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정치 분열이 가장 심한 국가는 한국과 미국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퓨리서치센터가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9개 주요국 가운데 ‘다른 당 지지자 간에 갈등이 있냐’는 질문에 ‘강하다’ 혹은 ‘매우 강하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한국이 90%로 가장 높았다. 미국(88%)이 근소하게 2위였고 이스라엘(83%), 프랑스(74%), 헝가리(71%) 순이었다. 이 가운데 다른 당 지지자 간 갈등이 ‘매우 심하다’는 답변만 떼면 한국(49%)이 압도적 1위였고 미국(41%), 말레이시아(38%) 순이었다.

워싱턴을 기반으로 한 초당파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가 민주주의를 실시하고 있는 19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올 2∼6월 조사해 비교 분석한 이 결과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꼴로 정치 갈등이 강하다고 느낀다면 한국 정치는 실패한 것이다. 지난해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한국정책과학원 의뢰로 한국 정치 수준에 대해 물은 결과 41.0%가 ‘3류 수준’이라고 답했다. 정치가 사회 갈등의 관계에 대해 물은 결과, ‘정치와 사회갈등을 부추긴다’는 의견이 80%였고, 반대로 ‘사회가 정치갈등을 부추긴다’는 응답은 15.1%,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4.9%로 집계됐다. 현대정치사에서 정치보복 논란이 이어진 가운데 향후에도 계속될 것인지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이 73.2%, ‘아니다’는 응답이 17.2%,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9.6%로 조사됐다.

정치분열 세계1위 국가라는 오명의 피해는 누가 보는가. 국민이다. 극심한 정치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대외적으로 경제, 안보 복합위기로 숨을 쉴 수가 없는데, 정치인들이 생존을 위해 정치적인 지혜를 모아가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역량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에 3류 정치는 막장 정쟁만 계속하고 있다.

이태원참사를 지켜보면서 도대체 한국에 정치란게 있는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참사 앞에서 비난과 혐오보다는 공감과 위로, 진상규명과 대책을 논의하는 선의의 정치란 존재하지 않았다.

정치인에게는 국민과 함께하는 공감능력이란 것이 없는 것 같다. 공감이라는 건 우리가 능동적으로 그 사람의 입장에서 느껴보는 것이다. 그 사람의 감정을 느껴보고 그 사람이 경험한 일들을 이해해보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이 공감이다. 그래야 진정한 위로를 할 수 있다. 공감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로를 한다면 지나치게 현실과 동떨어진 위로, 그 사람이 느끼고 있는 슬픔이나 고통과 동떨어진 위로를 하게 된다.

정치가 제발 국민을 좀 편안하게 안심시켜줬으면 좋겠다. 슬픔에 빠져있는 국민들은 정치인의 말을 들으면 울분이 확 더 치솟거나 아니면 어떻게 저런 말을 하나, 분노까지 느껴진다.

정말 이럴 때 정치 지도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드러내고, 정치지도자가 할 수 있는 성숙한 말을 해야 한다. 국민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은 국가가 나서주어야 한다. 나서되 개인의 공감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공감, 국가의 공감, 사회의 공감이 매우 중요하다. 따뜻한 위로가 그립다.

정치 핵심의 본질은 개인, 집단의 이익분배로 모든 사람의 명과 암의 명운이 걸려있다.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마치 물고기가 수질에 관심을 두는 것과 같다. 물의 수질은 물고기들의 생활 질에 관계되며 생명안전에도 지극히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혐오하게 된 것은 권력투쟁 난투극이 볼썽사나워서다.

너무 잦은 불필요한 이념갈등, 분노 조절이 안되는 수준낮은 정치는 혐오스럽다.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목소리를 크게 내고 상대방 상처 내기에 급급한 정치는 아무것도 합의볼 수 없다.

그러나, 정치가 우리 삶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있어서 정치 혐오가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정치인들이 무책임한 막말로 우리 우리 사회에 남겨준 상처는 결국 우리 국민 생활을 위협한다. 국민 생활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는 집단이기주의자들이다. 모든 선을 배제하고 사회악을 감행하는 범죄를 저지른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집단이기주의에 빠진채 우리 사회의 희망을 뺏고 있는 것이 문제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정치인 핵심 덕목은 ‘애민(愛民)’이다. 한 나라를 경영하겠다고 나선 정치지도자라면 그 애민은 보편적이어야 한다. 진보와 보수 가리지 않는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편을 갈라 내편만 편애해서는 안된다. 공동체를 우선하는 애민정신이 없다면 정치할 자격이 없다. 국가와 국민을 사랑하지 않는 자가, 헌신할 자세가 안된 자가 정치를 하면 혼란과 파국이 온다.

갈등과 증오의 정치는 싫다. 5·18광주민주화운동, 광주시민의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 아닌가. 수십년 독재정권과 군부정권을 지나 목숨까지 바치며 민주화 투쟁을 통해 얻어낸 한국민주주의가 세계 1위의 정치갈등으로 치부되어서는 안된다.

제발, 정치인들은 자신이 왜 정치를 하는지, 무엇을 위해 하는지, 정치의 본질, 정치인의 자세는 무엇인지, 깊이 성찰해보기 바란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 정신이다.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더라도 다수가 원하는 대로 합을 맞춰가는 것,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맑은 눈으로 보는 것이 민주주의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적으로 돌리고 적대시 하거나 결박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 증오의 정치를 끝내고 상생의 정치, 화합의 정치를 보고 싶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정치인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대리하고 있을 뿐이다.

바른정치 아름다운정치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