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없는 자궁이 소리를 낳는다

그 소리 뒤쪽에
어제의, 울음 끈을 잡고

앙다문 채 자신을 꺼내려 힘을 모으는
응축된 단전의 움직임

한치 흔들림 없이 제 몸 지렛대 삼아
천 개의 물결처럼 회절回折한다

더 낮은 비명
칼날 같은 천둥소리

순간, 저항과 굴절로 변주되어 태어나는
저 뜨거운 아이

아무것도 없이 꽉 찬 무대

오늘 나는, 아버지 갈비뼈에서 직조된 꽃대궁
세상에 하나뿐인 삼각 변주곡이다

<배순옥 약력>
▲1998년 월간 ‘문학공간’ 신인상 등단
▲광주시인협회 ‘광주시문학상 본상’ 수상
▲광주시인협회 ‘광주시문학상 올해의 작품상’ 수상
▲영호남문인협회 ‘영호남문학상’ 수상
▲현 광주시인 협회 부회장, 충장문학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광주문인협회 회원
▲영호남문인협회 회원
▲시집 : ‘삼각 변주곡’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배순옥 님의 시 ‘삼각 변주곡變奏曲’에서의 시적 화자는 헌정 연주회의 정경을 상징의 그릇에 담아놓고 있다. 이 시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몸 없는 자궁이 악기란다. 소리를 낳는 자궁이 악기란다. 멋지다. 소리의 뒤쪽, 그 울음 끈을 잡고 연주하고 있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어제의 울음 끈을 잡고 연주하는 것일까. ‘헌정’은 무엇을 올려바침이라는 뜻이다. 감사의 뜻으로 헌정하기까지 시적 화자는 머나먼 길을 걸어왔을 것이다. 울음 끈을 부여잡고 아픔 많은 길을 걸으며 많은 것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 깨달음의 정점에서 헌정 연주회를 한 것이다. 잃어버린 음표들에게 소리의 옷을 입히고 느슨한 줄을 팽팽하게 당기며 악보를 넘겼을 것이다. 그런 시적 화자의 마음을 ‘앙다문 채 자신을 꺼내려 힘을 모으는/ 응축된 단전의 움직임’이라고 말하고 있다. 앙다문, 힘을 모으는, 응축된이라는 시어에서 시적 화자의 절절함과 간절함이 느껴진다. 아픔 많은 시적 화자가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음 이탈하듯 주저앉고 싶었던 날이 어디 하루 이틀뿐이었을까. 시적 화자는 그 어려움을 ‘더 낮은 비명/ 칼날 같은 천둥소리’라고 말하고 있다. 아픔이 느껴진다.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선 시적 화자가 눈물겹게 아름답다. ‘저항과 굴절로 변주되어 태어나는/ 저 뜨거운 아이’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 삼각 변주곡인 ‘나는, 아버지 갈비뼈에서 직조된 꽃대궁’이란다. 화룡점정이다. 상징으로 끌고 가며 감동을 배가시켜 주고 있어 더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