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을 열어 보이는가
저 등불, 수련꽃
태양을 만나려는 갈망이었을까
무슨 힘으로 꽃잎을 접고 잠기는가
저 봉긋한 젖꼭지, 꽃대롱
물속에 두고 온 어미를 사칭하는가
저 수련꽃 한 송이
지극히 바라보았는데
할, 꽃이 피고 지는
그 경지
이치가 거기 있다

<오소후 약력>
▲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2001)
▲ 시집 : ‘좀꽃마리’, ‘스미다’, ‘한 점 블루’, ‘나의 슈바빙 나와 걷기’, ‘에릭 샤티와’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오소후 님의 시 ‘무슨 힘으로’에서의 시적 화자는 무슨 힘으로 꽃잎을 열어 보이는가라고 묻고 있다. 시는 삶에 대해 건강한 성찰을 해야 한다. 활짝 핀 꽃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기에 앞서, 무슨 힘으로 꽃은 피어나는가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성찰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시는 보다 근원적인 꽃의 탄생을 읽어내기 위해 귀를 기울이는 데서 시작하고 있다. 수련꽃은 태양을 만나고 싶어 꽃잎을 연 것일까. 그 간절함이 지극해 꽃을 피웠던 것일까. 수련 꽃잎에 내려앉은 햇살의 수다가 반짝거린다. 반가운 햇살과 간절한 수련꽃의 수다가 꽃빛을 빚은 것일까. 수련꽃의 그 갈망이 절절했기에 섬광처럼 희게 피어난 것일까. 시적 화자는 또다시 묻는다. 무슨 힘으로 수련꽃의 꽃잎을 접게 하고 잠기게 할까. ‘저 봉긋한 젖꼭지, 꽃대롱/ 물속에 두고 온 어미를 사칭하는가’라며 꽃잎을 접게 한 힘에 대해 에둘러 말하고 있다. 수련꽃은 지지만 꽃잎의 간절한 내력을 기억한 물속의 어미는 다시 수련꽃을 피울 것이다. 가느다란 한 줄기 꽃대궁을 밀어 올리며 햇살과의 수다를 꽃잎에 받아 적을 것이다. 수련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면서 시적 화자는 이치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꽃이 그냥 피는 게 하니라 어떤 갈망이 있어 피어나듯이, 우리에게는 어떤 갈망이 있는지 묻고 있는 듯하다. 수련꽃을 통해 여러 사색의 길을 열어 주고 안내하는 시적 화자, 해석의 다양성도 배치해 놓고 있어, 애매성의 이론도 적용되고 있다. 다채롭게 해석하는 영역까지 개척해내고 있어, 싱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