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2075년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2020년대 2%에서 2040년대 0.8%로 떨어진 뒤 2060년대에는 -0.1%, 2070년대에는 -0.2%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나라는 분석 대상 34개 나라 가운데 한국이 유일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경제 규모 세계 12위인 한국은 2050년에는 15위 밖으로 밀려나고 인도네시아(4위), 이집트(12위), 나이지리아(15위) 등이 한국보다 높은 순위에 오른다는 것이다. 2075년이 되면 필리핀,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나라에도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암울한 전망이다.

가장 큰 원인은 저출산·고령화다. 우리나라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경고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해외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는 건 매우 심각한 상태인거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15년간 3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되레 저출산 속도만 키웠다.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갈아치웠다. 출산 절벽, 인구 재앙 수준을 넘어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할 만큼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신혼부부 통계’를 보면, 결혼 신고를 한 지 5년 이하인 신혼부부는 110만1000쌍으로 1년 전보다 7.0%(8만2000쌍) 줄었다. 통계 작성 이래 규모는 가장 작고, 감소 폭은 가장 컸다. 맞벌이 비중·대출잔액(최대), 자녀수(최저) 등 세부 수치마다 기록을 양산했다. 결혼을 하려면 맞벌이가 필수이고 주택 마련 등에 많은 빚을 져야 해 아이를 낳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내 집 마련, 가사 분담, 육아 지원이 동반돼야 저출산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는 의미다.

설상가상 현 경제상황도 위기다. 수출 전선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달 1~10일 수출액은 154억 2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모두 내년 우리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기준 씨티(1%)와 바클레이즈(1.3%), 골드만삭스(1.4%)와 JP모건(1.4%), HSBC(1.5%)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일본계 투자은행(IB)인 노무라증권은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 0.7%로 최근 전망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 침체에다 코로나 봉쇄에 따른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중요한 이유다.

20.8%나 줄어들었다. 수출액이 10월 5.7%에 이어 11월 14.0%나 급감했는데 이달 들어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7.6%나 줄었다. 누적 무역 적자가 474억 6400만 달러에 달해 연간 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

이 와중에 내년 경제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경제연구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4%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올해 성장률 추정치(3.2%)를 대폭 하회한 수준이다. 이는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 경제를 강타한 2009년과 2020년을 제외하면 1993년 이후 최저치다. 수출이 성장과 고용을 좌우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침체는 한국경제에 직격탄이 된다. 실제 수출이 최근 2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이미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한국은행이 내년 성장률을 1.7%로 대폭 낮췄음에도 이조차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경제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비상한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한파에 따른 경기둔화 압력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가 본격적인 혹한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만큼 정부는 경제주체들과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에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고물가 현상은 여전하다. 한은은 향후 소비자물가가 완만한 둔화 속도를 나타내면서 당분간 5%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자칫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져들지 모른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총체적 난국이다.

정부도 내년 경제정책의 화두 중 하나로 위험 관리를 꼽는다.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산시장의 급락, 단기자금시장 불안, 취약계층의 생계난 등에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경제위기 상황을 잘 관리해 국민 피해를 줄이는 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려면 재정·통화 정책에서부터 실물경제 관련 정책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위기 대응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단기적 처방에 급급하면 안된다. 경제위기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경제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새롭게 재건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로 효율성이 떨어진 분야들을 찾아내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대통령실의 정책담당자들과 국회의 법안담당 의원들은 내년 경제의 회복여부에 대한민국의 존망이 걸렸다는 점을 인식하고 경제회복을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