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은 영산강 유역 주민의 삶을 기록한 조사보고서 ‘영산강의 포구와 장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2018년도부터 수행한 ‘한강수로와 어로문화’, ‘금강 수로와 식문화’, ‘낙동강 수로와 수몰이주민’에 이은 수로문화 조사의 마지막 결과물이다.

보고서는 영산강의 지리와 주민의 생업 변화, 상인들의 모습, 농촌 정기시장의 변모 양상을 다루고 있다.

먼저, 영산강 유역 대표적인 농촌 정기시장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나주 영산포는 과거 어시장이 발달한 곳이다. 하구언 건설로 뱃길이 끊기면서 영산포 시장은 장세가 위축됐으나 여전히 인근 지역에서 가장 큰 정기시장 중 하나다. 이곳은 인구감소와 시장 위치 변화로 장세가 많이 위축됐다.

다음으로 무안 일로시장이다. 일로시장은 시대별로 위치와 시장명에 변화가 있었다. 조선시대 남창장, 일제강점기 삼향장, 오늘날 일로장으로 시장명이 바뀌었다. 또한 기차역이 시장 위치와 시장명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추석을 앞둔 무안 일로시장의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세번째는 영암 독천시장이다. 한때 가까운 갯벌에서 생산된 수산물이 거래됐던 곳으로 인근 마을 사람들은 갯벌을 통해 생계를 이어갔다. 이 지역이 바다와 가까웠음은 향토 음식인 낙지볶음과 갈낙탕을 통해 그 모습을 어렴풋이 유추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보고서에서는 상인들의 거주지와 이들이 어느 시장을 순회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상인들은 대개 거주지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내외 일정한 순회권역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까지는 상인들의 물건을 옮겨주는 ‘장차’를 이용했다. 이후 상인들이 직접 트럭을 운행하거나, 도매상이 상인들에게 물품을 배달하면서, 장차 문화는 사라졌다.

한편, 영산포 시장과 영암 독천시장에는 장보기를 도와주는 도우미가 있다. 노란색과 주황색 등 눈에 띄는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영산포 시장에서 ‘도우미’, 독천시장에서는 ‘나르미’로 불린다. 2018년부터 시작된 ‘시장 도우미’ 사업은 고령화와 지역 소멸 위기에서 농촌 정기시장과 지역사회의 자구책이라 할 수 있다.

또 보고서에서는 1970년대 나주 구진포에서 부친이 나룻배를 운영했다는 제보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당 나룻배는 구진포와 진포리를 연결했고, 뱃삯은 보리 한 되 정도 가격이었다. 강을 건너는 정해진 시간은 없었고, 대개 5-6명을 태우면 강을 건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구언의 건설로 인한 변화 양상 또한 언급하고 있다. 본래 영산강에는 어선들이 드나들었다. 그러나 바닷길이 막히고, 다리가 건설되면서 포구 및 나루터, 어시장이 소멸했다. 조사 과정에서 만난 영산강 일대 주민들은 강물과 바닷물이 서로 원활히 소통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과거 남해만과 영산강의 경계였던 몽탄진(사진 上), 영산강의 고기잡이배.<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