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절망적인 상황이 오고 있습니다…. 저희의 바람은 (가족들의) 생사라도 확인하고 어느 지점에라도 있는지 아는 것뿐입니다.”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6일째, 실종자 가족들은 ‘아파트 붕괴희생자 가족협의회(가칭, 이하 협의회)’를 꾸려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협의회 대표 A씨는 “정치적이나 사회적으로 뭔가 하려는 게 아니라 단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일이라 조직을 꾸렸다. 오직 피해자와 실종자 가족들과 관련된 사항만 공동으로 대응하고 준비하겠다”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16일 협의회에 따르면 이날 실종자 한 분의 가족이 자리를 떠난다. 이들은 지난 14일 심정지 상태로 수습된 실종자분의 가족이다.

A씨는 “가시는 분도 미안해하시고 떠나보내는 우리도 미안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이나 내일 수색작업에서 어떠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상황이 장기화될 것 같다”며 “지상에서 발견될 확률이 적어 짧게는 2-3주, 길게는 몇 달이나 걸리는 상황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남겨진 가족들은 앞으로 실종자들이 ‘모두 나온다’와 ‘2-3명 등 절반만 나온다’, 또 ‘전부 상층부에 있어서 안 나온다’ 등 세 가지 경우의 수로 나눠서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가 발견이 안될 시 향후 계획에 대해선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가족들 모두 생업이 있다. 저도 하루에 수백만원씩 손해가 쌓여 1주일만 더 여기 있어도 파산할 정도”라며 “그렇다고 여기에 안 있을 수도 없어 가족별로 조를 짜거나 비상연락망 체계를 갖추는 등 이런 걸 논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산업개발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A씨는 “작업구역을 보고 왔는데 덤프트럭 진입로만 치워진 상태다”며 “자기들(현대산업개발)이 중장비를 동원해서 치우겠다 했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수색작업이 별다른 성과 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협의회는 ‘조금 절망적인 상황이 오고 있다’고 한탄했다.

A씨는 “뭔가라도 해서 해결할 수 있다면 뭐라도 해보겠지만 (현 상황은) 상층부의 돌을 들어내면서 사람을 찾아야 하는 유래 없던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의 바람은 가족들의 생사라도 확인하고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아는 거다. 그러면 언젠가는 꺼낼 수 있지 않겠냐”고 호소했다.

이러한 가운데 A씨는 붕괴 사고 발생 지역 인근 상인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A씨는 “우리야 가족을 찾은 뒤 떠나면 되지만 상가 분들은 ‘차라리 깔려 죽었으면 했다’고 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다”며 “피해를 입은 분들끼리 서로 ‘미안하다’고 하고 있다. 빨리 가족들을 찾아서 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