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행복한 어린이는 없다
본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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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8. 03(수) 19:42 가+가-
한더위보다 더 뜨거워진 현안이 있다. 교육부가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시끄럽다. 학제 개편안은 취학 연령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입시·취업·보육 등 전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안이어서 졸속 추진은 안된다.
만약 계획대로 실행되면 1949년 교육법이 제정된 이후 76년 만에 처음으로 취학 연령이 바뀌게 된다.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실행되지 못했던 사안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2006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미래사회에 대비한 학제개편 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행 초·중·고교 학제의 문제점과 다양한 학제개편 시나리오 등을 분석하고 교육전문가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대규모 설문조사도 진행한 적이 있다. 2007년 7월 일대일 면접 방식의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아동의 발달속도가 빨라진 만큼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춘다’는 문항에 모든 연령대별·거주지역별·유형별로 반대 의견이 62∼73%를 기록했다. 특히 자녀가 학제개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젊은 층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는데 20대의 73.0%, 30대의 67.2%가 5세 취학에 반대해 50대 60대보다 반대 비율이 높았다. 2006년 교육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만5세로 취학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72.9%가 반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대 기조는 오늘 이 시점에서도 같다. 교사노동조합연맹과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43개 교육단체와 시민단체가 연합해 만든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범국민연대)는 최근 만 5세로 당기는 학제개편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유아들의 삶과 성장을 단지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경제적 논리에 종속시키는 반교육적 정책을 폐기하라”고 주장하며 “20년 뒤 있을 산업인력 공급 체계를 위해 만 5살 유아를 초등학교 책상에 앉혀 공부를 시킨다는 것은 교육적 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며 교육 주체들은 물론 국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졸속 학제개편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는 사유로 ‘공교육 편입을 앞당긴 학습 격차 해소’를 내세웠지만, 오히려 학부모들의 입장은 다르다. 조기입학이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규모를 확대시키는 것은 물론 조기교육에 대한 준비 여부에 따라 양극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어린 영·유아를 둔 맞벌이 부부들의 걱정은 더 크다. 취학 연령이 낮아지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종일 돌봄 제도를 이용할 수 없어 초등학교 방과 후에 누가 자녀들을 돌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해지는 이유에서이다. 현행 취학 아동의 돌봄 제도를 보완하지 않은 채 입학 연령만을 낮추는 방안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의 초등교육 시작 시기는 국제적으로도 늦은 편은 아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를 보면,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을 제외한 미국, 독일, 일본 등 OECD 가입국 대부분은 초등교육을 6살에 시작하고 3~5살은 영·유아 보육 및 교육을 받는다. 2019년 기준으로 38개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한 26개국(68.4%)의 초교 입학연령이 만 6세다. 핀란드·에스토니아 등 8개국은 7세, 호주·아일랜드 등 3개국은 5세, 1개국(영국)은 4∼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무현 정부를 비롯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하나로 취학연령 하향을 검토한 것은 인구고령화 때문이었다. 당시에도 유아들의 정서 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넘어야 할 과제였다. 입학생 증가에 따른 교원과 교실 부족, 대학 입시·취업 경쟁 격화 등도 숙제로 지적되면서 번번이 무산된 일이다.
잘 알다시피 학제개편은 교육 과정의 틀을 모두 흔드는 일이다. 이런 일을 공론화 과정도 없이 시행 시기를 못 박아 밀어붙이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행정이다.
아무리봐도 만5세면 너무 어린 아이다. 아동 발달단계상 놀이를 중심으로 잘 놀아야 할 나이다. 40분씩 딱딱한 의자에 앉아 수업 받을 수 없다. 신체와 정서언어적 발달에 집중해야 할 나이다.
‘나중에 행복한 어린이는 없다. 영유아의 당장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 있다. 스웨덴의 사례를 잘 살펴보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들이 만 6세 입학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스웨덴에서는 만 7세에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세계에서 교육 공공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스웨덴은 2005년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처럼 7세 입학을 유지할 것인지, 국제 기준에 맞춰 6세로 낮출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연구팀은 1935년부터 1984년까지 스웨덴 전체 출생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현행대로 만 7세 입학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유는, 7살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가장 교육 만족도가 높고 공부도 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 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에게는 만 7세에 입학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교육 공공성을 위해 만 7세 입학을 결정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아동권리선언문을 비준한 나라다. 유아기에 누릴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빼앗지 말라. 일찍 입학하여 일찍 사회에 진출하고 일찍 결혼해서 일찍 아이를 많이 낳을 것이란 공식은 검증된 바 없다.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 6세로 하고 있는 세계 선진국에서도 왜 취학연령 하향화를 학제에 반영하고 있지 않는지 살펴보라.
너무 성급했다. 문제는 정책의 결정 과정이다. 5세 취학에 대한 논의는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나 국정과제로도 전혀 제시된 바 없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그 과정이 졸속이라면 그 결과는 뻔하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은 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만약 계획대로 실행되면 1949년 교육법이 제정된 이후 76년 만에 처음으로 취학 연령이 바뀌게 된다.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실행되지 못했던 사안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2006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미래사회에 대비한 학제개편 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행 초·중·고교 학제의 문제점과 다양한 학제개편 시나리오 등을 분석하고 교육전문가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대규모 설문조사도 진행한 적이 있다. 2007년 7월 일대일 면접 방식의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아동의 발달속도가 빨라진 만큼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춘다’는 문항에 모든 연령대별·거주지역별·유형별로 반대 의견이 62∼73%를 기록했다. 특히 자녀가 학제개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젊은 층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는데 20대의 73.0%, 30대의 67.2%가 5세 취학에 반대해 50대 60대보다 반대 비율이 높았다. 2006년 교육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만5세로 취학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72.9%가 반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는 사유로 ‘공교육 편입을 앞당긴 학습 격차 해소’를 내세웠지만, 오히려 학부모들의 입장은 다르다. 조기입학이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규모를 확대시키는 것은 물론 조기교육에 대한 준비 여부에 따라 양극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어린 영·유아를 둔 맞벌이 부부들의 걱정은 더 크다. 취학 연령이 낮아지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종일 돌봄 제도를 이용할 수 없어 초등학교 방과 후에 누가 자녀들을 돌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해지는 이유에서이다. 현행 취학 아동의 돌봄 제도를 보완하지 않은 채 입학 연령만을 낮추는 방안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의 초등교육 시작 시기는 국제적으로도 늦은 편은 아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를 보면,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을 제외한 미국, 독일, 일본 등 OECD 가입국 대부분은 초등교육을 6살에 시작하고 3~5살은 영·유아 보육 및 교육을 받는다. 2019년 기준으로 38개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한 26개국(68.4%)의 초교 입학연령이 만 6세다. 핀란드·에스토니아 등 8개국은 7세, 호주·아일랜드 등 3개국은 5세, 1개국(영국)은 4∼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무현 정부를 비롯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하나로 취학연령 하향을 검토한 것은 인구고령화 때문이었다. 당시에도 유아들의 정서 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넘어야 할 과제였다. 입학생 증가에 따른 교원과 교실 부족, 대학 입시·취업 경쟁 격화 등도 숙제로 지적되면서 번번이 무산된 일이다.
잘 알다시피 학제개편은 교육 과정의 틀을 모두 흔드는 일이다. 이런 일을 공론화 과정도 없이 시행 시기를 못 박아 밀어붙이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행정이다.
아무리봐도 만5세면 너무 어린 아이다. 아동 발달단계상 놀이를 중심으로 잘 놀아야 할 나이다. 40분씩 딱딱한 의자에 앉아 수업 받을 수 없다. 신체와 정서언어적 발달에 집중해야 할 나이다.
‘나중에 행복한 어린이는 없다. 영유아의 당장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 있다. 스웨덴의 사례를 잘 살펴보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들이 만 6세 입학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스웨덴에서는 만 7세에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세계에서 교육 공공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스웨덴은 2005년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처럼 7세 입학을 유지할 것인지, 국제 기준에 맞춰 6세로 낮출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연구팀은 1935년부터 1984년까지 스웨덴 전체 출생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현행대로 만 7세 입학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유는, 7살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가장 교육 만족도가 높고 공부도 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 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에게는 만 7세에 입학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교육 공공성을 위해 만 7세 입학을 결정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아동권리선언문을 비준한 나라다. 유아기에 누릴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빼앗지 말라. 일찍 입학하여 일찍 사회에 진출하고 일찍 결혼해서 일찍 아이를 많이 낳을 것이란 공식은 검증된 바 없다.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 6세로 하고 있는 세계 선진국에서도 왜 취학연령 하향화를 학제에 반영하고 있지 않는지 살펴보라.
너무 성급했다. 문제는 정책의 결정 과정이다. 5세 취학에 대한 논의는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나 국정과제로도 전혀 제시된 바 없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그 과정이 졸속이라면 그 결과는 뻔하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은 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