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상에는 인간 외에도 수많은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떠한 생명체는 인간의 기준에 잘 부합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듯 보이고, 어떠한 생명체는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채 그 존재감 역시 서서히 잊혀져 간다. 인간의 기준에 의해 버려져 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보호받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피해를 본 것이 과연 우리 인간뿐이었을까? 이러한 전염병의 확산은 최근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함께 다양한 생물들의 급격한 감소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훼손, 서식지를 잃은 야생생물의 확산, 외래종의 유입 등 생태환경 변화에 따른 전염병 감염 위험성이 증가한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은 자연생태계를 인간이 세운 기준으로 평가하고 재단하고 때로는 일부 보존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그 기준들이 지구 상에 살아가는 다른 생명들에게도 적합한 기준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성이 요구된다.
이런 가운데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광주신세계갤러리는 환경의 달을 앞두고 오는 6월20일까지 ‘환경의 날’ 기획전 ‘우리가 만든, 그리고 사라지는’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만든 기준에 의해 피해 받고, 사라지는 야생생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용선의 작품은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강아지풀이 마치 박물관의 보물처럼 전시돼 있다. 자연에서 수집한 강아지풀이 작품처럼 벽면에 걸려있고, 앞에 놓인 나무의자에 조용히 앉아 바라볼 수 있다. 도시 미관을 위해 뽑혀진 이름 모를 들풀과 뒤섞인 콘크리트 벽돌 위에서 그 강아지풀을 바라보고 있자면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자연을 선택, 배제, 훼손하는지를 질문하게 된다.

정현목은 버려진 꽃과 일회용품의 조형적 연출을 통해 필요에 의해 쉽게 상품화되고, 버려지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인간이 선택한 대표적인 소비재 중 하나인 꽃은 대량 생산돼 소비되고, 목적 달성 뒤 쉽게 버려진다.

유지연 작가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인 개를 작품 속에 그려냈다. 이들은 같은 종 안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오랜 시간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그들의 초상을 마주하고 있으면 마치 거울을 보듯 익숙한 눈빛과 표정을 느낄 수 있다.

김혜정의 작품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버려지는 반려동물부터 도시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거나 학대 받는 야생동물까지, 지구상에 인간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일러스트로 만나볼 수 있다.

백은하의 작품은 동물들이 현재 처한 상황을 조금 더 알아가고 나아지길 바라며, 지구상에 함께 살아가는 그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호소한다. 우리들의 살아가는 방식은 동물들의 희생을 동반하기도 하며, 급격히 발전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들은 쉽게 소멸하고, 소모되고, 소외돼 간다.

작가들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적인 환경운동을 하지는 않지만, 미술작가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지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윤기원 작가 역시 멸종위기 동물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기록하고, 멸종위기 동물의 목록에 포함시켜 우리가 공존, 공생하는 존재임을 알린다.

한우종 광주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여섯 명의 작가는 인간의 기준에서 바라보는 자연이 아닌 자연 속 모든 존재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기후위기가 초래한 각종 자연재해를 극복하고,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동반되는 생활 속 작은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며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장용선作 ‘채집된 조각’

백은하作 ‘마지막 장생도’

김혜정作 ‘먹는거야’

윤기원作 ‘수달’

유지연作 ‘브뤼셀그리펀’ 정현목 作 ‘캔에서 시들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