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고물가가 서민들의 삶을 헤집고 있다. IMF와 금융위기에 육박하며 고삐풀린 듯 고공행진 중인데 체감 정도는 그 이상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고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내수 회복 등으로 물가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5월 광주·전남지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각각 전년 동월 대비 5.5%·6.2% 올랐다. 광주와 전남지역은 전년 동월 대비론 2008년 8월 금융위기 당시 6.0%, 6.3%를 기록한 바 있으며 앞서 1998년 IMF 때는 무려 9%에 달했었다. 올 5월 현재 수치상으로는 역대 세 번째지만 피부적으로 느끼는 수준은 최고라고 봐도 무방하다.

체감 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소비자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는 광주가 7.3%, 전남은 7.6% 상승,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돼지고기, 배추, 밀가루, 식용유 등 어지간해서는 만만한 품목을 찾기 힘들다. 신선 및 가공식품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전국적으로 심각한 가뭄에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농산물 값이 급등하는 모습이다. 외식업, 음식료품 등 물가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경고도 나온다. 전 세계의 주요 곡창지대도 이상기후로 인해 작황이 매우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년 만에 가장 높았다. 농산물의 가파른 상승 추세가 차례로 반영되면 올 하반기는 더욱 요동칠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6-7월에도 오름폭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추석 명절이 포함된 9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코로나 이후 수요 회복 등 복합 위기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 경험하지 못한 물가 폭풍이 몰아쳤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여름철 가격 변동성이 큰 농축산물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가뭄 대책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비상한 각오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는 실질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 국민들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