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은 오전과 오후에 비슷한 기운(氣運)을 가진 사람들이 방문을 했는데 공교롭게 살아가는 삶은 정반대였다. 두 사람 모두 사주에 천라(天羅)라는 살성이 있었는데 오전에 온 사람은 전체의 격이 깨져있고 특히 운로(運路)의 흐름이 좋지 않았다. “우울증 약을 오랫동안 먹고 있는데 지금도 죽고만 싶습니다. 저에게 좋은 날들이 올까요?”라고 묻는 그는 50세가 다 되는 나이까지 결혼도 못하고 특별한 직업도 없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에 온 사람도 천라를 가지고 있었지만 음양오행의 조화가 중화(中和)가 되고, 운로(運路)의 흐름이 초년부터 좋게 흐르고 있었다. 그는 예술 분야의 유명한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의도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필자는 그에게 물었다. “고독과 외로움을 예술로 승화시키셨군요?” “네, 저는 사춘기 때부터 항상 삶은 무엇인지, 왜 죽어야 하는지 묻는 습관이 있었어요. 원래는 스님이 되고 싶었는데 우연히 만난 예술에 빠져서 지금은 오직 작품의 세계에 빠져있습니다.” 비슷하게 타고난 기운(氣運)이지만 삶의 모습은 전혀 다르게 살고 있었다.

명리학의 고전 연해자평(淵海子平)에 보면 ‘무릇 화명(火命)의 사람이 술해(戌亥)를 만나면 천라(天羅)가 된다. 이는 오행의 묘(墓),절(絶)에 처가 되기 때문에 천라라는 살에 걸린다.’고 했다. 묘(墓)는 말 그대로 무덤과 창고의 의미가 있다.

묘는 살아있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될 장소이기 때문에 안 좋은 의미로는 어둡고 부정적이며 고독과 외로움을 상징한다. 절(絶)은 모든 것과 단절된다는 의미가 있어서 안 좋게 드러날 때 사회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인간관계도 융합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역학(易學)의 모든 이론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다른 기운의 생극(生剋)에 의해 변화가 된다. 묘, 절이 좋게 나타나면 묘는 저장하고 아무도 모르게 자신만의 것을 채운다는 의미가 있고 절은 절처봉생(絶處奉生)의 의미가 있어서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새로운 생명이나 기운이 시작된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천라가 있는 명(命)이 좋게 드러난다면 자신만의 개성으로 드러나는 예술계통이나 고독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학자나 연구원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성분이 된다. 특히 의학계와 종교계에 종사하는 분들 중에 크게 이름을 날린 명조들이 이 천라의 성분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타고난 천기(天氣)를 잘 분석해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은 천양지차(天壤之差)로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