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아파트 신축 중 외벽 붕괴 사고가 난 화정아이파크를 포함해 HDC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건축·건설현장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원인을 철저 조사하고 모든 법적·행정적 조치를 언급했는데, 형식적인 ‘뒷북대책’이 아니길 바란다. 시민의 충격과 분노가 너무 크다. 지난해 동구 학동에 이어 또 다시 후진국형 재해가 발생한 현대산업개발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산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엄청난 분진을 내며 39층 아파트 한쪽 귀퉁이 콘크리트 구조물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가면서 인근 주민들은 혼비백산했다. 일부 상가에는 지상으로 떨어진 파편이 튀어 들어왔고, 먼지를 뚫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야 했다며 전쟁터 같은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실 이번에도 예견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높다. 주민들은 비산먼지와 지반 침수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 시공과 관련해 관할 서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넣었으나 이행 권고에 그쳤으며 낙하물이 떨어진 사례도 빈번했다고 안일한 태도를 꼬집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17명(사망 9·부상 8)의 사상자를 낸 학동 철거건물 붕괴의 책임이 있는 시공사로 대형사고가 반복되면서 대기업의 안전 관리에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호언장담했지만 과연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게 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약속한 진상 규명과 처벌 역시 아직까지 미완이다. 공교롭게도 해체 공사 현장 점검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학동참사방지법’으로 불리는 건축물 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빛이 바랬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사고다. 믿기지 않는다. 광주 아파트 비율은 전국 평균을 웃돌아 광역시 가운데 이미 최고 수준이다. 차제에 우후죽순 들어서는 아파트 신축 전반에 대한 실효성 있는 안전점검 강화가 필요할 듯 싶다.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초고층 경쟁과 무리한 공기 단축에서 비롯된 부실 시공이라는 지적이 거듭해서 나오는 때문이다. 광주시와 유관기관은 역량을 다해 수습과 피해 회복을 위해 전력해야 한다. 일상에서 잊을만 하면 비극적인 재해가 발생하는 참담한 현실이다. 더 이상 방관자적 태도여선 안되겠다. 분명하게 경종을 울려야 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