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빈 여백에 산란하는
매미의 껍데기처럼
꿈의 발자취 남긴
고독한 감성의 윤슬도

빛바랜 추억 간이역에서
마음속 그리움 파편의 울림인양

골 깊어지는 삶의 향기가
노을 짓는 애잔한 동심도
카드섹션 놀이하는
오색단풍이 입화되는
마지노선에서

마지막 잎새는
인생을 녹여낸 지우개처럼
속량의 날개를 접는 애수
전도몽상이 아닌
천상화 (天上花)*가
솟대로 날갯짓하는가?

*천상화 꽃말 : 기다림, 목숨보다 더 귀한 사랑

<문정숙 약력>
▲한국문인협회, 세계문인협회 회원
▲월간문학세계 문인회, 광주문인협회 회원.
▲세계문학상 본상, (사)대한방송언론기자협회 세계참좋은인재 대상
▲세계문화예술 공로상, 대한민국 예술문학 세계대상
▲대한민국경제문화공헌 시-대상
▲시집 : ‘여명의 빛 하늘 아래’, ‘수선 되어가는 삶’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정숙 님의 시 ‘빛바랜 추억의 그리움’에서의 시적 화자는 빛바랜 추억 속으로 들어가 그리움에 잠긴다. 추억은 그 시절의 햇살을 꽃피우며 그리움의 물살 속으로 들락거리게 한다.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쓸쓸하다. 날카로운 기억에 찔려 흠칫 놀라기도 하지만, 그리움에 점령당한 추억들이 있어 달달한 거리를 걷고 있는 듯 행복하다. 빛바랜 추억의 간판들이 하나둘 불을 켜면 따순 그리움이 거리마다 빛나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 그리움의 힘으로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버리고 간 혹독한 기억일지라도 그리움이라는 유전 인자는 언젠가는 움트기 마련이다. 그 유전 인자는 봄바람이 불어오는 봄날에 움틀 수도 있고 썰물이 빠져나가는 쓸쓸한 날에 움틀 수도 있다. 기억상실증 같은 막막함 속에서도 움트는 그 그리움이 있기에 우리는 행복하다. 시적 화자는 그 마음을 ‘마음속 그리움 파편의 울림’이라고 말하고 있다. 맞다. 그 울림이 클수록 우리는 행복하다. 이 시는 고독한 감성, 마음속 그리움, 삶의 향기, 애잔한 동심, 입화되는 오색단풍, 날개 접는 애수, 날갯짓하는 천상화 등이 다가와 회상에 잠기게 한다. 그 속에서 추억은 그리움의 동산으로 안내한다. 인생을 녹여낸 지우개처럼 점점 빛바래져 가는 추억, 그 안에 여러 감성들이 이미지 구현을 통해 시적 형상화 되어 있다. 여기서 기다림과 그리움과 사랑이 하나되어,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