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어김없이 우리에게 5월의 초록을 선사하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생활 속에서 길을 걷다가 아름다운 꽃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송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꽃이 너무 예뻐 보이고 아이들을 보면 마냥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인 것 같다.

최근에 동네 호숫가를 거닐다가 빨간색 철쭉꽃이 너무 예뻐 철쭉꽃 앞에서 필자의 비장의 무기인 ‘웃음꽃’ 포즈를 취하면서 아내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정말이지 아름다운 꽃 앞에서 무표정하게 사진을 찍는 것은 꽃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웃는 얼굴은 꽃과 어우러져 너무 기분이 좋은 한 장의 사진이 됐다.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 속에서 자리를 잡은 지 불과 10여 년인데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세상에 왔다. 스마트폰의 등장에 이어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크라우스 슈밥(Klaus Schwab)에 의해서 4차산업혁명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이후, 인공지능 알파고(Alpha Go)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인공지능(AI)의 등장을 본격화시켰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의 관심 주제가 됐으며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자연스러운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바야흐로 가정의 달 5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처님 오신 날, 스승의 날 등 5월은 행사의 달이며 어느 때보다 가족의 소중함이 강조되는 달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우리 삶을 바꾸어 놓았듯이, 소중한 마음을 담은 선물이 눈에 보이지 않게 스마트폰 속에서 이리저리 날개를 달고 옮겨 다닌다. 10여 년 전 어느 지방자치단체에 강연을 갔을 때 어르신들에게 앞으로 금융기관에서 현금 자동인출기가 사라지고 스마트폰으로 돈을 보내야 한다면서 스마트뱅킹 교육을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가정을 기본 단위로 하는 사회구조가 기회일 수도 있고 위기일 수도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로봇공학, 빅데이터가 작동하고 지배하는 지금 더 나은 가족관계를 위해서 우리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행복과 실존의 연계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겠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인간 행위의 최고의 선은 행복이며 이것은 모든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다. 이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아레테(Arete)는 윤리적인 고귀함과 조화로운 구현이라고 역설하였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가족이라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위한 존귀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행복은 재미와 의미의 조화로움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SNS나 인터넷 뱅킹으로 부모님에 대한 존경 그리고 자식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에는 가족의 참 의미에 다가가기에 아직은 부족함이 없지 않을지 모른다.

약장수가 어머니들을 앉혀 놓고 약을 팔 때 웃음과 눈물을 통해 어머니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어머니가 화장지가 없어서 약 파는 행사장에 가는 것이 아니다. 자식보다 더 내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 주는 그 총각이 있기 때문이다. 로봇공학의 발달로 돌보미 로봇이 있다 한들 내 자식의 목소리보다 나을까? 하루 종일 떠들어 대는 TV 소리가 내 손자의 웃음소리보다 더 나을까? 하루에도 수십 통의 ‘카톡’ 소리가 들리지만, 내 자식의 전화에서 흘러나오는 “엄니 진지는 잡수셨소? 아부지는 잘 계시지라?”가 그립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더 나은 가족 세우기를 위해서 첫째 인간으로서의 윤리적인 고귀함, 둘째 행복에 대한 바른 이해, 셋째 진실한 만남 이 세 가지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봄에 새싹이 돋고 나면 꽃이 피고 그 꽃이 지고 나서야 비로소 푸르른 잎들이 초록을 불러온다. 우리 인생이 항상 꽃만 필 수 없듯이 꽃이 져야 열매가 맺고 그 열매가 익어야 먹을 수 있으며, 또한 마지막 잎이 떨어져야 겨울이 오고 또 봄이 온다. 진정한 웃음꽃은 어머니의 눈물비를 맞아야 피어나는 법이다. 그리운 내 가족들의 안녕을 위해 기도하는 5월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