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벽과 지붕으로 막힌 공간이 아닌
마감시간과 관람선으로부터 자유로운
하늘 천장과 바람 벽이 만든 미술관은 ‘거리’에 있습니다.

미술 작품을 보기 위해 미술관이나 화랑에 꼭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거리 곳곳에도 미술 작품이 있다. 우리는 다만 평소에 바삐 걷느라, 친구와 주고받는 대화가 너무 재밌는 나머지 거리의 작품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길 위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인 공공미술의 역사와 미학적 가치를 흥미롭게 소개하는 책이 발간됐다.

미술평론가이자 현재 국민일보 문화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손영옥 씨가 펴낸 ‘거리로 나온 미술관’(자음과모음刊)이다.

이 책은 2020년 ‘궁금한 미술’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칼럼을 바탕으로 하고있다.

‘독자들이 궁금해할 생활 속 미술 현장을 소개한다’는 ‘궁금한 미술’의 취지를 이어 거리 위에서 만날 수 있는 공공미술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쁜 현대 사회 속도에 맞춰 살다 보면 바로 곁에 있는 작품을 스쳐 지나가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주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 곁에 함께하는 ‘거리 미술관’에 언제든 입장할 수 있다.

이 책은 거리 위 공공미술 작품의 작가, 탄생 배경, 제작 경위, 미학적 가치, 시대사적 맥락 등을 두루 짚어주면서 독자 스스로 공공예술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친절한 거리예술 안내서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현장에서 피부로 전해지는 작품의 ‘촉각적 기쁨’을 갈구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는 야외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했다.

아울러 이 책에서는 한국 공공미술이 시작된 1980년대부터 2021년 최근까지 공공미술 작품의 변화와 발전 과정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해 앞으로의 공공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공공미술 작품을 단순 열거하지 않고 공공미술 작품과 건축물 이야기에서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오버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기존에 출간된 공공미술 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공공미술이 아직 낯설게 느껴지는 독자들도 관심을 갖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품의 위기와 기회 순간, 작가의 인터뷰, 사진 등 취재를 기반으로 한 실제 자료를 풍부하게 담았다. 따로 검색하거나 공부하지 않고도 공공미술사를 일별할 수 있는 게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거리의 공공미술 작품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알아가는 과정은 조용하고 안락한 실내 전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거리의 예술이 가진 가치와 아름다움 그리고 작품 뒤에 숨어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거리 미술관’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저자는 “단순히 거리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서 나아가 공공미술의 과거와 미래를 개략적으로라도 맛볼 수 있도록 했다”며 “고정관념에서 한발 벗어나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거리 미술관을 산책하다보면 발견의 재미 뿐 아니라 인문학적 지식과 작품을 더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얻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