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들이 오는 6월 열릴 ‘정신적 피해 배상 집단 청구 소송’을 앞두고 국가와 사법기관에 신속·합당한 판결을 촉구했다.

오월 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 회원 50여명은 26일 오전 11시30분께 광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는 하루빨리 5·18유공자들의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재판을 열고 당사자를 비롯해 함께 고통 받은 가족의 피해까지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회원들의 주장은 앞서 조사된 5·18 기념재단의 연구결과에서 기인했다.

재단에 따르면 5·18민주화 운동 관련자 55.8%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은 50여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한국 총 인구 대비 자살 비율인 0.02%의 500배에 달하는 수치다.

황일봉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장은 “우리는 살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동지들을 기억한다”며 “생전 이들의 꿈에는 항상 군인들이 나타났고 총상 후유증 때문에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5·18민주화운동 이후 ‘폭도’, ‘불순분자’라는 낙인과 오명 속에 산 우리는 이를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며 “자유의지는 폭력과 공포 속에서 바스러졌고, 몸과 마음은 온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졌다”고 한탄했다.

또 피해자들은 국가폭력에 대한 분노를 술과 약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지만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의 삶은 그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다고 열변했다.

그러면서 황 회장은 “평범한 가정은 일순간에 고층건물이 폭파되듯 무너졌고 고통은 어린 자녀를 비롯한 모든 가족의 몫이 됐다”며 “경제적 어려움은 신체적·심리적 피해를 회복할 시간마저 앗아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들은 5·18민주유공자 뿐만 아니라 ‘연좌제’를 겪은 가족들 역시 정신적 피해 배상에 반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회장은 “5·18민주화 유공자 가족들은 인권침해와 더불어 피해자들의 옥바라지 등을 감수하며 불행과 고통의 삶을 살았다”며 “이들 모두 정신적 피해 배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오월 단체와 회원들은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6일 동안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촉구 집회를 연다. 집회는 상황에 따라 6월에도 열릴 수 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