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시대, 불평등 문제를 고민하다.’

㈔민족미술인협회광주지회(광주민미협)는 오는 30일까지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 브레디관에서 기획전 ‘기후정의와 모두의 예술’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광주민미협이 주최·주관하고 광주시·광주문화재단·천주교광주대교구가 후원한다.

이번 전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불평등, 세대 간 불평등, 국가적 불평등을 주제로 ‘기후위기 상황 속 재난은 불평등하게 다가온다’는 ‘기후 정의’를 바탕으로 한다.

광주민미협 회원들을 비롯해 서울·울산·군산 등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참여한 40명의 작가팀은 이 ‘기후 정의’를 중심으로 각자의 예술적 제안을 작품으로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신윤주 예술감독은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 자체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제다”며 “문명적 전환의 차원에서 접근해 우리 모두가 함께 목소리를 모으는 데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작품 전시는 가톨릭신학교의 오래된 공간인 ‘브레디관’에서 이뤄진다. 무분별한 개발문제와 소비문명에 익숙해져 있는 광주 도심 속에서도 생태계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어서다.

이번 전시에서 박철우 작가는 십장생도 병풍 형식을 차용한 4m에 가까운 대작 ‘금수강산십단생도’(錦繡江山十短生圖)를 선보인다. 한지 위에 전통 채색 기법으로 작업한 그림 위에 작가의 집에서 나온 각종 폐비닐을 콜라주했다. 무분별한 비닐산업을 풍자적으로 비판하는 작품이다.

전시장 한 가운데서는 광주예술로의 김옥진, 박일광, 조성국, 채지윤, 최재덕 작가와 광주환경운동연합의 공동 설치작품 ‘사라져야 하는 나무를 위한 애도’를 만나볼 수 있다.

광주예술로&광주환경운동연합 ‘사라져야 하는 나무를 위한 애도’ <광주민족미술협회 제공>

김미영 광주영어방송국 피디의 ‘외면하지 않을 권리’는 2014년 밀양 송전탑 투쟁의 기록을 모은 아카이브 작품이다. 옷을 벗고 쇠사슬을 몸에 감고 싸우던 할머니들이 만든 거대한 플래카드와 송전탑, 기록 사진, 책자들, 그리고 영상을 통해 정부의 탄소제로정책 이면의 갈등을 보여준다.

학생들의 참여작품도 눈길을 끈다. ‘지구를 바꾸는 힘, 기후행동 60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광주 문흥초 5학년 43명 학생들의 플라스틱 작품 ‘쓰레기섬의 고래’다. 전 세계 기후 운동의 중심에 자리잡은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의미있는 결과물이다.

이밖에도 울산 작가팀 설치류의 영상 작품 ‘신종 바이러스 출현! - 욕망덩어리’, 삼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천현노 작가의 ‘검은 비’ 등을 비롯해 광주 리얼리즘을 보여주는 평면 회화작품인 김병택 작가의 ‘비만과 지구’, 바다 생태계의 절규를 담은 박태규 작가의 ‘플라스틱 바다’, 에코페미니즘적 접근을 보여주는 김화순 작가의 ‘붉은 바람 앞에 서다’, 소비를 유혹하는 감각과 실제의 반전을 다룬 노여운 작가의 ‘ㅇㅃㅆㄹㄱ’ 등 작품도 전시된다.

김신 예술감독은 “결국, 기후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과 함께 국가, 기업이 함께 실천해야 하는 변화다”며 “기후위기는 단기적인 문제가 아닌 만큼 우리 모두가 문명적 전환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