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설 명절을 쇠면서 고고학이야기 책을 뒤적거린다. 조대박물관특별전 ‘빛나는 호남 10만년’을 넘긴다. 20세기 우리지역 문화재연구원에서 발행한 보고서를 꺼내보면서 관련 영상감상도 해본다. 광주 원초인(原初人)을 만나기 위해서다.

지질시대 끝자락, 신생대 4기는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와 홀로세(Holocene)로 나뉜다. 250-1만년 전 홍적(갱신)세와 그 후 지금까지를 충적세라고도 부른다. 엄밀 구분은 어렵지만, 인류등장과 함께 뗀·간석기, 곧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 가름이랄까.

구석기 시대는 4번 빙기와 3번 간빙기가 있어 해수면이 오르내렸단다. 마지막 빙기 때 현 해수면에서 100m정도 내려가 황해가 육지였으며, 동해는 호수였다.

어느 간빙기 때 한반도는 아열대기후로 추정되기도 한다. 지금 해수면에 도달한 쯤은 5-6천년 전, 후빙기 신석기 시대다.

한반도 최초 구석기 유적은 1962년 함북 웅기 굴포리 서포항, 1964년 공주 석장리에서 발견된다. 1976년 청원 두루봉에선 쌍코뿔이·코끼리·원숭이·하이에나뼈와 함께 사람뼈가 나온다. 인골은 키 120㎝ 6살배기로 ‘흥수아이’라 칭한다. 1978년 미군 그렉 보웬은 한탄강 유원지에서 주먹도끼 석기를 접한다. 바로 연천 ‘전곡리’ 유적 발굴의 서막이었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 구석기 유적인 단양 금굴은 ‘응답하라 70만년 전’이다. 구낭굴은 어린사슴 도살장이고, 슴베찌르개가 나온 수양개는 석기공방이었다. 순천 외서면 월평 유적은 수많은 좀돌날이 출토돼 후기 구석기 유적의 표본실로 뜬다. 2004년 사적 458호를 받았다.

광주 선사고대 유적분포도(국립광주박물관2008,향토지리연구소2022).

광주최초 구석기 유물은 1993년 조선대 발굴단(이기길)이 첨단지구에서 찾아낸다. 극락강변 해발 36m 언덕, 산월동 848번지 일대에서 뗀석기 13점이 나온 것이다. 약 6천500년 전 쌓인 하성 퇴적층으로 추정된 곳으로 영산강 유역 최초 구석기 발굴터다.

해발 20.8m에 위치한 너비 2m 길이 5m 시굴구덩이 지하 3m 지점, 갈색모래층에서 12점(긁개, 몸돌조각, 격지 5점, 뗀자국석기, 부스러기 2점)이 드러난다. 근처 봉산들에서 나온 찍개(19.3×20.5×6.6㎝ 3080g)와 함께 모두 유문암으로 만든 것이다.

1995년 광주천변 치평동 일대가 신도심지로 꾸며지기 시작한다. 운천저수지 북쪽 도로 건너편 상무대 표석과 을지문덕 동상 언저리 해발 25m 언덕에서 구석기 유물이 확인된다. 산월유적지 남쪽 6.5㎞지점이다.

92번지 일대 길이 100m 폭 30m 조사면적, 지표와 두 개 문화층에서 11점이 출토된다. 9지층 중 석비례 위 8층, 두께 80㎝ 모난돌 모래질찰흙(1문화층)에서 3점을 캤다. 몸돌과 긁개 각 2점은 규질암과 규암으로 제작한 것이며, 중기 구석기로 짐작했다.

두께 30㎝ 5지층, 회갈색 모래질찰흙(2문화층)에서는 응회암과 석영맥암 몸돌, 응회암 격지, 규암 찍개, 석영맥암 여러면 석기, 조각돌이 보였다. 땅위에서 발견된 3점은 규암 몸돌(10.3×10.1×7.5㎝ 1183g), 규질암 긁개, 반암 여러면 석기다.

1996년 매월동 개금산 북서쪽 해발 170m 능선에서도 구석기 유물이 발견된다. 동산마을 산193-5·329번지에서 나온 석기는 6점이다. 몸돌(111×135×72㎜·1139g), 홈날, 긁개 3점, 여러면 석기로 원석은 규암(개차돌)과 석영맥암이다. 치평동 유적 남쪽 2.7㎞지점으로 서편에 극락강이 흐른다.

2019년 대촌지역 발굴 현장 전경(광주 대촌유적,2021).

2019년 12월11일 남구 대촌지역 ‘에너지밸리산업단지’ 조성지에서 발굴현장공개와 자문회의가 열린다. 봉황산(168m)과 등룡산(117m) 자락 말단부 해발 34m전후지다. 한일베라체아파트와 맹간제 사이 지석동 산31-1(325-3)번지에서 4만년 전 구석기 문화층이 나타난다.

전남문화재연구원은 구릉부 5×5m 그리드 표토층 밑 황갈색사질점토층에서 구석기유물 23점을 추출한다. 몸돌 8점을 비롯해 격지 3점, 찍개·대패·긁개·뚜르개·여러면석기 각 1점, 조각 5점, 자갈돌 2점이다. 돌감은 규암 12점, 석영맥암 5점, 사·편마·편암 각2점이다.

현생인류는 빙하시대 4빙기와 4번째 간빙기인 ‘후빙기’로 접어들면서 온난기후 덕에 생활패턴을 크게 달리한다. 동식물을 기르며, 한 곳에 머문 생활로 전환한 것이다. 울주 반구대 암각화는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은 증거다. 바탕흙을 선정, 반죽해 일정 틀을 만들고, 무늬까지 새겨 600℃ 이상 온도에 군 그릇을 만들기도 한다.

수렵채집 중심 구석기 시대에서 농경목축 신석기 혁명시대로 잇는 사례가 제주도에서 떠오른다. 1988-97년 한경면 고산리 ‘한장밭’에서 구석기 말기 유물과 초기 신석기 시대 토기가 함께 나온 것이다. 1998년 표지유적(標識遺蹟) 가치를 중시, 사적 412호로 지정한다.

효천2지구 수혈유구(광주 유구한 문화의 도시,2008).

신석기 유물 토기(광주역사문화박물관도록,2020).

노천에서 흙을 구워 만든 토기가 광주에서도 발견된다. 2006년 5월30일 광주 효천택지지구(노대·행암)에서 신석기시대 유적 발굴 성과를 알린다. 수혈(竪穴)과 돌무지에서 사격자문(斜格子紋), 점열(點列)무늬, 이중구연(二重口緣) 토기와 한 자 크기 돌괭이 한 점이 나온 것이다.

광주·전남 신석기시대 유적은 대부분 바닷가 패총이었다. 내륙은 탐진댐 수몰지구에서 조사한 장흥 오복동 바위그늘 유적이 유일했다. 남구 빛고을노인타운 어귀, 노대동 674번지에서 캔 빗살무늬토기는 영산강 유역 내륙 지역에서 처음 보인 것이다. 지석강 지류인 대촌천 상류, 곡간충적지에서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도록에 따르면 격자무늬·겹아가리토기 크기는 18×8·18.5×10㎝다.

광주 최초 우리 선조, 석기시대 유적터는 첨단·치평·매월·효천지구 아파트 숲이 됐다. 유물은 박물관으로 가 일부 게시되고, 보고서에 남아있다. 정확 위치 기록이 아쉽다. 진행형인 대촌지구는 본디 출토 위치를 찾아 표지판이라도 세웠으면 한다.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