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외교부 장관에게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의 욕설과 비속어 발언 장면은 방송 카메라에 포착돼 그대로 전 세계에 전파됐다. 아무리 봐도 민망한 장면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비속어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나섰지만, 군색하기가 이를 데 없다. 대통령의 짧은 발언, 그것도 공식 석상이 아닌 자리에서 주위 사람에게 한 말을 가지고 뭘 그러느냐는 것이다.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외교적 결례, 그리고 윤 대통령의 말이 어디를 향한 것이냐 등과 같은 정치적인 이슈가 아니다. 대통령의 언어와 품격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언어 습관을 지켜보면 거의 반말투에 가깝다. 그는 특유의 종결어미 ‘~구나’를 습관처럼 쓰고 있다. 이른바 ‘尹구나체’다. 예를 들어, 동해시 산불 피해 현장에서 이재민에게 “산이 아닌데 불이 난 거구나” 또는 “생활이 안 되니까 삼시세끼를 누가 해주는 것을 드셔야겠구나”라거나, 수해 현장에서도 “여기는 자체가 저지대다 보니까 (중략) 바로 직격탄을 맞는구나”라는 식이다.

사실 ‘~구나’의 종결어미는 ‘해라체’에 쓰이는 어미다. ‘해라체’는 상대편을 아주 낮추는 종결형이기 때문에 그냥 반말하는 경우 쓴다. 다시 말해서 ‘~구나’가 상대를 높이는 경우 쓰는 어미는 결코 아니란 것이다.

윤 대통령의 말버릇은 비단 ‘~구나’ 어미 사용만의 문제는 아니다. 청년·경찰관들과의 만남에서 “응, 그래, 반가워”라고 인사하거나 마트 관계자들과 대화하면서 “이거는 뭐야. (아오리사과입니다) 당도가 좀 떨어지는 건가?” 식의 반말 태도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이런 대통령의 언어는 습관에 가까워 보인다. 요모조모 살펴봐도 격식 없고, 편하게 대화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일 뿐 상대를 깎아내리려는 ‘고의’는 읽히지 않는다.

물론 소탈하고 꾸밈없는 말투는 상대방에게 친근감을 준다. 가식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고 심리적 거리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단, 이건 사적인 대화일 때 이야기다. 지금은 국정 운영 지지율이 높든 낮든 대통령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현장 행보에서 내뱉는 말 하나하나는 영상으로 기록되고 글로 남는다. 국민에게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의미다.

중요한 건 언어는 그 사람의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는 점이다. 과거에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고 해서, 말(言)을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보기도 했다. 그 사람이 쓰는 언어, 말버릇은 그 사람 그 자체여서 그렇다.

어느 지도자들이나 높은 분들에게만 말이 중요하겠는가. 우리가 일상에서 나누는 수많은 말은 듣는 이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영향을 준다. 좋은 말을 좋은 말대로, 안 좋은 말은 안 좋은 말대로 마음속에 아로새겨진다.

좋은 습관, 나쁜 습관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우리의 뇌는 정직하다. 일상 속에서 수없이 반복되어 쌓인 말과 행동이 곧 습관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의도하지 않아도 겉으로 드러난다.

이번 미국에서의 비속어 발언은 윤 대통령이 일부러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습관처럼 튀어나온 말이겠다. 습관의 힘이 그만큼 강력하다. 한 인간으로서 소탈한 일면일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이란 지위에선 매우 적절치 못한 언행이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도 국제무대에서 말이다. 대통령의 언어는 곧 국격임을 그가 인지하길 바란다. 그의 말을 다시 빌린다. 국민이 더는 쪽팔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