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플라워’

고립과 연결, 서로 상반되는 개념을 통해 메타버스 시대의 이슈를 담아내고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기문 작가의 24번째 개인전 ‘메타버스’가 오는 31일까지 갤러리S(남구 서서평길2)에서 열리고 있다.

전남대 미술학과 교수인 서 작가는 그동안 ‘미술과 시대정신’과 같은 중후한 주제의 전시들을 통해 미술의 사회적 기능을 성찰해왔다. 내용과 주제 뿐만 아니라 형식과 표현 측면에서도 깊은 통찰을 해오고 있으며, 2017년 촛불혁명 이후 인물작업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와 평화 정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고립과 연결’을 이야기한다. 전시에서는 신작 17점을 포함한 총 2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그림에서는 ‘사과’와 ‘케이블선’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사과를 하나의 행성이자 세계로 표현한다. 지구와 닮아있는 사과는 작가에게 독특한 개체이자 우주이며 서로 연결돼 있다.

‘연결의 힘’을 주목하면서 그는 자연스레 케이블선도 작업에 들여놓는다.

인간의 열망을 상징하는 케이블선은 지하, 바다 속, 허공을 가르며 무서운 속도로 연결욕망을 표현해낸다.

인류는 이미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고 메타버스, 그 가상현실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신작들에서 컬러 변화도 눈에 띈다. 그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TV 등 액정 디스플레이에서 볼 수 있는 형광색을 적극 활용한다.

형광색을 가볍고 경박한 느낌의 색이라고 생각해왔던 작가는 그 선입견을 깨고 색감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메타버스’를 표현해보고자 했다.

형광색의 일상화는 현대인들이 그만큼 고해상도에 적응해왔으며, 이미 그것을 즐길 충분한 시각적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 작가의 이야기다.

작가는 “우리는 팬데믹으로 고립돼 있으면서도 수많은 문화콘텐츠들을 접하고, 화상전화로 보고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물건도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며 “고립의 극한 상황에서 초연결되는 현상에 주목, ‘사과’와 ‘케이블선’으로 메타버스 시대의 이슈들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이명자 갤러리S 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고립과 연결’을 주제로 작업해 온 서기문 작가는 더 멀리 더 높게 연결되고 닿고자 하는 인간 열망과 꿈틀거리는 에너지들을 사과와 케이블선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며 “상징과 은유, 알레고리가 넘쳐나는 작품의 유려한 구성과 힘 있는 컬러를 이 봄에 마음껏 즐겨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