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61코스 출발지 와온마을은 순천시 최남단에 위치한 해변마을로 여수시 율촌면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뒷산이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서 누울 ‘와’(臥)와 따뜻할 ‘온’(溫)자를 써서 와온마을이라 했다. 가구수 100호가 넘는 큰 마을로 순천만 동쪽 초입이다.

순천만은 여자만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와온해변은 낙조로 잘 알려진 곳이다. 순천만을 붉게 물들이며 하루를 마감하는 낙조는 사람들에게 오늘을 반추해보고 내일을 설계할 수 있게 해준다.

와온해변 앞에는 솔섬이라고 하는 아주 작은 섬이 있다. 사기도라고도 불리는 솔섬은 철모를 엎어놓은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솔섬은 순천만에 솟은 유일한 섬으로 순천만 초입 풍경을 운치 있게 해준다. 검게 드러난 갯벌 위 솔섬의 소나무가 유난히 푸르다. 솔섬의 소나무들은 순천만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초병이다. 해변을 따라 걷는 사람들에게는 든든한 벗이 돼준다.

와온해변 앞에는 ‘솔섬’이라고 하는 아주 작은 섬이 있다. ‘사기도’라고도 불리는 솔섬은 철모를 엎어놓은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와온공원에서 드넓게 펼쳐지는 순천만갯벌을 바라본다. 갯벌을 드러낸 순천만과 주변 산줄기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순천만 바깥쪽 여자만에 떠 있는 장도를 비롯한 고흥반도의 산줄기들도 시야에 들어온다.

순천시 전역은 2018년 7월25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그중에서도 순천만은 동천하구습지보호지역, 조계산도립공원과 함께 핵심구역으로 지정됐다. 순천만은 2006년 우리나라 연안습지 중에서는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습지로 생물다양성과 경관적가치가 뛰어나다.

드넓은 갯벌 가장자리에는 갈대숲이 자리하고, 갯벌 가운데로는 군데군데 갯길이 나 있다. 갯길은 어부들이 바다로 나가거나 갯벌에서 작업을 할 때 드나드는 통로다. 삼면을 감싸고 있는 순천의 산줄기들은 순천만을 포근하게 해준다. 산과 바다는 상생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이룬다. 사람들은 자연에 의지해 살아간다. 산과 바다는 물론 여기에 사는 사람들까지 그대로 자연이 됐다.

순천만 갯벌에는 염생식물인 칠면초가 가을이면 붉게 물든다. 칠면초는 갯벌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로 처음에는 녹색을 띠지만 점차 붉은색으로 변한다. 칠면조처럼 색깔이 변한다고 해서 칠면초라 부른다. 순천만에는 총 36과 92속 116종의 염생식물이 자라며, 그중에서도 갈대와 칠면초가 대표적이다.

순천만 갯벌에는 염생식물인 칠면초가 가을이면 붉게 물든다.

용산전망대로 오르는 솔숲길로 들어선다. 해발 95m에 이르는 용산전망대는 순천만 전경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순천 시내를 관통하며 흘러온 동천은 순천만으로 흘러들면서 ‘S자’형 물길을 만들고, 물길 양쪽으로 드넓은 갈대밭이 형성됐다.

거대한 갈대밭에서 물방울이 튀어나간 것 같은 원형의 작은 갈대섬이 눈길을 끈다. 10여 개의 갈대섬은 푸른 바다와 넓은 들판, 그리고 순천만을 감싸고 있는 산봉우리들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화가 됐다. 황갈색 갈대밭 사이사이에 붉은 칠면초가 섞여 모자이크 그림같아 보인다. 여자만과 고흥반도까지도 시야에 들어오면서 그림의 배경은 더욱 넓어진다.

용산전망대에서 솔숲길을 따라 갈대군락지로 내려간다. 순천만 갈대밭은 순천만 바닷가 곳곳에 산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동천 하구와 순천만이 만나는 이곳이 가장 넓고 조밀하다. 황갈색으로 핀 억새는 호수처럼 잔잔하다가 바람이 불 때면 파도처럼 출렁인다. 수평을 이룬 갈대숲 뒤에서 첩첩하게 다가오는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갈대숲 사이로 걸으며 저물어가는 가을을 아쉬워한다. 드넓은 갈대군락지 가운데로 데크길이 놓여있다. 갈대숲 가운데로 걷고 있으니 갈대바다를 헤엄쳐 가는 것 같다. 황갈색 갈대무리가 바람에 흔들리며 쓸쓸하게 노래를 불러준다. 쓸쓸함 속에서 내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해진다.

드넓은 갈대군락지 가운데로 데크길이 놓여있다. 갈대숲 가운데로 걷고 있으니 갈대바다를 헤엄쳐 가는 것 같다.

순천만은 갯벌과 갈대밭으로 드넓은 습지를 이루고 있다. 해안에 위치한 연안습지 중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5.4㎢(160만평)의 빽빽한 갈대밭과 22.6㎢(690만평)에 이르는 광활한 갯벌을 가지고 있다.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규모가 크고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순천만은 겨울철 철새도래지로도 유명하다. 순천만 갯벌은 물새의 종다양성이 높고 멸종위기 철새들이 가장 많이 월동하는 서식지이다. 이곳에서 관찰되는 조류는 세계적인 희귀조류 48종을 포함한 총 252종으로 연간 10만여 마리에 이른다.

매년 겨울이면 흑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저어새 등 다양한 물새들이 월동한다. 봄·가을에는 민물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등 수많은 도요물떼새들이 시베리아-호주 간의 이동경로 중간기착지로 이용한다. 순천만은 세계적인 흑두루미 월동지로, 올해에는 평년보다 훨씬 많은 1만 마리 가까운 흑두루미가 순천만을 찾았다고 한다.

매년 겨울이면 흑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저어새 등 다양한 물새들이 월동한다. 봄·가을에는 민물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등 수많은 도요물떼새들이 시베리아-호주 간의 이동경로 중간기착지로 이용한다. 순천만은 세계적인 흑두루미 월동지로, 올해에는 평년보다 훨씬 많은 1만 마리 가까운 흑두루미가 순천만을 찾았다고 한다.

순천만에 수많은 철새들이 찾게 된 것은 넓은 갈대밭과 갯벌, 주변 농경지가 있어 철새들이 월동할 수 있는 서식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순천시에서는 이들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매년 11월부터 4월까지 순천만 안쪽 인안방조제와 대대동들판의 출입을 통제한다. 이에 따라 남파랑길도 들판 안쪽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한다.

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순천만 쪽에서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군무를 펼치고 있다. 대대동들판에는 흑두루미들이 논바닥에 떨어져 있는 낟알을 먹느라 분주하다. 철새보호를 위한 출입통제지역을 지나 해변으로 돌아와 드넓은 갯벌과 함께 걷는다. 갯벌 위에도 철새들이 곳곳에 앉아있고, 가끔 공중으로 날다가 다시 갯벌 위에 앉곤 한다. 순천만은 철새들의 천국이다.

인안방조제를 지나 만나는 장산마을은 짱뚱어마을로 불린다. 마을 옆에 짱뚱어를 상징화한 조각물까지 세워놓았다. 짱뚱어는 갯벌이나 갈대숲에서 구멍을 파고 산다. 겨울철에는 게나 짱뚱어가 갯벌 위를 기어 다니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여름철이면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이 갯벌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갯벌 구멍에서 불쑥 튀어나와 종횡무진 누비는 짱뚱어와 농게들은 인기척이라도 있으면 금방 갯벌 구멍으로 사라져버리곤 한다.

남파랑길은 해변을 따라 우명마을 앞을 지난다. 순천만 갯벌 건너편으로 와온해변이 바라보인다. 순천만 안쪽으로 순천시내의 아파트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여자만을 둘러싸고 있는 여수반도와 고흥반도는 멀리서 스카이라인을 이룬다.

남파랑길 61코스가 끝나는 곳에 화포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봉화산 남쪽해변에 자리한 화포마을은 여자만을 바라보며 둥지를 틀고 있다. 산에 기대고 바다를 마당삼은 마을이 포근하고 평화롭다. 마을 앞 갯벌에 서서히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다. 밀물 때가 된 모양이다.

봉화산 남쪽해변에 자리한 화포마을. 산에 기대고 바다를 마당삼은 마을이 포근하고 평화롭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파랑길 61코스는 순천만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이다. 순천만 초입을 이루는 동쪽 와온해변과 서쪽 화포해변을 잇는 길로 남도삼백리길 1코스(순천만 갈대길)와 일치한다.
※코스 : 와온선착장→용산전망대→순천만갈대군락지→장산마을→화포선착장
※거리, 소요시간 : 13.7㎞, 4시간 30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