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둔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 시행령 제정안이 마련됐다. 입법예고 기간은 6월15일까지였다. 그러나 고향세 시행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고향세에 대해 일반 국민뿐 아니라 농민들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고향세는 도시민 등 출향인사가 자신의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아닌 고향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는 제도이다. 기부 한도는 연간 최대 500만원으로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와 해당 지자체의 답례품이 주어진다. 세액공제는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분은 16.5%다. 모아진 기부금으로 지자체는 주민들의 복리 증진 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시행령 주요 내용은 우선 지자체가 정보통신망·신문·정기간행물·방송·옥외광고 등 광고매체를 활용해 모금을 홍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가 답례품을 공정하게 선정할 수 있도록 ‘답례품 선정위원회’를 꾸려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답례품 가액은 개인별 기부금액 총액의 30% 이내다. 아울러 시행령은 지자체가 조성된 기금을 ‘지방기금법’에 따라 투명하게 관리·운영하도록 하고있다.

문제는 시행령 제정으로 고향세 시행에 속도가 붙었지만 시행 주체인 기초자치단체의 준비는 아직 미흡하다. 지난해 10월 고향세법 공포 이후 전담팀을 꾸려 발 빠르게 준비에 나선 지자체도 몇몇 있지만 대부분은 거의 손을 놓고 있다시피하는 실정이다.

고향세는 도시에 비해 재정 여건이 열악한 농촌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한 제도다.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고령화 심화와 인구 감소로 소멸위기에 처한 농촌 회생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향세는 일본이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고향 납세’가 모델이다. 일본은 도입 첫해인 2008년 모금액이 865억 원이었는데, 12년 만인 2020년 7조 1486억 원으로 83배나 늘었다. 도시 지방간 세수 격차를 메우고 지방 회생에 순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의 경우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조례 제정 등 본격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강원도는 고향사랑기부제와 관련한 행정안전부의 시행령이 8월 공포되면 이에 맞춰 관련 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다. 강원연구원에 제도 시행에 따른 지방재정 유입 효과 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도 의뢰 제도 시행을 위한 실행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충청북도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하고 충북연구원을 통해 제도 인식 및 답례품 선호도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답례품목의 지역대표성, 유통안정성, 선호도, 지역경제 기여도 등 답례품 선정 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지방소멸’은 이제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급격한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말미암아 ‘정말 지방이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면서 농촌으로 대변되는 지방소멸 문제는 어느덧 우리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2 농업전망을 보면 올해 농가인구는 223만 명 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농가인구 비율은 43.9%에 달해 고령화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고령화에 따른 지자체의 복지 수요는 크게 늘고 있으나 재정자립도는 계속 하락 추세다.

지방재정 확충,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한 가지 방편으로 마련한 ‘고향사랑기부제’를 적극 활용해 소멸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 국민뿐 아니라 농민들도 제대로 인식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설문조사를 보면 국민 100명 중 94명이 고향사랑기부제를 모른다고 했다. 제도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서는 도입 취지대로 도시민의 기부금이 지역 재정 균형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홍보와 기부 장려에 적극 나서야 한다.

광주전남도 설명회를 갖는 등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으로 지역이 마주할 과제를 점검하고 제도 안착을 위한 대응 방안을 고심중인 것 같다. 하지만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기부자 유치를 위한 홍보·답례품 선정 등에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이 우려되면서,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법·제도적 기반과 전문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해 보인다. 고향사랑기부금을 안정적으로 확보·운영하기 위해서는 기부금 모금·홍보·활용방식 등 예상 가능한 쟁점들을 미리 검토하고 지자체별로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농촌지역이 많은 전남도 기초단체는 기부금 모금·사용 등의 근거 기반 구축을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기금 설치를 통한 전담 조직과 전문 인력 확보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통합플랫폼을 구축하고 기부금 사용 수요처 발굴과 매칭·고향사랑 기금 사용의 투명성 제고·기부자 관리 체계 역시 빨리 구축해야 한다.

고향세는 저출산·고령화, 지방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방재정 보완을 통한 지역간 균형발전 도모 등을 위해 반드시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어렵게 도입된 고향세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하루라도 빨리 자리를 잡으려면 농업계와 협력해 기부자들이 만족할 최고 품질의 농축산물 답례품 선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각 지자체는 우선 고향사랑기부제 기본틀이 ‘국가균형발전에 기여’라는 제도 도입의 근본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되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 특히 지역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해 추진하고자 하는 구체적 사업계획을 세워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나가는 방식으로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 행정·농협·전문가그룹 등을 포함한 민관 공동 추진체계를 가동해 예상되는 현안을 세심하게 점검하고 다듬어가야 할 것이다.

고향세가 전 국민으로 하여금 고향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출향인이 고향과 동행하는 새로운 고향문화를 만들어가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