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 일곱 명의 삶의 우여곡절이 담긴 에세이집이 출간됐다.

도서출판 글을낳는집에서 ‘기록의집’ 시리즈 첫 번째 도서로 펴낸 ‘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습니다’다.

이 책은 실로암사람들과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에서 5개월 동안 진행한 ‘장애여성의 자기 역사 쓰기’ 수업의 결과물이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소수자의 삶을 대변해 증명하는 사료이기도 하다.

일곱 명의 저자들은 여성이라서, 장애인이라서,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조건들로 받아온 차별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 제목인 ‘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다’는 최송아 씨의 글에서 비롯됐다. 송아 씨는 자립생활을 하며 누워서 먹던 밥을 휠체어에 앉아서, 타인이 관리해주던 통장을 자신이 관리하게 됐다.

특히, 특수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하고도 읽고 쓰지 못했던 그는 평생교육원에서 문해교육을 받은 후 주위 사람들과 문자로 소통하게 됐다. 송아 씨에게 한글은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언어가 된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사람부터 유년시절 불의의 사고를 겪어 후천적 장애를 겪게 된 사람까지, 서른부터 예순까지, 가정을 떠나온 사람부터 제 손으로 새로운 가정을 꾸린 사람까지.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의 일상은, 잊힌 존재가 아니라 삶의 주체로서 자신만의 새로운 언어로 거듭났다.

글을 따라 이들의 생애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 불편하지만 딱히 다를 것도 없는 인간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시선에서 한발짝 물러나면, 벗어날 수 없는 불행을 인정하고 내일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는 이들의 밝은 미소가 보인다.

김용목 실로암사람들 대표는 “저자들은 송기역 작가와 함께하는 글쓰기 교육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며 긴 사색의 과정을 거쳐 생생한 언어를 길어 올렸다”며 “이 책이 여성으로, 장애인으로, 아내로, 어머니로, 비혼으로 살아가는 작가들의 삶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