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 2020년 8월 섬진강 수해에 대해 관련기관의 책임을 48%로 한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 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 경남 하동군 등 댐 하류 8개 지자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시장·군수 및 시·군의회 의장들도 배상액과 비율을 재조정하라며 공동 대응에 들어갔다.

이들은 규탄 성명을 통해 “같은 시기에 피해가 발생한 합천댐 72%와 비교해서도 규모가 가장 큰 섬진강댐 하류는 24%포인트나 낮다”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구례군 비상대책위원회는 “그동안 신속하고 폭넓은 배상을 거듭 약속해왔으나 그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렸다”며 “또 다른 국가 폭력을 자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대정부 투쟁을 선포했다.

앞서 분쟁조정위는 구례의 경우 신청인 1천963명 중 420명에게 63억7천7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손해사정 결과를 토대로 한 배상 신청액 대비 48%로 1인당 1천500만원이다. 나머지 1천543명은 추가 심리할 방침이다. 댐·국가하천 관리청인 대한민국(환경부·국토교통부)이 60%, 수탁자인 한국수자원공사가 25%, 지방하천 관리청인 전남도와 구례군이 각각 7.5%를 분담토록 했으며 한국농어촌공사는 제외됐다. 곡성은 신청인 1천275명 가운데 284명에게 33억1천600만원을, 광양은 신청인 228명 중 58명에게 2억6천만원 지급을 결정했다.

섬진강 하류 8개 시·군에서는 범람으로 인해 주민 6천13명이 최소 2천983억원 규모의 재산피해를 입었으며 정신적 충격까지 더해 여전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이번 배상 내용과 관련해선 다시 가슴이 미어지는 지경이다. 분쟁조정위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헌법에 명시된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고 했다면 합당하고 온전하게 조치했어야 했는데, 잘못됐다. 즉각 철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는 분노는 당연하다. ‘국가기관에 면죄부’, ‘영호남 차별’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것은 사안의 심각성을 반증한다. 합천댐과 같은 원인과 같은 종합 결론인 만큼 명확한 규정이나 근거를 제시해야 하겠다. 배상액과 비율 재조정에 대한 요구에 조속하게 응답하길 바란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납득할 만한 해명을 거듭 촉구한다.