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치러진 민선 3기 광주시체육회장 선거에서 전갑수 광주시배구협회장이 당선됐다. 배구선수 출신인 전 당선인은 지난 50여 년 광주체육과 함께 한 정통 체육인이다. 한국전력 남자 프로배구단 광주 연고지 유치에 그 누구보다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고, 여자프로배구 제7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광주 연고지 유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동안 중앙과 광주에서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장애인체육 발전을 위해 땀 흘려 왔다. 지역 체육인들이 전 당선인에게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전 당선인을 만나 광주 체육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포부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민선 3대 광주시체육회 운영 방안은?

-‘체육인의, 체육인에 의한, 체육인을 위한’ 광주시체육회로 운영할 생각이다. 3년 전 민선 체육시대가 열렸다. 체육회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고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한 것이다. 출발 당시 많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는데 3년이 지난 현재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은 상황이다. 이는 민선 체육회장 도입 취지인 ‘자율과 책임’이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체육회장에 취임하면 광주시체육회가 스스로의 힘과 역량으로 시민과 체육인을 위한 체육회가 될 수 있도록 앞장 설 생각이다.


▲지난 두 차례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체육계 분열을 봉합하고 화합을 이끌 대책은.

-선거는 당선을 목표로 하는 경쟁이다. 다수의 후보가 출마하고, 한 명만 당선의 영광을 안는다.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대립 관계를 하루 빨리 해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립이 지속되면 갈등과 분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인사와 예산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할 생각이다.

선거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체육인들까지 챙기고 아우르겠다. 당선 소감 일성으로 ‘첫째도 화합, 둘째도 화합, 셋째도 화합’이라고 밝힌 배경도 여기에 있다. 화합의 한 방안으로 집행부를 구성할 때 이번 선거에 입후보한 모든 후보들에게 좋은 분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다. 철저하게 법과 규정에 따라 체육회를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 자의적인 판단이나 해석으로 체육회를 운영하지 않겠다. 아울러 논란과 갈등을 유발하는 비민주적인 규정과 제도를 개선해 분열과 갈등이 잉태되지 않도록 적극 나설 계획이다.


▲스포츠 균형발전 차원 소외·비인기 종목 활성화 대책은 무엇인가. 그리고 엘리트체육·학교체육·생활체육 상생 방안은?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체육과 전문체육이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학교체육과 전문체육의 어려움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다. 대한민국 체육계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이를 위해 취임 즉시 대한체육회장 및 다른 시·도체육회장들에게 학교 체육·전문 체육 활성화 대책 마련 논의를 제안할 생각이다. 생활체육의 경우 운동시설·공간 확보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운동 공간 없이 생활체육 활성화는 어렵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 교육청과 협의해 보다 많은 운동 공간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 선거 과정에서 공공·학교 시설 개방 확대 및 순회사용제 추진, 종합스포츠타운 조성 추진을 공약으로 제시한 이유다.

나아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종목 구분 없이 이른바 영세종목 지원도 확대할 생각이다. 여러 사정으로 회장기 대회를 치르지 못하는 종목도 상당수다. 회장기와 광주시장기 대회가 없는 종목을 지원하고 지원금도 확대해 활성화 기틀을 마련하겠다.


▲광주체육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와 해결 방안은?

-체육인의 화합이라고 생각한다. 반목과 갈등이 계속돼선 체육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체육인들이 광주 체육 발전을 위해 각 종목에서 헌신하고 있는 만큼, 이 마음들을 하나로 묶어 광주 체육 발전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선거 때 도와줬다고, 평소 친분이 있다고 해서 특혜를 주지 않겠다. 반대로 도와주지 않았다고 해서, 잘 모른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

체육회 운영비 대부분이 시민의 세금인 만큼 투명하고 공평하게 사용되도록 하겠다. 특히 체육회가 회장을 비롯해 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체육인 모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반영하며, 종목단체 회장과 부회장, 전무이사, 지도자, 선수, 자치구체육회장, 육성학교장 등과의 수시로 소통하는 시스템 구축도 고려하고 있다.


▲민선 시대에 걸맞는 체육회장의 역할은?

-민주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충돌하기 때문에 조직, 단체를 이끄는 리더는 조정 능력이 중요하고 생각한다. 광주시체육회도 마찬가지다. 학교체육, 전문체육, 생활체육 분야별로 처해진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 선수와 지도자, 육성팀 대표(운영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 목소리들은 민선 시대를 맞아 더 많아지고 커지고 있다. 서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대립과 갈등으로 이어진다. 체육계 여러 목소리가 서로 이해되고 배려될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생각이다.

체육회장은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치구체육회와 회원종목단체를 잇는 ‘화합의 다리’, 선수와 지도자를 잇는 ‘소통의 다리’, 전문체육-생활체육-학교체육을 잇는 ‘통합의 다리’ 기능을 해야 한다. 체육회장으로서 화합의 다리, 소통의 다리, 통합의 다리가 돼 광주체육이 재도약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다.


▲공약 실천 방안과 우선 순위는?

-제 공약은 선거 과정에서 많은 체육인들이 준 의견을 토대로 만들었다. 체육인들의 소망이자 광주 체육 발전을 위한 현안이다. 우선순위가 있을 수 없다. 모두가 우선순위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혼자 할 수도 없다. 체육회 예산 현황을 살펴야 하고 광주시·자치구·교육청을 비롯 종목단체, 자치구체육회 등과 협의가 필요하다. 다만 체육회 내부 논의 과정을 통해 추진 가능한 것은 취임과 함께 곧바로 논의하고 준비할 생각이다.


▲한정된 예산으로는 광주 체육 발전에 한계가 있을텐데.

-광주시체육회 예산은 사실상 광주시로부터 전액 보조를 받고 있다. 대한체육회 등으로부터도 일정 부문 지원받고 있지만 극히 일부분이다. 또 예산은 인건비와 시설유지관리비 등 경상비가 상당 부분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자체 활용 가능 예산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체육을 정치와 독립시키기 위해 민선 회장 시대에도 자금 및 예산 문제로 자치단체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재임 중 광주시체육진흥조례 개정을 추진해 광주시체육회도 대한체육회처럼 법적 지위를 보장받아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검토하겠다.

광주시체육회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각 자치단체에서 주민들을 위한 각종 공모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광주시체육회도 체육인들을 위해 다양한 공모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스포츠마케팅 전담부서’ 신설도 염두에 두고 있다. 추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좋은 방안을 찾을 생각이다.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학창시절 배구선수로 활동한 경기인 출신이다. 이후 지도자, 체육행정가로서 봉사하며 50년간 체육인의 길을 걸어왔다. 체육인으로 활동하면서 항상 잊지 않은 게 있다. ‘페어플레이’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후배와 제자들이 경기에 임할 때 ‘패배하더라도 정정당당하게 플레이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는 체육회장으로서도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일할 생각이다. 그리고 페어플레이 정신을 광주체육계에 꼭 정착시키고 싶다. 그래서 광주 체육인들이 전국 어디를 가나 ‘엄지 척’으로 인정받도록 하고 싶다. 체육인들과 시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광주 체육을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 체육인과 시민들이 많은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셨으면 한다.

/박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