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 성삼재에서 뱀사골로 내려오는 길목.
하늘 아래 첫 동네
심원마을.

모두다
돈과 벼슬
도시가 좋다고 할 때.

지리산의 숲과,
산그늘이 좋아서
세상을 뒷걸음쳐온 사람들
계곡물처럼 살고 싶었던 이들이 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저 바위처럼 뿌리를 내리며
돌탑을 쌓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오순도순 삶을 채색하고 있다.

<백국호 약력>
▲서울신문 호국문예공모전 가작입상(1996)
▲제61회 현충일 추모 헌시에 ‘무궁화’ 선정
▲문학춘추작가회 회장, 장성문인협회 고문
▲전남문협 시분과위원장, 전남시인협회 자문위원
▲시집 : ‘바람이 나무를 흔든다’ 외 5권

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 평 설(박덕은 문학평론가) -
백국호 님의 시 ‘돌탑을 쌓아 가는 사람들’에서의 시적 화자는 지리산 심원마을에 눈길을 보내고 있다. 노고단, 성삼재에서 뱀사골로 내려오는 길목에 있는 산골, 심원마을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돈과 벼슬과 도시를 버리고, 지리산 숲과 산그늘이 좋아, 세상을 뒷걸음쳐 산골에 들어온 사람들, 계곡물처럼 해맑게 살고 싶은 사람들, 바위처럼 산속에 뿌리 내리고 돌탑과 사랑을 쌓아 가며, 오순도순 삶을 채색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시적 화자는 은근히 부럽다. 무너지지 않게 돌탑을 쌓기 위해서는 서로의 중심을 잘 받쳐 주어야 한다. 돌탑처럼 돌탑을 쌓아 가는 사람들도 서로의 중심을 잘 받쳐 주기 위해 곁을 내주며 손을 잡아 주고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갔을 것이다. 뭉툭한 돌, 모난 돌처럼 생김새가 달라도 심원마을이라는 돌탑의 빈틈을 채우며 제 몫을 해냈을 것이다. 그렇게 모나고 뾰족한 인연들이 서로의 빈틈을 채우며 심원마을이라는 하나의 돌탑을 완성했을 것이다.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시멘트로 쌓아 올린 탑, 그 아파트와는 다르다. 노을이 작은 빈틈까지 채워 주는 돌탑.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중심을 잡아가는 돌탑. 맺어진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돌탑. 그 돌탑처럼 심원마을 사람들은 오순도순 살아간다. 시심 속으로 들어가 독자들도 잠시 일손을 놓고, 산골 심원마을로 향한다. 그들의 삶, 그들의 인생관, 그들의 철학이 가슴 비집고 들어와, 따스하게 한다. 왜 우리는 이토록 바쁘게 살고 있을까. 누굴 위해, 무얼 위해, 한순간 커다란 회의감에 휩싸인다. 이 시를 통해, 다시 한번 인생길의 방향을 점검해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