향후 생산인구 감소로 이어져 국가 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기초단체 군 지역은 전국 82개 군 중 93%인 76곳이 이미 초고령사회다. 반면 상대적으로 15세부터 65세까지의 생산연령인구가 매년 줄어들어 노인을 부양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섰다.
본격적인 인구 소멸 신호탄이라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이라도 전반적인 인구 정책 방향과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인구구조와 세대 구성의 변화는 주거와 세제, 복지, 노동 등 많은 분야에서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할 맞춤형 정책 수립과 실행에 총력을 모아야 한다.
어떻게든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도록 유도해야 한다. 낳기만 하면 국가가 양육한다는 확신이 생겨야 낳을 것이다. 프랑스는 출산만 하면 대학까지 무상으로 교육 시켜준다. 1993년 출산율 1.65를 기록했던 프랑스는 2012년 출산율이 2.02를 넘어서며 저출산 극복에 성공했다. 프랑스는 경제적인 이유로 출산을 회피하지 않도록 일정금액의 양육비를 국가가 직접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아이의 90% 이상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립유치원에서 무상으로 교육을 받는다. 프랑스는 GDP의 4.7%인 약 150조원을 출산장려를 위한 보조금으로 지불해 저출산 위기를 극복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저출산 예산은 국가 GDP의 1%를 넘지 못한다. OECD 평균은 2.55%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출산율 부진 보고서’를 보면 자녀 출산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출산 및 양육비 부담(44%)”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아이 한 명을 대학까지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을 3억 896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양육비 부담을 덜어주지 않는 이상 저출산 대책은 요원하다.
인구절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프랑스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인구정책은 국력이라는 생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국가가 전폭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2017년 방한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대학생 간담회에서 한국을 ‘집단 자살(collective suicide) 사회’라고 해 파문이 일었다. 사상 첫 여성 IMF 총재였던 그는 “결혼 안 하고 출산율이 떨어지면 생산성과 성장률이 추락하고, 재정이 악화된다. 이런 악순환 고리가 바로 집단적 자살 현상이다. 이게 한국의 문제”라고 일갈했다.
세계 어느 나라나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는데 가장 우선 고려하는 정책은 일터, 장래 삶에 대한 전망, 주거 환경과 비용이다. 이 세가지가 불만족인 이상 아이를 낳을 리 없다.
대통령부터 가장 크게 관심갖고 성과를 내야 할 제1과제는 바로 ‘인구문제’다. 국민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시골에서 태어난 필자는 설 장 보러 읍내 나가는 어머니를 따라가 새신발을 얻어신었다. 며칠전부터 마을에서는 어머니 할머니들이 모여 쑥떡 만들고 전을 부쳤다. 마을 곳곳 집집마다 음식만드느라 종일 연기가 피어오르고,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 때문에 골목이 시끄러웠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 인구가 작년 한 해 동안 약 20만명 줄었다. 2020년 이후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2019년 5185만명, 2020년 5183만명, 2021년 5164만명, 2022년 5144만명이다. 추세적 감소세다. 특히 현재 60대인 베이비부머가 사망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기 시작하면 인구 급감이 우려된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꼴찌다. 5년 전 1명 아래로 내려간 뒤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고 있다. 인구 절벽에서 끝없이 추락 하고 있다.
반면에 65세 이상 인구는 90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18%를 넘어섰다. 2025년 되면 전체적으로 20%를 돌파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 고령 사회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대응 예산을 편성해 16년간 2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상 인구통계에 따르면 1·2인 세대가 65%를 돌파했다. 인구는 감소하는데 세대수가 증가한 건 1인 세대 증가 때문이다. 1인 세대는 2018년 808만6000세대에서 2022년 972만4000세대로, 꾸준히 증가해 전체 세대에서 41%를 차지했다. 2인 세대는 24.2%였다. 전통적 가족 모델인 4인 세대는 17.8%, 3인 세대는 16.9%에 불과했다. 이런 1인 세대의 증가는 저출산을 심화시켜 지난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데, 조만간 0.6명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심각해도 너무 심각하다. 우울하다. 이러다 대한민국이 소멸하는 것 아닌가 걱정될 정도다. 지구촌 어디를 보아도 저출산·인구감소 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만큼 심각한 나라는 없다 오죽하면 출산율 세계 최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겠는가.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인구가 줄기 시작하면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저출산은 경제에 치명타를 준다. 향후 생산인구 감소로 이어져 국가 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기초단체 군 지역은 전국 82개 군 중 93%인 76곳이 이미 초고령사회다. 반면 상대적으로 15세부터 65세까지의 생산연령인구가 매년 줄어들어 노인을 부양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섰다.
본격적인 인구 소멸 신호탄이라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이라도 전반적인 인구 정책 방향과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인구구조와 세대 구성의 변화는 주거와 세제, 복지, 노동 등 많은 분야에서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할 맞춤형 정책 수립과 실행에 총력을 모아야 한다.
어떻게든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도록 유도해야 한다. 낳기만 하면 국가가 양육한다는 확신이 생겨야 낳을 것이다. 프랑스는 출산만 하면 대학까지 무상으로 교육 시켜준다. 1993년 출산율 1.65를 기록했던 프랑스는 2012년 출산율이 2.02를 넘어서며 저출산 극복에 성공했다. 프랑스는 경제적인 이유로 출산을 회피하지 않도록 일정금액의 양육비를 국가가 직접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아이의 90% 이상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립유치원에서 무상으로 교육을 받는다. 프랑스는 GDP의 4.7%인 약 150조원을 출산장려를 위한 보조금으로 지불해 저출산 위기를 극복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저출산 예산은 국가 GDP의 1%를 넘지 못한다. OECD 평균은 2.55%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출산율 부진 보고서’를 보면 자녀 출산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출산 및 양육비 부담(44%)”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아이 한 명을 대학까지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을 3억 896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양육비 부담을 덜어주지 않는 이상 저출산 대책은 요원하다.
인구절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프랑스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인구정책은 국력이라는 생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국가가 전폭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2017년 방한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대학생 간담회에서 한국을 ‘집단 자살(collective suicide) 사회’라고 해 파문이 일었다. 사상 첫 여성 IMF 총재였던 그는 “결혼 안 하고 출산율이 떨어지면 생산성과 성장률이 추락하고, 재정이 악화된다. 이런 악순환 고리가 바로 집단적 자살 현상이다. 이게 한국의 문제”라고 일갈했다.
세계 어느 나라나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는데 가장 우선 고려하는 정책은 일터, 장래 삶에 대한 전망, 주거 환경과 비용이다. 이 세가지가 불만족인 이상 아이를 낳을 리 없다.
대통령부터 가장 크게 관심갖고 성과를 내야 할 제1과제는 바로 ‘인구문제’다. 국민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