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화의 '5월이야기']오월의 사람, 정동년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
- 재생 준비중
2022. 06. 09(목) 20:07 가+가-
오월의 사람, 정동년(5·18기념재단 이사장)이 하늘 길을 떠났다. 무려 42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우리의 뇌리에선 잊혀지지 않고 더욱 선명해지는 광주의 오월이 아닌가. 그 오월에 그는 무심하게도 떠나가 버렸다. 정 이사장은 5·18민중항쟁 제42주년 기념행사위원회 상임행사위원장을 떠맡았다. 오월 행사에서 마주칠 때마다 모든 것을 다 품은 양 넉넉하게 광주의 오월을 보듬어내곤 했다. 그 모습이 아직 선연한데 그렇게 홀연히 떠나버리다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난 해 5월1일 5·18기념재단 제14대 이사장으로서 취임할 때였다. “5·18기념재단의 더 넓고 깊은 활동, 5·18진상규명, 오월 단체의 화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던 말이 생생하다. 그리고 1년 동안 최선을 다해 오월을 위해 일하셨다. 그는 ‘오월의 사람’이고 ‘오월 사형수’다. 그 표현은 딱 적확하다. 필자는 기록관장으로 정 이사장과 함께 5월 행사를 같이 하면서 너무 좋은 기억을 간직하게 되었다. 늘 묵직하면서 잔잔한 미소와 환한 웃음,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정말 많다.
5·18민주국민장으로 치러졌다. 영결식이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되었다. 박석무 전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통곡하듯 말했다. “민주주의가 더 이상 후퇴하지 않도록 지켜봐 주길 바라네. 나의 영원한 친구여, 잘 가시게”, “민주주의가 꽃피도록 노력한 그대의 공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황일봉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 역시 결연했다. “이사장님이 가지 못한 길을 멈추지 않고 걸어가 깨끗한 민주의 새벽을 완성할 것”을 약속하면서 말이다. 유가족 인사로 큰 아들이 “아버지는 저에게 거대하고 어려운 태산같은 존재였지만, 손녀딸에게는 천사같이 다정다감했다. 당신의 모습을 이제는 더는 볼 수 없다” 며 오열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이들의 가슴이 모두 척척해졌다.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조치로 정 이사장과 함께 예비검속된 김상윤(73) 윤상원기념사업회 고문은 “1982년 특별사면으로 죽음에서 벗어난 동년 형님은 교도소를 나오며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웃음으로 우리를 맞았다. 동년 형님은 빼어난 전략가도 아니고 명민한 기획자도 아니지만 자기가 갈 길이라면 뚜벅뚜벅 걷는 분이었다. 사형 선고에도 노래하던 ‘광주내란 수괴’ 그 웃음 영원하소서”라고 “이제 형님의 그 큰 웃음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정동년의 부활, 오월 광주의 부활’을 끊임없이 노래하리라 믿습니다”며 추도사를 했다.
정 이사장은 1964년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이 됐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굴욕외교’라고 생각하여 반대 시위에 나서다 구속됐으며, 학교에서는 제적됐다. 그리고 1980년 3월 15년 만에 전남대에 복학하게 됐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 당시 사형선고를 받았다. 팩트는 이랬다. 5월17일 밤에 예비검속으로 검거됐다. 당시 그는 5·18 항쟁을 인지하지 못했다. 군부는 광주민중항쟁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만들기 위해서 김대중에게 시위자금을 수령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자 했다. 하지만 배후 조정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김대중은 정동년을 1985년에 처음 보았으며, 5월17일 이전에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사형수가 됐고, 2년여 옥중생활을 하다가 1982년 12월24일 성탄절 특사로 석방됐다.
1988년 국회 광주 청문회에서 고문수사를 폭로하고 5월 광주정신 계승을 다짐하는 5 18 전야제를 추진했다. 그 후 광주시민은 전야제 때마다 무작정 도청으로 왔다. 정 이사장 역시 광주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 함께 나섰다. 정 이사장은 젊은 시절을 온통 감옥에서 보냈다. 출옥 후에도 그는 5·18 학살 책임자 처벌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광주의 5월에서 살아온 것이다.
오월, 그 날을 겪고 살았던 오월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펄떡이는 심장으로 그 시절을 관통해온 광주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5·18재단은 정부에 정이사장에 대한 국민훈장 모란장 추서를 건의했다. 추서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또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과 그 정신이 헌법전문에 담기길 희망한다. 그게 오월 사람 정 이사장에게 부끄럽지 않은 일이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
지난 해 5월1일 5·18기념재단 제14대 이사장으로서 취임할 때였다. “5·18기념재단의 더 넓고 깊은 활동, 5·18진상규명, 오월 단체의 화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던 말이 생생하다. 그리고 1년 동안 최선을 다해 오월을 위해 일하셨다. 그는 ‘오월의 사람’이고 ‘오월 사형수’다. 그 표현은 딱 적확하다. 필자는 기록관장으로 정 이사장과 함께 5월 행사를 같이 하면서 너무 좋은 기억을 간직하게 되었다. 늘 묵직하면서 잔잔한 미소와 환한 웃음,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정말 많다.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조치로 정 이사장과 함께 예비검속된 김상윤(73) 윤상원기념사업회 고문은 “1982년 특별사면으로 죽음에서 벗어난 동년 형님은 교도소를 나오며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웃음으로 우리를 맞았다. 동년 형님은 빼어난 전략가도 아니고 명민한 기획자도 아니지만 자기가 갈 길이라면 뚜벅뚜벅 걷는 분이었다. 사형 선고에도 노래하던 ‘광주내란 수괴’ 그 웃음 영원하소서”라고 “이제 형님의 그 큰 웃음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정동년의 부활, 오월 광주의 부활’을 끊임없이 노래하리라 믿습니다”며 추도사를 했다.
정 이사장은 1964년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이 됐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굴욕외교’라고 생각하여 반대 시위에 나서다 구속됐으며, 학교에서는 제적됐다. 그리고 1980년 3월 15년 만에 전남대에 복학하게 됐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 당시 사형선고를 받았다. 팩트는 이랬다. 5월17일 밤에 예비검속으로 검거됐다. 당시 그는 5·18 항쟁을 인지하지 못했다. 군부는 광주민중항쟁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만들기 위해서 김대중에게 시위자금을 수령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자 했다. 하지만 배후 조정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김대중은 정동년을 1985년에 처음 보았으며, 5월17일 이전에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사형수가 됐고, 2년여 옥중생활을 하다가 1982년 12월24일 성탄절 특사로 석방됐다.
1988년 국회 광주 청문회에서 고문수사를 폭로하고 5월 광주정신 계승을 다짐하는 5 18 전야제를 추진했다. 그 후 광주시민은 전야제 때마다 무작정 도청으로 왔다. 정 이사장 역시 광주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 함께 나섰다. 정 이사장은 젊은 시절을 온통 감옥에서 보냈다. 출옥 후에도 그는 5·18 학살 책임자 처벌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광주의 5월에서 살아온 것이다.
오월, 그 날을 겪고 살았던 오월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펄떡이는 심장으로 그 시절을 관통해온 광주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5·18재단은 정부에 정이사장에 대한 국민훈장 모란장 추서를 건의했다. 추서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또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과 그 정신이 헌법전문에 담기길 희망한다. 그게 오월 사람 정 이사장에게 부끄럽지 않은 일이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