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처럼 펼쳐진 고봉준령은
멀리서 말없이 나를 부르고
서북능선 걸어온 길 뒤돌아보면
아쉬움으로 손짓하는 설악산 공룡능선

고달픈 삶의 길일지라도
지나간 것들 모두가 아름다움이듯
험준한 암벽 길도 걷다 보면 순탄해진다

뒤따라오던 대청봉도 산너울 따라 돌아가고
체력은 한계를 넘어
산바람 지나가던 너덜 길 주저앉으면
바람꽃, 금강초롱, 말나리꽃 살며시 다가와
지친 호흡 함께 나누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

함께 의지할 수 있어서 힘을 얻었고
힘들어서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설악의 꽃 공룡능선.

<최현규 약력>
▲전남문학상 수상
▲광주문협 이사, 전남문학 편집주간, 문학춘추 편집위원 역임
▲광주·전남문인협회 회원(현)
▲저서 : ‘바람이 가는 길’, ‘지리산 연가’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최현규 님의 시 ‘설악산 공룡능선을 걸으며’에서의 시적 화자는 설악산 공룡능선을 걸으며 산행하고 있다. 설악산에 겨울이 찾아오면 허공 가득 하얀 함성 지르며 쏟아지는 눈발로 설악산은 자지러지게 웃는다. 봄이면 봄대로 여름이면 여름대로 설악산은 환한 낯빛의 산길을 우리에게 내어준다. 벼랑 끝이 만져지는 하룻길에서 의지할 수 있는 설악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 예고도 없이 툭툭 튀어나온 아픔들이 삶의 발목을 붙든다 해도 설악산 공룡능선을 따라 걸으면 어느새 치유가 된다. 문득 내일이라는 시간을 설악산 공룡능선에 불시착하고 싶다. 시적 화자는 고봉준령, 서북능선을 거쳐 설악산 공룡능선을 타고 험준한 암벽길도 순조롭게 걷는다. 마치 고달픈 삶의 길을 지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듯이 걷는다. 대청봉 지날 때쯤 찾아온 체력의 한계, 잠시 너덜길에 주저앉아 쉴 때 여러 산꽃들이 지친 호흡을 함께해 준다. 거기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을 발견하고 감탄한다. 시적 화자는 설악산에 의지하며 용기를 얻는다. 비록 힘들었지만 거기서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 산행하면서 스며든 시심을 시적 형상화해 놓으면서, 은은히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 이미저리와 시의 특질까지 구비하고 있어, 더욱 감동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