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2022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이 시상식을 앞두고 돌연 취소된 것에 대해 시민모임이 “외교부가 일본 눈치를 보고있다”며 강력 규탄했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8일 성명서 발표를 통해 “시상식을 위해 열차 예매까지 마친 상태에서 국가인원위가 수상을 돌연 취소한 것은 외교부 의견이 영향을 끼쳤다”면서 “외교부는 어떤 결정적 이유로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수상을 보류한 것인지 즉각 해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심사를 거쳐 ‘2022 대한민국 인권상’(훈격 국민훈장모란장) 수상자로 선정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1) 할머니에 대한 수상 결정이 돌연 취소됐다.

시상식은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을 맞아 9일 오전 10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으로 당일 광주송정역에서 출발하는 KTX 열차 예매까지 마친 상태였다.

시민모임은 “시상식 리허설을 위해 오전 8시30분까지 도착해야 한다는 안내도 받았고, 시상식에 보여줄 관련 활동을 정리한 영상과 사진자료도 주최 측에서 요청한바 있다”면서 “지난 6일 관련 부서 주무관이 절차상의 문제로 안건 상정이 늦어졌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는데, 다음날 통화에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7일 일본제철 소송 대리인인 임성재 변호사를 통해 수상 취소를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 심의 과정에서 외교부가 인권상과 훈장 수여와 관련해 ‘사전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실상 외교부 의견이 수상자 무산에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상훈 담당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등에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가 인권 활동에 대한 포상으로 추진된 양금덕 할머니 서훈에 대해 ‘관련 부처’로서 의견을 냈다는 것은 결국 한일관계 등 외교적 함의를 의식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주관해 시상하는 ‘대한민국 인권상’은 인권옹호와 인권 발전에 뚜렷한 공적이 있는 인사에게 시상하는 것으로, 인권분야 최고 영예로 여겨지고 있다.

양 할머니는 과거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돼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2012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